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GNA)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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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GNA) 산책
  • 신범호 기자
  • 승인 2022.02.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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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글로벌뉴스통신]제1회 글로벌문학상 수상(시부문 우수상).

햇볕이 시작되던 봄날에 아내가 꺼내 놓은 한마디
나 혈액암이래요. 어떡해?  
두려움 품은 눈물로 채워진 시울을 마주 보며 공포를 밀쳐 보건만

 

산책

 

익숙했던 앉음조차 낯선 타인인 듯 서먹해진 그 틈에는 
서로가 게워 낸 공포가 저들끼리 힘 겨루며 부딪쳐 쌓여간다 
죽기야 하건 마냥 든직한 허세로 위로를 건네도 전해질 리 없었다

그미의 동백꽃 붉은 심장은 돌벽 뚫는 타공기 끝처럼 쿵쾅이는데
바람 끝 닿지 않는 들 몰 저편 나의 주님은 톱아보실 낌새도 없다
차라리 공포로 들끓는 난바다에 섶다리 띄워놓고 
우리 둘의 동백 다시 피울 꿈 몽그리며 느긋이 거닐다나 올까?    

 

 

ㆍ들몰 : 들이 끝나는 곳.이승의 경계
ㆍ난 바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바다 현실 도피의 의미로 
ㆍ톱아보다 : 샅샅이 더듬어 가면서 살피다
ㆍ몽그리다 : 어떤 일을 하려고 굳게 마음먹다. 또는, 벼르다.

 

 

詩作노트

삶이란 늘 예기치 않은 사건들과의 만남이다.

아내가 다발성 골수종 혈액암 2기라는 판정을 선고받은 것은 2019년 봄이 시작될 즈음이었다

소변에서 혈액이 비친다는 동네 병원의 진찰 결과에 큰 병원의 정밀 진단을 받아 보라는

권유에 따라 대학병원 혈액내과에서 정밀 진찰한 결과 혈액암으로 판명된 것이다.

'암'은 곧 사형선고나 다름 없었다. 나쁜 소식이건 좋은 소식이건 내가 가장 먼저 알게 되기 때문에 병원에 다녀 온 아내가 내게 건넨 첫 마디가 바로‘암 이래요’였다

때마침 코로나19가 처음 세상에 드러날 즈음이었지만 나와 우리 가족은 오직 ‘아내의 암’만을 공포 속에서 받아 들여야 했다

마음 속에 숨긴 공포가 드러날까 걱정하면서도 우선 안심시켜야 했고, 가족이 신앙과 함께 있음을 주지 시키려 애썼던 것이다.

아내는 조혈 모세포 자가 이식이란 무균 치료를 포함한 1차 항암치료까지 잘 견뎌내 주었지만

소리없이 재발하여 2차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경황이 없는 중에서 여유를 갖고 이겨 내자는 다짐을 새기며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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