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韓 창작뮤지컬의 신화,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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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韓 창작뮤지컬의 신화, '프랑켄슈타인'
  • 박상아 기자
  • 승인 2018.06.27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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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쇼온컴퍼니)

[서울=글로벌뉴스통신] "그렇게 많은 업적이 이루어졌다면, 앞으로 내가 더 많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루리라. 이미 찍힌 발자국을 따라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미지의 힘을 탐사할 것이며, 창조의 가장 은밀한 신비를 세상에 펼쳐 보이리라."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열린책들/ 2011년)

지난 20일 개막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담은 작품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시대의 인간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단지 한 인간의 몰락만이 아니라 어떻게 파멸하는지를 비극적으로 보여준다.

19세기 중반,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전쟁터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게 된다. 빅터의 확고한 신념에 감명받은 앙리는 그의 실험에 동참하지만 종전으로 연구실은 폐쇄된다.

제네바로 돌아온 빅터와 앙리는 연구실을 프랑켄슈타인 성으로 옮겨 생명 창조 실험을 계속해 나가지만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급기야 앙리가 사형을 당하고, 빅터는 앙리를 살려내겠다는 일념으로 새로운 피조물을 창조하지만 홀연 사라지고 만다.

이 창조물인 괴물은 3년 후 다시 나타나 자신을 흉측하게 창조한 빅터를 저주하며, 빅터의 주변을 맴돈다. 등장과 동시에 빅터의 삶에 균열을 일으키는 괴물은 빅터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한 명씩 죽이며 처절하게 복수를 하기 시작한다.

작품은 단순하고 명확한 스토리와 정제되지 않는 거친 감정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과도한 집착과 광기로 요약할 수 있는 메시지와 캐릭터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갈피를 잡기 힘든 빅터의 광기 어린 행동들은 욕망의 근원을 제시하는 듯하다.

등장인물들은 순수하게 집착하면서 잔인하다. 인물들은 목표를 향해 지나친 집착을 보이고, 결국 비극을 낳는다. 극 전체를 지배하는 음침함은 한 끗 차이로 갈라진 집착과 신념이 허무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목표를 향해 폭주하는 빅터의 눈에 서려 있는 광기가 순간순간 서글퍼 보이는 이유다.

광기에 휩싸인 러닝타임이 휘몰아치듯 지나가고 커튼콜이 올라갈 때 느껴지는 건 혼란스러운 인간의 내면이다. 복수를 이루고 죽은 괴물이 편안한듯한 미소를 띠고 있는 장면은 진한 여운을 남기며,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창조주에게 복수하려는 괴물 그리고 빅터의 불안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경이로운 연기는 관객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빅터'와 '쟈크', '앙리'와 '괴물'로 분해 1인 2역을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변신 또한 흥미롭다. 노련미 있는 배우들의 합이 빚어내는 폭발적인 전개와 긴장감 있는 스토리는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더욱 더 작품 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무대 역시 다채롭다. 빅터와 앙리가 발명해낸 '생명 창조 기계'는 무대를 꽉 채우며 관객을 압도한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중앙 세트는 시공간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눈으로 보기에도, 감각적으로 느끼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2018년 6월 20일 ~ 2018년 8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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