보편적인 생리에 보편적인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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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생리에 보편적인 지원을!
  • 곽다은 기자
  • 승인 2022.11.0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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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특별한 복지

[영국=글로벌뉴스통신]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사용하다 보면,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알맞은 말을 찾지 못해 답답한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 어느 상황에 딱 맞는 단어를 다른 한 언어에서 찾으면 쾌감까지 느끼게 된다.

얼마 전 나에게 그런 쾌감을 준 단어는 바로 Period poverty(생리 빈곤)이라는 단어였다. Period poverty는 생리기간 동안 생리용품을 살 돈이 없는 저소득 여성과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을 이르는 용어로, 2017년에 영국에서부터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내가 에든버러 대학교 캠퍼스에서 가장 먼저 찍은 사진은 건물 외부 사진도, 셀카도 아니고 바로 학교의 화장실에 비치된 무료 생리용품의 사진이었다. 원하는 대로, 필요한 대로 가져가라고 쓰여 있는 글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여기서는 생리대에 돈 안 써도 되겠구나”하는 안도감과 동시에 생리를 한다는 것에 지지받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사진:글로벌뉴스통신 곽다은 기자)학교 화장실에 비치된 생리용품. 원하는 것을 필요한 대로 가져가라고 쓰여있다.
(사진:글로벌뉴스통신 곽다은 기자)학교 화장실에 비치된 생리용품. 원하는 것을 필요한 대로 가져가라고 쓰여있다.

최근 알게 된 영국인 친구와 이에 대한 감상을 나누다가 한국의 ‘깔창 생리대’ 사건을 언급하였는데, 친구가 그런 상황을 영어로는Period poverty라고 한다며 영국이 어떻게 생리용품을 보편적으로 지급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었다.

2017년부터 일어난 영국에서의 생리대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17살의 아미카 조지(Amika George)라는 소녀가 생리용품을 구매하지 못해 정기적으로 결석을 하는 많은 여학생이 있다는 신문 기사를 접하고, 생리 빈곤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소녀들의 학습에 지속적인 격차로 인해 결국 그들의 목표와 꿈을 달성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부당하게 느끼며 시작되었다.

아미카는 #freeperiods라는 해시태그를 만들어 정부를 상대로 저소득 가정 소녀들에게 생리용품을 무료로 제공할 것을 요청하는 온라인 청원과 함께 소셜 미디어에서 캠페인을 시작했고, 이는 영국이 2019년에 모든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생리용품을 무료로 지급하는 정부의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발 더 나아가, 스코틀랜드는 학교와 공공기관, 약국을 포함한 지정시설에 생리용품을 비치하는 법안이 2020년에 통과되어 필요한 사람이 무료로 생리대, 탐폰 등을 포함한 생리용품을 수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영국보다 조금 이른 2016년, 한국에서도 앞서 말했던 ‘깔창 생리대’로 불리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한 여학생이 값비싼 생리대 가격 때문에 신발 깔창이나 휴지 등을 사용했다는 사연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사연을 듣고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은 분노했다.

여성에게 생리대란, ‘가문의 원수에게도 빌려주는’ 여성 공통의 문제나 다름이 없었고, 이 소녀가 겪는 수치심과 불편함은 우리 모두의 수치심과 불편함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뿐만 아니라 많은 남성도 이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 사건을 통해 형성했던 된 공감대를 가지고 우리 사회는 그다음의 목표로 넘어가야 한다.

생리가 여성에게 두렵거나 부담스러운 일이 돼서는 안 된다. 생리 빈곤은 몇 년 전까지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인식에서 벗어나 생리 빈곤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여성의 학습권, 건강권, 인권을 보장하는 것임을, 더 나아가 남녀 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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