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 선박 안전 관리 국제 평균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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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 선박 안전 관리 국제 평균 밑돈다
  • 허승렬 기자
  • 승인 2014.04.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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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 운항선 중 안전기준 미달 적발 비율 75.32%, 싱가포르 대비 65% 높아

일본,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운항하는 국적선(대한민국에 등록된 배) 안전 관리 상황이 국제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선이 대부분인 다른 지역과 달리 이 지역에는 여객선 운항이 집중되어 있다. 

27일 최재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아시아·태평양 항만국통제 위원회(아·태 항만국통제 위원회, Tokyo MOU)가 발간한 2010∼2012년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만국통제 연차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개 연도 동안 일본·중국·호주·인도네시아 등 18개 회원국이 국적선을 상대로 실시한 3585건의 안전 점검 가운데 2906건에서 기준 미달 판정이 내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안전상 결함이 있어 출항정지 처분을 받은 건수는 총 45건에 달했다. 비율로 환산하면 검사 대상 선박 가운데 75.32%에서 안전기준 미달 판정을, 1.17%가 출항정지 처분을 각각 받은 셈이다.
 
해당 기간 동안 아·태 항만국통제 위원회 18개 회원국 항만이 실시한 안전검사는 8만5318건으로, 이 가운데 기준 미달 판정건수는 5만4475건이었고 미달 비율은 63.84%였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 국적 선박은 4945건의 점검을 받아 그 가운데 45.78%인 2264건이 기준미달 판정을 받았다.
 
항만국통제(Port State Control)는 해양 사고 예방 및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해, 외국 국적 선박의 구조·설비가 국제협약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항만 당국이 확인하는 업무를 가리킨다. 전문검사관이 검사 대상 선박이 안전 기준을 미달하는 것으로 판단할 경우 정도에 따라 기한부 시정지시, 차항수리 조건부 출항, 시정 후 출항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중대 결함으로 간주될 경우 출항정지 처분이 집행된다.

 항만국통제는 1982년 14개 유럽 국가들이 국제 협정의 형태로 실시한 것이 처음이다. 이후 각국 정부는 원활한 선박 안전 관리 및 정보 공유를 위해 지역별로 협정을 맺어 항만국통제 규정 및 정보 공유를 위한 항만국통제 위원회를 결성해왔다. 아·태 항만국통제 위원회는 한국, 일본, 중국, 홍콩,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칠레, 피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자,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러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바누아투 등 18개 회원국과 1개 준회원국, 10개 옵저버로 구성되어있다. 
 
아·태 항만국통제 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 항만에서 국적선은 2010년 1179척이 점검을 받아 874척(74.13%)이 기준미달 판정을 받고, 그 가운데 23척(1.95%)이 출항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1년에는 1312척이 점검을 받아 1010(76.98%)척이 기준미달 판정을 받고 14척(1.07%)가 출항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2년에는 1367척이 점검을 받아 1022척(74.76%)이 기준미달 판정을, 8척(0.59%)가 출항정지 처분을 받았다.
 
같은 기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운항된 다른 국적 선박들과의 비교에서도 국적선의 안전상 결함 문제는 두드러졌다. 매해 100건 이상의 검사를 받은 주요 기국(flag state·선박이 등록된 국가)들을 대상으로 검사 시 미달 비율을 비교했을 때 한국은 2010년 13번째(총 36개국), 2011년 13번째(총 36개국), 2012년 11번째(총 38개국)로 미달비율이 높았다. 3개 연도 동안 500건 이상 검사를 받은 30개 주요 기국 가운데에서는 11번째였다. 순서는 북한, 캄보디아, 벨리즈, 시에라리온, 영국령 케이맨 군도,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러시아, 키리바시, 베트남, 태국, 그리고 한국 순이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운항하는 국적선의 안전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국내 항구를 출발지나 목적지로 하는 국적선 운항이 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여객선 운항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최재천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적선 입출항 집계 자료에 따르면 2011∼2013년 동안 13만7652건의 입출항 기록 가운데 95.06%인 13만846건이 일본과 극동아시아 지역이었다. 3년 간 일본과 극동아시아 지역으로의 여객선 입출항은 1만2207건으로 이 지역 국적선 입출항의 8.87%, 전체 여객선 입출항의 99.95%를 차지했다.
 
아·태 항만국통제 위원회가 2012년 한 해 동안 검사를 받았던 각국 선박들의 기준미달 내역을 분류한 결과 △구명정(155건), △방화 댐퍼(155건), △소화용 비상 펌프(125건), △유류여과장치(113건), △국제안전관리체제(ISM)(98건) 등 이었다. 국적선의 고질적인 안전 문제가 해상 선박 사고 발생 시 인명 피해를 키울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른 지역을 운항하는 국적선들도 안전 기준 미달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 해안경비대의 항만국통제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2년 미국에 입항한 국적선을 대상으로 실시된 181건의 안전점검 가운데 38.12%인 69건에서 안전기준 미달 판정이 내려졌다. 보고서 분석 결과 해당 기간 동안 50건 이상의 안전점검을 받은 39개 국가를 비교했을 때 한국은 6번째로 미달 판정을 많이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수산부는 그 동안 ‘아시아·태평양, 유럽, 미국으로부터 모두 선박안전관리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는 점을 집중 홍보해왔다. 항만통제국 출항정지 판정을 받은 건수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그 근거였다. 하지만 실제 각국 항만 당국의 안전점검 결과 자료는 안전기준 미달 판정을 받은 비율이 국제 평균을 상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재천 의원은 “국제 안전 기준에 미달된 선박이 많이 운항되고 있는 데도 단지 출항정지 판정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선박이 적다는 점만 강조했던 것이 현 정부의 해상 안전 관리 실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이미 지난 1월 발표한 「14년 국적선 PSC 출항정지 예방 종합대책(안)」에서 △해운경기 불황으로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가 감소할 전망인데다 선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안전관리시스템 훼손이 우려되고 △우수 해기사 공급 부족 및 외국인 선원 증가로 PSC 대처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데다 △불량 선박에 대한 점검 및 통제가 강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선박 안전 관리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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