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글로벌뉴스통신]
막걸리 한 잔
오늘도 나는 나의 영정 앞에
막걸리 한 잔 따라 준다
유통기한 십년 전 이미 끝난
마비된 왼 팔로
절뚝이는 왼 다리로
막걸리를 사들고 올 때마다
끌끌 사람들 혀부터 따돌려야 해
바람이라곤 오직 中風만 불고
그나마 버티던 오른 편 동백마저
막걸리 잔 속으로 뭉텅 떨어져
뚝뚝 붉지도 않은 묵념을 하려네
나 칠십에는 동백이나 마시곤
계절에 취해 마당을 쓸고 싶었다
나보다 못 살고 간
동백꽃들 영정 앞에서
슬픔 없는 단조로 노래하고 싶었다
오늘도 나의 영정 앞에 나는,
막걸리 한 잔 따라 준다
밖에 또 동백 지는 소린 들리는데
내가 나를 음복하고 밀어둔
막걸리를 다시 보니
제조날짜가 바로 오늘이구나
유통기한은 아직 멀었나보구나
詩作 노트
본 작품은 제1회 글로벌문학상 수상작가가 창작한 작품으로서 10년전 뇌출혈에 의한 좌반신 마비라는 장애를 입은 후 좌절의 굴레에 빠져 스스로를 고통하는 상황과 연민을 담담하게 표현한 시로서,제4회 전국 장애인 문학상 시부문에서 금상에 입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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