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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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 박정순 기자
  • 승인 2020.12.26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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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다.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이, 보리밥집이 눈길을 끈다.
박형태 수평선문학회원, 수필가/시인
박형태 수평선문학회원, 수필가/시인

[울산:글로벌뉴스통신] 비대면 시대가 본격도래 되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전쟁이다.

년말 특수는 온데 간데 없고 사람들은 만나기 조차 꺼리고 있다. 누가 무증상자 인지 모르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적(敵)으로 간주된다. 5명 이상 모이면 벌금을 물어야 하니 자영업자들은 초토화되었다. 입을 열고 음식을 먹어야 하는 식당, 고기집, 포차, 주점, 호프집, 카페, 목욕탕, 노래방 모두 절단 바가지다. 행사고, 모임이고, 파티는 중단해야 한다. 장례식, 결혼식은 부조로만 성의를 보인다.

새해 전국의 해돋이 명소는 모두 폐쇄한다고 곳곳이 현수막으로 난리다. 집에 만 머무르라는 행정명령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거실을 뛰어 다니니 층간소음문제가 곳곳에서 불거진다. 부부가 종일 집에 있으니 작은 일에도 짜증이다. 그때마다 각자 방에 놓여있는 TV가 즐거운 친구다.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이 눈길을 끈다. 음악이 좋아, 기타가 좋아, 밴드가 좋아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사는 분들이 이토록 많은지 몰랐다. 나이, 장르를 불문하고 밤무대에서, 행사장에서 작은 수입으로 밥벌이 하던 분들을 코로나19가 모두 불러낸 듯 하다,

찢어진 청바지, 디퍼플(Deep Purple)스타일, 단아한 모습, 화려한 퍼포먼스, 불타는 의상들이 한바탕 무대를 짓이갠다. 이들이 뱉어내는 한 소절 한 소절이 가슴을 울리고 있다. 파워넘치는 가창력, 눈가를 적셔주는 가사, 심금을 울리는 중저음, 정확히 전해지는 발음, 감정을 전하는 표정에서 진정성을 느낀다. 노래가 진정성을 보일 때 감동을 준다. 방안의 TV화면에도 진정성이 전해진다. 오디션현장에서 가장 가끼이서 보는 심사위원들은 ‘소름이 끼친다’고 하고, ‘머리 뚜껑이 몇 번이고 열렸다’고도 했다. 그 진정성이 우리를 즐겁게 하고, 우울증을 해소시켜주고, 코로나를 극복할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다.

B시인의 시(詩)가 눈길을 끈다. 그녀는 서정주 같은 유명시인이 아니다. 평범하게 아이키우고 손자보는 재미로 인생을 사시는 선배 시인이다. 그녀에게 주변 모두가 시의 소재가 된다. 생활 속 이야기가 모두 시제로 둔갑되지만 그녀가 갈기는 시어(詩語)에는 모두 진정성 묻어 있다. 치매로 가신 엄마의 모습이, 손자이야기가, 외가로 가는 풍경이, 주변의 나무가 모두 진정성을 담고 재 탄생된다.

지켜야 할 자리가 외롭고 고달파도 기댈 곳조차 없어 천지간에 홀로일 적에 앉을자리는커녕 설 자리조차 없더라 (중략, 시(詩)사랑에서)

자신의 감정을 가식하나 없이, 잔머리를 굴리지도 않고 그대로 시어(詩語)로 뿜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이는 여전히 아직 시(詩)의 시 자도 모르는데 흉내를 살짝 내 본다고 거들피지만 읽는 사람들은 인생의 진정성에 카타르시스를 즐긴다.

보리밥집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 나이에 내 손 맛을 보고 찾아주는 이가 있으니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문도 없는 시장통 영하의 날씨에도 ‘보리밥 주시라’고 찾아오는 손님이 고맙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주인의 사람대하는 진정성이다. 그곳에는 살아가는 이야기가 넘쳐나고, 사천원의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세상만물의 가격이 뛰고 있다. 짜장면 한 그릇, 자동차 세차비, 김밥 한 줄 가격이 놀랍도록 올랐다. 만원 가지고는 살 것이 거의 없다. 지갑 속 십만원은 번개불에 콩볶듯 사라진다. 시급이 올라본들, 알바비 받아본들 하루 하루 사는데 급급하다.

보리밥은 여태껏 사천원이다. 재미 난 것은 그 안의 래시피 된장, 곰피, 물김치 등 자연산 메뉴가 입맛을 돋운다. 밥값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찾아 주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것에 진정성이 더해지니 불경기에도 사람들이 넘친다. “남지 않는 장사하는 것 보았나”하지만 그이는 자신의 무료함, 자신의 고독감을 보리밥집을 찾는 고객들에게서 찾고 있었다.

검찰개혁이란 명분으로 장관과 총장의 아귀다툼이 해를 넘기며 재미를 더한다, 코로나19 와중에 신 촛불을 들자는 진영논리에 수십만명이 서명했다고 한다. "검찰총장을 탄핵해야 한다. 국회에서 탄핵안을 준비하겠다” 는 기상천외한 주장도 들린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그런 싸음이라도 걸고 나서니 무료함을 덜어준다. 소싸움 구경은 최고의 비타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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