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왜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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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왜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았을까?
  • 권현중 기자
  • 승인 2014.03.10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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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해서 대박났다. 좀 심하게 말하면 돈벼락을 맞았다고나 할까?

SK는 2011년 11월 하이닉스를 인수했는데 인수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작년도 잠정실적 집계에 의하면 매출 14조2,200억에 3조3,900억의 영업이익이 났다. 그 결과, 하이닉스는 단 번에 SK그룹 내 이익이 가장 많이 나는 회사로 우뚝 섰다.

 알다시피 LG반도체는 1997년 외환위기 때 눈물을 흘리면서 강제로 반도체사업을 현대전자로 넘겼다. 그러나 그후 2000-2001년 반도체시장 불황으로 현대전자가 부도가 났다. 그 결과, 현대전자는 은행관리로 넘어 갔으며, 회사 이름도 하이닉스반도체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 때부터 우리 나라 M&A시장에서 하이닉스는 누구나 입질하는 고정레파토리 매물로 떠돌아다녔다. 한 때는 몇 천억만 가지면 당장 인수 할 수 있는 상태로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7-8년 들어 반도체시장이 좀 나아지면서 인수가는 조단위로 올라갔으며, 그때부터는 JP Morgan, Goldman Sachs 같은 세계적인 IB(Investment Bank)들이 예쁘게 분칠도 하는 등 잘 포장해서 본격적으로 여기 저기 매물로 들고 돌아다녔다. 물론 해외도.

 동부그룹 제조계열사 전체를 관장하는 총괄CFO사장으로 있을 때 일이다. 심지어 나한테도 수 없이 많은 IB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하이닉스 인수를 제의했다. 어떤 IB는 4-5 차례 찾아오기도 했으며, 하이닉스 건이라면 만날 시간이 없다고 했더니 친한 사람을 중간에 넣어 찾아오기도 할 정도로 하이닉스는 럭비공이 되어 마구 돌아다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홍콩 주재 세계적인 IB의 아시아총괄회장이 서 너 차례 찾아와 동부에서 1조만 조달하면 나머지는 자기들이 투자하겠으며, 경영권은 동부그룹에 맡기겠다고까지 하면서 하이닉스 인수를 권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업을 매각해서라도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도 했다.

 어쨌든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있는 상태로 자금이 넉넉치 않은 동부그룹까지 찾아와 하이닉스 인수를 권유하는 상태였다면 다른 그룹들은 어떻겠는가? 당시 언론에 나온 이야기만 해도 포스코 한화 현대중공업 효성 등 여러 그룹이 하이닉스 인수를 권유 받았으며, 그 중 일부 그룹은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LG그룹 역시 그런 말이 돌아다녔다.

 그런데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LG그룹은 왜 그때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았을까?

지난 해 LG전자는 1조2,500억의 영업이익이 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하이닉스반도체 영업이익 3조3,900억의 40%도 안 되는 수준이다. 만일 그 때 LG전자가 하이닉스를 인수했다면 LG전자는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혹시 하이닉스를 잘 경영하여  삼성전자를 능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지금 LG전자는 실기한 스마트폰사업을 만회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리 쉬운 것은 아닌 것 같다. 시장상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5 출시 이후 성장세가 꺾였으며,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S4와 노트3 이후 스마트폰사업이 한계에 부딪친 상황이다. 그래서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 큰 힘을 쏟는다고 하더라도 큰 성과를 가져오기는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LG전자가 전통적으로 많은 경영력을 투입하고 있는 TV는 물론이고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같은 백색가전제품의 경우에는 품질 수준은 좀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전세계 어느 나라도 다 만들 수 있는 일반제조업제품일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엄청난(?) 부피에서 오는 물류비 부담과 경쟁과다 등으로 인하여 마진이 너무나 낮은 한계사업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LG전자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때 하이닉스를 인수했어야 했던 것 아닐까?

우연히도 작년에 반도체시장이 반짝 좋아져서 그런 것이지 중장기적으로 보면 반도체사업은 전망이 좋지 않은 것일까? 아니, 혹시 내가 모르는 그 어떤 이유가 있어서 LG전자가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다른 이야기지만, 금년 1월 2일 LG그룹 시무식 사진을 보면 어느 그룹 시무식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것이 하나 있다. 즉,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최고경영자 전원이 하나 같이 목걸이형 이름표를 달고 있다는 것이다. 여의도 LG쌍둥이빌딩에 출입하려면 디지털출입인식기를 통해서 개인별 인식표를 철저히 확인했을텐데 시무식에서 왜 이름표를 달고 있을까?

혹시 이런 획일적인 LG의 문화(?)가 조직을 경직되게 만들어 창의력을 죽이는 것은 아닐까?

사실, LG전자가 삼성전자 이상으로 잘 되야 LG전자도 좋고 삼성전자에게도 좋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에도 좋은 것인데 말이다.(자료제공:천주옥의 창의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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