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희 칼럼)'식구'의 소멸, 저출산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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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희 칼럼)'식구'의 소멸, 저출산의 원인
  • 한창희 논설위원
  • 승인 2024.01.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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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뉴스통신DB)한창희 논설위원,'식구'의 소멸, 저출산의 원인
(사진:글로벌뉴스통신DB)한창희 논설위원,'식구'의 소멸, 저출산의 원인

[서울=글로벌뉴스통신]"저출산의 근본원인은 '식구'의 개념이 소멸돼 가는데 있다."

식구(食口)는 '밥을 같이 먹는 사람', 가족이란 뜻이다. "한솥 밥을 먹는 식사 공동체"다. 그래서 남에게 자기 아내를 '우리 식구'라고 소개한다.

한 집에 살아도 함께 밥을 먹지 않거나, 식사할 기회조차 없으면 엄밀히 말해 '동거인'이지 '식구'가 아니다. 

고된 이민 생활속에서도 6남매를 모두 미국 예일대와 하버드대에 보내, 미국 최고 엘리트로 키운 '전혜성' 여사가 생각난다.
 
그녀는 자녀 교육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식사는 가족이 함께 했다"며 "밥상머리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요즘 우리 생활을 들여다 보면, '식구'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거의 없다. 같이 식사할 기회 조차도 없다. 

아침에는 빵 한조각에 우유 한잔 마시고 허둥지둥 나가기 바쁘다. 저녁 귀가시간도 서로 달라 함께 식사는 커녕, 언제 귀가 했는지도 모르고 각자 방에서 잠자곤 한다. 이런 일상의 연속이니 "밥상머리 대화"는 고사하고, 며칠간 얼굴을 못볼 때도 허다하다.

197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늦게 귀가하는 '식구'를 위해 아랫목에 담요를 깔고 밥을 묻어 두곤 했다. 

밥의 온도는 곧 사랑의 온도다.
가족이 아무리 늦게 들어와도 주부는 뜨끈한 국과 따뜻한 밥을 챙겨 주었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다. 부인이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밤늦게 들어와 밥달라고 하면 이 시간까지 밥도 못먹고 뭐했냐고 핀잔주기 일쑤다. 부부간에도 밥상대화가 드물다.

옛날에는 가족이 가장(家長)의 위압적인 언사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요즘은 가족들이 무심코 던진 핀잔에 '가장'의 마음은 피멍이 든다. 다만 말하지 않을 뿐이다. 특히 돈 못버는 가장은 더하다. 가장의 권위, 가정교육이 사라졌다.

함께 밥먹는 식구의 개념이 소멸되면서 가족, 가정의 개념도 옛날 같지가 않다. 요즘 남편의 밥상을 차려주지 않는 부인이 의외로 많다. 아니 남편보고 밥과 설겆이를 하란다. 맞벌이 부부는 이해가 간다. 도와줘야 한다.

부부관계가 묘해졌다. 부부가 식구가 아니다. '동거인'에 불과하다. 밥상머리 대화가 없다. 남편이 그야말로 '남의 편'이다.
신세대는 골치아프게 결혼 왜 하냐며 혼자 살고 싶단다.

최근 한국가정의 위기가 심각하다. 식사를 같이 하는 '식구'의 개념이 사라지니 가족, 가정의 중요성도 사라져 간다. 가정이 서서히 소멸되어 가고 있다.

저출산의 근본원인이 여기에 있다.

인성교육은 밥상머리 대화에서 주로 이루어 진다.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사라지니 사회 분위기도 바뀌었다. 인간 본연의 정은 사라지고 돈과 실리로 모든걸 판단한다. 각박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식구'가 사라지는데 있다. 이에 대해 심각성을 제기하는 정치인이나 공직자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적 문제의식도 없다. '저출산이 심각하다'며 요란만 떤다. 정부는 출산비 지급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출산비 벌려고 애낳는가?

어릴때 식구들이 빙둘러 앉아 함께 식사하던 그 시절이 새삼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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