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관능과 어우러진 재즈, 위트까지.. 고루 갖춘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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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관능과 어우러진 재즈, 위트까지.. 고루 갖춘 '시카고'
  • 박상아 기자
  • 승인 2018.07.0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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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신시컴퍼니)

[서울=글로벌뉴스통신] 올해 국내 공연 1천 회를 돌파한 뮤지컬 '시카고'는 2000년 한국 초연 이후 18년동안 13번이나 공연된 작품이다. 1975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초연으로 따지면 4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회 공연 때마다 평균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는 등, 어느덧 우리나라의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 잡으며 사랑받고 있다. 이 작품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뮤지컬 '시카고'의 주요 배경은 범죄와 환락에 취해 있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에 있는 쿡 카운티 교도소다. 여죄수 벨마 켈리는 불륜을 저지른 자신의 남편과 동생을 살해하고 교도소에 들어온 인물. 희대의 살인 사건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으나, 불륜남 프레드를 죽이고 교도소에 들어온 록시 하트에게 유명세는 물론, 능력 있는 변호사 빌리 플린 마저 빼앗기게 된다. 록시 하트는 일약 스타로 떠오르고,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배심원과 언론을 상대로 한바탕 쇼를 펼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노래와 춤을 부각하는 뮤지컬이다. 통상 무대 아래 설치되는 오케스트라 피트가 무대 정 중앙에 위치해 있고, 배우들의 동선 또한 이 세트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막이 올라가자마자 14인조 빅밴드의 재즈 선율이 공연장 전체로 울려 퍼진다. 재즈, 블루스, 탱고 등 22개의 넘버는 어느 것 하나 쳐지거나 지루하지 않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라이브 재즈는 1920년대 시카고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빅밴드의 지휘자는 지휘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끔 극에 참여하기도 한다. 빅밴드 연주자들은 러닝타임 동안 연주와 함께 깨알 같은 연기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것은 이 뮤지컬의 주인공이 어느 특정 배우가 아닌 재즈 연주자들, 혹은 재즈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시카고'의 대표적인 넘버이자, 벨마 켈리가 부르는 '올댓재즈(All That Jazz)'와 록시 하트의 '록시(Roxie)', 여간수 마마의 '웬 유어 굿 투 마마(When you’re good to mama)'나 에이모스 하트의 '미스터 셀로판(Mister Cellophane)' 등의 주옥같은 넘버들은 작품을 한 번만 감상해도 하루 종일 머리에서 맴도는 무서운 매력이 있다. 원곡의 느낌을 해치지 않기 위해 영어 가사를 일부 살리는 것도 한국어 가사와 어색함 없이 조화를 이룬다.

벨마를 비롯한 6명의 미녀 죄수들이 각자의 살인을 정당화하며 아찔한 안무를 선보이는 '셀 블록 탱고(Cell Block Tango)'는 공연의 백미 중 하나. 섹시한 죄수들은 각자의 사연들을 퇴폐적인 관능미로 풀어내며 아찔함을 자아낸다.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검은 망사 시스루 의상을 입은 배우들의 군무는 관능적이고, 강렬하다. 군살 없는 식스팩으로 무장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면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다.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급이 다른 섹시한 눈빛은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재즈와 어우러진 출연진의 모습은 그야말로 '쫄깃함' 그 자체다.

'시카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섹시함이지만, 이 작품은 섹시함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섹시한 배우들의 화려한 모습 속에 통렬한 어조로 사회 풍자를 계속 이어간다.

극 중 화려한 언변의 변호사인 빌리 플린이 특정 기자에게 정보를 주면 기자는 가감 없이 신문에 대서특필한다. '언론 플레이'와 '비즈니스'를 잘하는 변호사를 고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형벌의 기준이 달라지는 사법제도를 비판하기도 한다. 황금만능주의에 경도돼 있는 현대인들에게도 일침을 제대로 날린다. 발칙하고 관능적이면서도, 사회 치부를 제대로 꼬집는 작품이다. 2018년 5월 22일 ~ 208년 8월 5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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