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은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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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노인
  • 이성기 논설위원
  • 승인 2014.07.03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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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태양이 붉지만 석양이 아름답기 그지없고, 

달은 어둠이 깊을수록 더욱 밝은 것처럼 

인생도 황혼 길에서 나름대로 아름답고 밝을 수가 있습니다. 

 

늙은 사람은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마음이 젊으면 몸도 덜 늙기 마련인데,

 마음이 늙으면 몸도 덩달아 늙어 병마가 찾아오고 모두 떠납니다.

 

   인생은 나이 들수록 잘 익은 홍시, 독안의 잘 익은 김치, 

술독 안에서 잘 익은 냄새가 물신 나는 묵은 술 같이 

두고두고 잘 익어 가야 맛이 좋아 사람들이 모입니다.

 

   잘 익은 노인은 낙관적이고, 낭만적이어서

칭찬은 아끼지 않되 나에 대한 칭찬은 꺼리고, 

남을 알아주되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으며 베풀되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으며, 심산유곡에서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난초처럼 기품이 넘쳐 존경을 받아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산수(傘壽: 80세)가 다 되어 희수(喜壽: 77세)라면 

곧이들을지 몰라도 반을 줄여 언제나 불혹(不惑: 40세)이라고 우기는 

친구가 있는데, 같이 지내기 좋아 진작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전역한지 수십 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경어를 쓰면 불편하니 말 놓으라면서

항상 안부를 하여 정이 갈수록 두터워지는 같은 부대의 후배가 있는데 늘 보고 싶은 마음이 울어납니다.

    

  이런 친구와 후배는 많을수록 좋은데 소탈하고 솔직하며 격의 없으면

 同價紅裳 錦上添花 畵龍添眼과 같은 보탬이 됩니다. 

 

   이런 친구와 후배를 사귀고 교분을 가지면 곱게 더디 늙어 활발하고 살맛나는 잘 익은 노인이 되며

이런 노인이 되고자 노력만 하여도 욕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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