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무시하는 보훈처의 막무가내식 규제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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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무시하는 보훈처의 막무가내식 규제감축
  • 한월희 기자
  • 승인 2014.10.04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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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기식 의원)
국가보훈처가 최근 규제감축의 일환으로 보훈단체의 수익사업 감독과 관련된 규정인'국가유공자단체의 수익사업에 관한 규칙(수익사업 규칙)'3개 조항을 삭제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수익사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기존 법령은 물론, 투명성 강화를 위해 보훈처 스스로 내놓았던 법 개정안과도 완전히 배치되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 '국가보훈처 규제정비 계획'에 따르면 보훈처의 정부 권장 규제 최소 감축 목표율은 4%이다. 이에 따라 보훈처의 경우 전체 54건의 규제 중 2건의 규제만 줄이면 충분하지만 오히려 보훈처는 최소 기준의 두 배가 넘는 5건의 규제를 11월까지 삭제하기로 계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건수’ 뿐만 아니라 삭제대상 규제의 ‘내용’이다. 삭제예정인 규제는 보훈단체 수익사업의 합리성과 수익금 용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익사업 규칙'제3조, 제5조, 제7조이다. 그런데 제3조는 수익사업 계획서에 명시해야할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고, 제5조는 주요 승인사항을 변경할 때는 보훈처장의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이었다. 특히 제7조는 “보훈단체가 수익사업의 수익금을 승인 용도 외로 사용할 경우 시정을 지시”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보훈단체 수익사업 운영과 이에 따른 투명한 집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규제이다

그러나 보훈처는 “수익사업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막고 보훈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불필요한 규정을 폐지하여 혼란을 해소하겠다”며 해당 조항의 삭제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해당 규칙의 근거가 되는 현행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유공자 단체법)' 제7조의2 ③은 수익사업에 필요한 사항을 총리령인 '수익사업 규칙'으로 규정하도록 이미 되어있어 지금 보훈처 계획대로 규칙을 삭제하는 것은 현행 법률을 무력화 하는 것이다.

또한 보훈처는 5개 보훈단체의 수익사업을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해당 조항이 삭제될 경우 용도를 파악하지 못하게 될 수익사업의 수익금이 무려 482억 6,600만원에 이른다.

실제로 상이군경회는 2009년 수익사업을 둘러싸고 발생한 비리와 수익금 횡령 및 배임수재, 착복 혐의 등으로 전,현직 간부가 구속된 바 있으며, 2년 후인 2011년에도 비슷한 건의 재발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바 있다. 재향군인회는 실패한 수익사업인 고리대금 부동산 PF대출을 통해 발생한 부채로 인해 재향군인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수익금 연간 399억원을 부채탕감으로 낭비하고 있는 등 보훈단체의 부적절한 수익금 집행이 용도 외 사용 등으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보훈처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수록 보훈처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제도개선을 통해 수익사업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더욱 높여야 하지만 이에 대한 경고, 시정조치는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해당 조항까지 없애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바탕으로 올 1월 17일 보훈처가 보훈단체 수익사업의 투명성과 수익금 사용의 적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발의한 '유공자 단체법'개정안의 제안이유에 따르면 “수익금의 용도를 명시하고, 수익금 승인용도 외 사용을 시정하는 현행 「수익사업 규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사업과 관련한 부정과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수익금 사용과 관련된 사전심의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해 상위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해당 규칙이 있음에도 제대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규정을 갑작스레 삭제하겠다는 것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충성 경쟁의 산물일 뿐이다.

더욱이 해당 법안은 수익사업 투명성 강화를 위한 부처 역점사업으로 지정, 현재 중점 처리 법안으로 선정되어있다. 투명성 강화가 최우선 목표였던 것이다.

이에 김기식 의원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해당 조항 삭제인지 납득할 수 없다. 더욱이 법 개정 없는 상태에서 '수익사업 규칙' 조항이 삭제된다면 하위규칙으로 수익사업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명백한 국회 입법권 침해이며, 부처 스스로 법을 무시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보훈처의 규제감축 계획은 보훈단체 수익사업의 투명성 제고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역행하는 것”이며 “보훈처 스스로 내놓았던 법 개정안을 뒤엎고, 승인 없이도 수익사업 수익금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비정상적 규제감축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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