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3.15의거 기념일을 맞아-기표소 안에서의 믿음을 지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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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3.15의거 기념일을 맞아-기표소 안에서의 믿음을 지키는 일
  • 이상철 기자
  • 승인 2024.03.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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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부산진구선거관리위원회) 선거2계장 이용미
(사진제공:부산진구선거관리위원회) 선거2계장 이용미

[부산=글로벌뉴스통신] 가로 75cm 세로 65cm 높이 175cm. 몸이 불편한 분이나 먼바다 위 우리 국적 배에 탄 선원 등을 빼고 나면 우리 유권자 대부분은 이 안에서 헌법 제1조의 주권을 행사한다.

두 손으로 신문지 한 장을 편 정도의 공간. 4·10 총선을 앞두고 전국 1만 4천 여 투표소로 보내는 기표대 크기다. 골판지로 삼면을 두르고 아래에 받침을 덧댄 것이 전부다. 여기 머무는 시간이 1분은 될까. 하는 일도 간단하다. 기표도장을 들어 투표용지에 한 번 찍으면 된다. 허나 그 의미는 크고 무겁다.

지지하는 후보에게 내 한 표가 뺌도 더함도 없이 한 표 그대로 더해질 것이라는 믿음. 누구를 찍었는지는 어디에도 비밀이 지켜질 거라는 믿음이 있다. 투표 전까지도 쏟아지던 정보에 판단이 흐려지지 않았을 거라는 믿음, 선거가 끝난 뒤에도 후보의 공약은 지켜질 거라는 믿음도 있다.

1987년 대선 선거일. 투표마감시각보다 빨리 개표장으로 옮기려던 우편투표함은 부정투표함으로 오해한 시민들에게 빼앗겼다. 30년이 지난 뒤에야 그 함을 열었고 학회와 국과수가 검증한 결과 조작은 없었다. 대선에서 투표지분류기를 처음 사용한 것은 2002년이다. 재검표도 실시했다. 대선으론 최초였다. 법원은 전체 투표의 45% 정도인 1,104만 9,311매를 모두 수작업으로 재검표했다. 선관위 개표결과와 차이는 920표에 불과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영화가 한 편 개봉했다. 투표지분류기로 개표를 조작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공개 검증을 요구하면 응하겠다고 밝혔다.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는 요구하지 않았다. 22대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지난 총선 선거소송 126건도 벌써 끝났다. 부정선거 의혹은 아직 유튜브를 타고 떠돈다. 유권자의 믿음과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

부산진구선거관리위원회 이용미 선거2계장은 "3.15는 1960년 당시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하여 마산에서 일어난 의거를 국가가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 현대사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다. 곧 투표소로 보낼 기표대와 투표함을 점검하면서 64년 전 오늘을 기억한다. 기표소 그 안에서의 믿음을 지키는 것. 대한민국 선관위 공무원 3천명이 하는 일이다. 국민의 준엄한 선택을 선관위가 바꾸는 것, 그런 일은 결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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