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GNA)막걸리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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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GNA)막걸리 한 잔
  • 신범호 기자
  • 승인 2022.02.16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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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글로벌뉴스통신]

막걸리 한 잔

 

오늘도 나는 나의 영정 앞에

막걸리 한 잔 따라 준다

유통기한 십년 전 이미 끝난

마비된 왼 팔로

절뚝이는 왼 다리로

막걸리를 사들고 올 때마다

끌끌 사람들 혀부터 따돌려야 해

바람이라곤 오직 中風만 불고

그나마 버티던 오른 편 동백마저

막걸리 잔 속으로 뭉텅 떨어져

뚝뚝 붉지도 않은 묵념을 하려네

나 칠십에는 동백이나 마시곤

계절에 취해 마당을 쓸고 싶었다

나보다 못 살고 간

동백꽃들 영정 앞에서

슬픔 없는 단조로 노래하고 싶었다

오늘도 나의 영정 앞에 나는,

막걸리 한 잔 따라 준다

밖에 또 동백 지는 소린 들리는데

내가 나를 음복하고 밀어둔

막걸리를 다시 보니

제조날짜가 바로 오늘이구나

유통기한은 아직 멀었나보구나
 

 

 

詩作 노트

본 작품은 제1회 글로벌문학상 수상작가가 창작한 작품으로서 10년전 뇌출혈에 의한 좌반신 마비라는 장애를 입은 후 좌절의 굴레에 빠져 스스로를 고통하는 상황과 연민을 담담하게 표현한 시로서,제4회 전국 장애인 문학상 시부문에서 금상에 입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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