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그냥 져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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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그냥 져 주는 것
  • 김외득 기자
  • 승인 2023.06.27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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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수필가 주성 박형태
시인/수필가 주성 박형태

[울산=글로벌뉴스통신]박형태

숨소리 내지지 않고 고분고분하면 만사가 편해
져 주는 것이 이기는 일인 줄 알고 사는 것으로 만족해

좋을 때는 한 없이 좋았지만 헤어질 때는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다. 부부(夫婦)가 서로 좋아 결혼했고 살다가 이혼하면 남보다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 자기만족으로 집착했다가 자기 뜻대로 안되니 좋았던 것보다 나빴던 것, 서운했던 일만 기억된다. 모든 일은 원인이 있고 프로세스가 있음에도 자기 위주의 생각만 하는 것이 사람이다.  

주변은 가만히 있는데 자신만이 다른 세계에 있음을 알아 차리지 못하고 원망으로 지난날 들을 되새긴다. 전화 올 때도 없고, 전화할 곳도 없는 순간이 가장 두렵다. 카톡 올 때도 없고 카톡 보낼 곳이 없을 때가 가장 무섭다. 바쁘지만 불러주는 데가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임을 깨닫는데 한 참 걸린다. 
   
스트레스가 쏟아지지만 출근하여 부대낄 곳이 있고, 허물한 집일지라도 들어가 잠잘 곳이 있음은 안정을 느끼게 해 준다. 몸져누워 계셔도 엄마라고 부를 수 있고, 말썽꾸러기라도 좋으니 자식이 있음으로 행복하다. 하잘것없는 단체라도 나를 알아주는 그곳이 좋고, 내가 주인공인 그 무대가 좋다. 잔소리 왕(王)일지라도 마누라 있고, 돈을 잘못 버는 신랑이라도 살아 있음에 감사히 여겨야 한다. 
 
오십 대 후반 육십 줄에 다가서면 숨소리 내지지 않고 고분고분하면 만사가 편해 진다고 한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숨소리마저 내지 않고 조용히 들어가면 가장 잘하는 가장(家長)이 되는 법이다. 밖에 나가서 제법 똥깨나 눈다는 사람들도 집에 들어가는 순간 자신을 죽이면 집안이 편해 진다고 한다.

양성평등 운동을 한답시고 부산/울산/경남을 돌며 교육도 하고 시민 현장 Talk를 진행해 보았다. 참여 패널들의 다양한 생각은 현재 우리 사회를 단적으로 전해주어 공감(共感)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각자의 생각, 행동, 위치가 다름을 인식하게 해 준다. 자천 타천으로 참여해 준 패널들의 평소 생각 느낀 바를 스스럼없이 전하는 공간은 나름 의미를 더해 주었다.

양성평등, 인권(人權), 노동, 성(性) 문제라는 주제는 상상을 초월하여 우리 사회 전반에 깊게 드리우고 있다. 거의 14~5년 만에 엄청난 변화를 실감하고 느낀다. 바람직한 변화라고 느끼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입지가 좁아짐으로 쓸쓸함마저 다가온다. 

시대의 흐름은 결혼을 기피하고 저출산이 지배하고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있다. 남을 이해하기보다 나만을 위하는 풍조가 사회 전반을 지배한다. 가족의 의미보다 자신의 편안함이 우선인 시대로 가고 있다. 성차별을 떠나 자기 성(性) 우선주의가 먼저인 시대이다. 어느 성(性)이 우선시되고 불이익을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의 인권의 인정되고 인격이 수용되는 시대가 대세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건 밖에서건 그냥 져 주는 것이 이기는 일인 줄 알고 사는 것이 가장 멋지고 편함을 늦게서야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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