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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범호 기자
  • 승인 2022.02.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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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글로벌문학상 수상작가의 시

[서울=글로벌뉴스통신]고백

아내가 종합병원에서 정밀검사 후

‘다발성 골수종 혈액 암’의 확정 통보를 받다

1차 항암치료 세트를 잘 마쳤고 자가 조혈 모세포 이식까지

5개월 만에 재발하여 항암치료를 다시 받기 시작했다

 

아내만 모르는 비밀이 생겼다

“다발성 골수종은 생존율이 좋아지긴 했지만, 현대 의학 수준으로는 고칠 수 없는 암, 다른 암에 비해서 이별의 준비 기간이 짧고, 쉽게 떠난다”라는.

혈액 암 치료의 권위자라는 어느 유명 의사가 떠벌린 진실

 

꼭 밝혀야만 했을까?

가족 모두의 바람을 짓밟아버린 가벼운 입 놀림.

의사의 할대에는 빠져있나? 희망꺾는 입 단도리 하라는

완치를 멱치기 삼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좌절의 비수를 들이댄 셈

희망의 싹을 잘라 버릴거든 차라리 말비침으로나 하지

 

항암치료라는 더디고 나른한 고통의 시간들마저 양날의 검인 양

희망과 절망의 이중 나선으로 꼬인 채 우리를 가볍게 좌절시켰다

차마 아내에게 내보일 수 없는 비밀을 그 소도리팡 의사는 들추고 만 것

검푸른 난바다 밑에 처박아버리고픈 쓰잘데기 없는 진실.

 

고치기 힘든 병을 지닌 사람에게 “깨끗해지셨습니다”는 큰 바람.

나음을 주면서 고통쯤 당연한 밑밥인 듯 발우에 함께 디밀겠지

떠벌린 진실쯤을 드팀없이 속새로 담아두고 울음빛 잠궈둘 뿐

이 또한 나를 위한 이바지인 것을.

 

 

할대 : 지켜야 할 근본의 법칙. 원칙.

말비침 : 상대방이 알아챌 수 있도록 넌지시 말로 하는 암시

소도리팡 :입이 가벼운 사람(보고쟁이)을 일컫는 제주도 사투리.(=떠버리)

발우: 적당한 양을 담는 밥그릇이란 뜻으로 절에서 부처 또는 승려들이 소지하는 밥그릇

드팀없다 : 틈이 생기거나 틀리는 일이 없다. 또는 흔들림이 없다

 

詩作노트

많은 고초를 인내하며 아내는 1차 항암치료와 조혈모 세포 자가이식치료까지 견디어 주었고 담당주치의로부터 ‘깨끗해지셨습니다.음식 고루드시고 적당히 운동하시면 되겠네요’라는 응원섞인 통보를 받고 귀가하여 참으로 간만에 안도의 순간을 맞이하였는데 그것도 잠시 어느날 아침tv방송에서 혈액암 분야 유명 의사들이 출연하여 자신들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대담하던 중 어느 의사가 섣부른 발언을 하여 가족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발성 골수종은 완치가 어려우며 이별의 준비 기간이 짧고, 쉽게 떠난다”는 발언을 털어놓은 것.다행히 이순간 아내는 잠시 거실을 비웠기에 듣지 못했고 가족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비밀로 하자는 묵시적 약속을 하였다.

아내 앞에서 발설하지 못할 ‘비밀’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환자와 그가족을 위하여 해서는 안될말조차 쉽게 내뱉는 의사 때문에 노심초사의 심경으로 만들게 된 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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