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뮤지컬 배우의 편지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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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뮤지컬 배우의 편지 ⑤
  • 권혁중 기자
  • 승인 2020.12.11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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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뉴스통신 DB)뮤지컬 배우, 연극배우, 박상준
(사진:글로벌뉴스통신 DB)뮤지컬 배우, 연극배우, 박상준

[서울=글로벌뉴스통신]

아버지의 편지, 인생에 대한 조언
“깊고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찾다”

코로나19 팬데믹 광풍이 휘몰아친 2020년은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배우에게도 예외 없이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무대 위에 설 기회를 잃게 되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저를 다잡아주고 자신과의 싸움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한통의 편지가 있습니다.

‘코로나’라는 휘황찬란한 이름으로 위장한 바이러스가 세상에 등장하기 전이던  2019년 12월, 아버지께서 제 졸업공연 ‘NEXT TO NORMAL’을 관람하시고 제게 남겨주신 편지입니다. 아버지는 평소 말씀이 없으신 성품으로 항상 뒤에서 묵묵하게 저를 지원하며 버팀목이 돼주셨습니다. 어려웠던 시간을 극복 할 수 있게 해준 편지를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는 졸업공연 NEXT TO NORMAL을 보면서 주인공 댄 역할을 멋지게 해내기 위해 노력하던 네 모습이 떠올라 대견스럽기도 하고 자랑스러웠다.

아들이 학생 신분으로 하는 마지막 작품이라 아쉽고 서운한 마음도 들지만,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배우로서 새로운 출발을 앞둔 너를 보면서 아버지도 너 못지않게 두려움 보다 설렘이 크구나.

사랑하는 아들!
프로 배우로서 초심, 배우로서 원칙, 한 인간으로서 삶의 기준을 지켜나가면서 어렵고 힘든 먼 여정을 자신과의 소통과 신뢰를 통해 잘 극복하고 아들이 소망하고 목표하는 명품 배우가 되리라 믿는다.

아들이 가고자 하는 새로운 무대에는 아들만의 확실한 무기와 특장점이 있어야만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들이 고민해서 찾아내고 실행해 주길 바란다.

아버지는 그 험난한 길을 아들과 함께 하면서 동반자로서, 때로는 조력자로서 희, 노, 애, 락, 을 함께하려고 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고 소신 있게 아들의 길을 걸어가길 기대한다.

사랑하는 아들!
사회에 첫 발을 떼는 네게 조지프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 나오는 글귀를 선물하고 싶구나.

영웅은 결코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은 숲에 접어들면 길부터 찾는다.
하지만 영웅은 숲에 들어서면 가장 깊고 어두운 곳으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하게 된다.
그리고 영웅은 남과 다른 길을 선택했기에 남과 다른 경험을 얻게 된다.

영웅은 결코 길을 잃는 것을 겁내지 않으며 실패나 심지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들 사랑한다! 지난 4년 동안 수고했다.

아버지가

2019,12.07(토)

인생에 대한 조언이 담긴 아버지의 편지는 사회 첫 출발부터 가혹한 ‘코로나19’와 마주친 올 한해 나 자신을 다잡고 배우로서 초심을 잊지 않고 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어려웠고 혼란스러웠던 한해였지만, 유독 공연계는 더욱 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공연이 크게 줄면서 오디션 기회를 찾기가 힘들었고, 그나마 힘겹게 준비한 공연들도 좌석을 반 이상 줄여야 했습니다. 공연의 생명인 현장성을 포기하고 비대면 영상공연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재 확산으로 대부분의 공연들이 잠정적으로 공연을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배우로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제게는 더 큰 혼란으로 왔습니다. 배우로서 불타오르던 열정을 식게 만들고 어두운 숲속에 갇혀진 것 만 같은 무기력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던 엔진들이 식어가고 길을 잃은 것 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그 때 아버지의 편지에 담겼던 글귀가 떠올라 책상 서랍 한 귀퉁이에 갈무리해뒀던 그 편지를 꺼내들었습니다.

영웅은 결코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은 숲에 접어들면 길부터 찾는다.
하지만 영웅은 숲에 들어서면 가장 깊고 어두운 곳으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하게 된다.

그리고 영웅은 남과 다른 길을 선택했기에 남과 다른 경험을 얻게 된다.

영웅은 결코 길을 잃는 것을 겁내지 않으며 실패나 심지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편지는 길을 잃고 방황하던 제게 다시금 힘을 주었고 저는 빠르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어렵지만 주어진 상황 안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준비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었고, 그것들을 하나둘씩 이뤄내면서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저는 ‘배우 박상준’의 목표를 향해 조금씩이나마 전진하고 있다는 희열을 느낍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또한 지나가리니’처럼 언젠가는 끝장이 나겠지요.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길고 어두웠던 터널도 멀지 않은 지점에 끝이 보이는 지금입니다.

다가오는 2021년 새해는 소띠 해입니다. ‘우보천리’라는 사자성어처럼 소는 우직해 보여도 ‘느려도 황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고 합니다. 새해에도 ‘배우 박상준’은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을 추구하며 노력할 것이고, 배우로서 정한 목표를 향해 뚜벅 걸음으로 걸어갈 것입니다.

올 한 해 뮤지컬 배우 박상준의 편지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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