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함도'-'택시운전사', 아픈 역사 어떻게 되짚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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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군함도'-'택시운전사', 아픈 역사 어떻게 되짚을까?
  • 박상아 기자
  • 승인 2017.07.21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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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CJ엔터테엔먼트, (주) 쇼박스) 영화 '군함도', '택시운전사' 포스터.

[서울=글로벌뉴스통신] 일제강점기부터 민주화 시기까지, 올여름 극장가에 시대의 아픔을 담은 묵직한 소재의 영화 두 편이 한 주 간격으로 개봉한다. 바로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와 '택시 운전사'(감독 장훈)가 그것이다.

화제의 개봉 예정작인 이 영화들은 실제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에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영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월 26일(수) 개봉 예정인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이 일제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집된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하나뿐인 딸 소희(김수안), 그리고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향한 가운데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다뤘다.

'군함도'는 감동을 강제 요구하는 영화가 아니다. 전쟁으로 인한 사람들의 강요된 희생, 그럼에도 굽히지 않는 조선인의 신념은 캐릭터의 성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다. 인물들을 다룬 방식 또한 흥미롭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삼긴 했지만, 강자와 약자를 딱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국적과 상관없이 다양한 인간 군상을 구축, 조선인들 간의 내분에도 큰 비중을 뒀다. 

여기에 일제강점기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노역을 당했던 공간을 통해 정점을 찍는다. 깊고 깊은 탄광 속에서 매일 12시간 이상 허리조차 펴지 못한 채 석탄 채굴 작업에 동원되고, 가스가 터지거나 열악한 환경 탓에 동료가 죽어 나가도 강제 노역을 멈추지 않는 장면을 시작부터 비춰주며 울분을 느끼게끔 한다.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목숨을 건 탈출은 관객들의 심경을 안타깝고 먹먹케 하면서도 이들의 탈출이 성공하길 바라는 요소로 작용한다. 제작진은 탈출 장면을 위해 약 한 달 반 동안 총 30회 차에 걸쳐 촬영할 만큼 공을 들였다는 후문.

이어 8월 2일 개봉 예정인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여러 작품에서 다룬 광주 민주화 운동의 실상보다는 이를 지켜봤던 소시민의 이야기가 핵심이다. 그동안 '화려한 휴가', '꽃잎' 등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들은 사건 안에 있는 당사자가 작품을 이끌었지만, '택시운전사'는 독일인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와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라는 광주 민주화운동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광주에서의 사건들을 바라본다.

영화는 서울의 택시기사 김사복(송강호)에 완벽히 초점을 맞춰 그의 시선으로 137분을 끌고 나간다. 그 어떤 사건도 사건에 대한 관객들의 감정을 호소하지는 않는다. 눈물을 왈칵 쏟을 법도 한데 딱히 울라고 강요도 하지 않는다. 소시민으로 대변되는 만섭의 표정 변화로 자연스럽게 감정을 끌어올리고, '푸른 눈의 목격자'인 피터의 카메라를 통해 그날의 광주를 차분하게 읇조린다.

이처럼 '택시운전사'는 사명감, 신념이 집중 조명되기보다 해서는 안 될 일에 맞선 소시민들이 전하는 일상을 그린다.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한 그때 그 시절 광주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애와 우정을 그리며 진정성 있는 감동을 선사한다. 광주에서 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게 됐고 지도부의 이념은 무엇인지, 맞서 싸우는 이들의 생각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두 영화는 모두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아직까지도 사과받지 못한 일제시대의 잔재, 5·18 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 학살 등 자신의 만행을 전면 부인해 온 전두환 씨 등의 뼈아픈 실정이 그 어떤 시대극보다 가까운 우리의 역사다.

때문에 재미와 오락성만 추구하기보다는 진중함을 관객에게 묻는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 또한 던진다. 억지스러운 감동을 배제하고, 역사의 본질과 인물의 교감에 초점을 맞추며 남다른 메시지로 관객들에게 큰 여운을 선사한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룬 시대극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재미를 떠나, 역사를 똑바로 직시하며 미래를 그려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군함도'와 '택시운전사'를 통해 가슴 아픈 역사를 되짚어 보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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