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요양 보호사, 월 274시간 살인적 노동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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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요양 보호사, 월 274시간 살인적 노동강도
  • 김서정 기자
  • 승인 2014.04.10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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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의료복지시설 및 재가노인복지시설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경기 고양 덕양갑, 정의당)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와 함께 고양 및 파주지역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123명을 상대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계약서 미교부 △장시간-저임금 노동 △법정수당 미지급 △휴게시간 허위기재 △자의적 휴가 사용 불가 △폭언, 폭행, 성희롱/성폭행 피해 △산재처리 미비 등 요양보호사들은 상당히 열악한 노동조건 하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고양시와 파주시는 전국에서 요양시설이 가장 많은 도시로, 이번 조사는 전국적인 요양보호사들의 근무실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근로계약서를 의무적으로 교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준수하는 사업장은 전체의 48.3%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계약서가 제대로 교부되지 않는다는 것은 임금의 구성항목과 계산방법, 소정근로시간과 휴게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의 내용이 명시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요양보호사들의 근무형태는 24시간 교대제가 75.4%로 가장 흔했고, 이어서 12시간 주야 교대제가 7.4%로 뒤를 이은 반면, 8시간 교대제는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요양보호사들의 월평균 근무시간은 274시간에 달했다. 출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어서 휴게시간이 포함된 시간이지만 요양원에서 휴게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많고 규정상 근무시간과 실제 근무시간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법정근로시간에 비해 100시간 정도를 더 근무처에서 보내야 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장시간 근무에 비해 요양보호사의 월급여 수령액은 평균 130만1천원에 불과한데,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월 10만원의 처우개선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금수준은 더 낮아진다.

 전반적으로 법정수당이 제대로 지급되는 비율이 매우 낮으며 특히 휴일에 근무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휴일근로수당은 82.8%,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 지급해야 하는 연차휴가수당은 82.6%가 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외에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은 60.2%, 야간근로수당 미지급은 68.2%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은 법정 휴게시간 규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근로계약서상 휴게시간이 기입된 경우에도 실제 휴게시간과는 큰 차이(6시간)를 보였다. 결국 실제 근무시간을 근로계약서 등에만 휴게시간으로 허위기재하여 최저임금도 안 되는 저임금을 합법적인 것으로 위장하고 있는 셈이다. 식사와 수면시간을 포함해 실제 사용하는 휴게시간은 24시간 기준으로 평균 3.2시간으로 나타났는데, 이 경우에도 별도의 휴게공간이 아예 없거나 이용하지 못하고 병실 혹은 복도 등에서 사실상 대기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연차유급휴가 사용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27.4%만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연차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28.3%를 차지했고, 기타로 표시한 32명 중에서도 21명은 “연차제도가 없음”, “연차 없음”, “유급휴가 없음”으로 답했다.

 요양업무 중에 대상자나 보호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요양보호사의 비율은 62%, 언어폭력을 경험한 응답자는 86%,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7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성희롱/성폭력, 언어, 신체폭력을 겪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물었을 때 응답자의 75%가 개인적으로 참고 넘긴다고 대답했고, 기관에 문제제기를 하고 기관 차원의 대응조치를 요구한다는 응답은 12.9%, 대상자나 보호자에게 직접 시정요구를 한다는 응답이 6.9%로 나타났다.

 요양업무 중 치료를 요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개인비용으로 치료비를 냈다는 응답이 90.7%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며, 요양기관이 치료비를 지급한 경우도 7.5%에 불과했다.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가벼운 사고나 질병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52.4%로 절반 정도 되었으나, 산재제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거나, 산재를 신청해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도 합쳐서 36.2%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하여 심상정 의원은 “현행 노인요양제도는 사실상 요양보호사들의 헌신적인 노동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조건은 참혹한 수준으로 열악하다는 것이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결국 요양시설 입소 노인들에 대한 돌봄서비스 질 저하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심 의원은 “특히 요양보호사의 90% 이상이 중.고령의 여성노동자인데, 이들 대부분이 본인 또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며 “이들의 실질적인 생계보장과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8일 오전 10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는 고용노동부 덕양지청 앞에서 고양파주 요양보호사 임금체불 등을 진정 접수하고,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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