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의 쟁점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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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의 쟁점 분석
  • 허승렬 기자
  • 승인 2013.12.1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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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최근 지난 대선에서 문제되었던 허위사실에 의한 후보자비방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다. 이 재판에서 배심원의 평결과 다른 재판부의 판결이 나오자 국민참여재판의 한계 등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급기야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논란의 쟁점은 배심원의 출신지역과 정치적 성향이 평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선거사범이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으로 타당한가, 배심원 평결에 기속력을 부여할 것인가로 압축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국민참여재판제도를 개관하고,현재 국민참여재판의 문제점으로 논의되고 있는 쟁점들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2. 현행법상 국민참여재판제도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법률」(이하 ‘국민참여재판법’)에 근거하고 있는데, 제정 당시의 입법취지는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 및 투명성 강화를 통한 사법부의 신뢰성 증진’이었다. 동 법률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대상사건의 범위

 대상사건은 「법원조직법」 제32조제1항에 따른 합의부 관할사건으로(제5조) 지방법원 또는 그 지원의 합의부에서 제1심으로 심판하는 사형,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 등이다. 제정 당시에는 법정형이 사형ㆍ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거나 사망과 연결된 중범죄가 대상사건이었으나, 2012년 국민참여재판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법률개정을 통하여 그 대상사건이 확대된 것이다.

 (2)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

 국민참여재판법은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제9조제1항), 배심원 등의 안전 위협ㆍ공정한 직무수행의 우려가 있는 경우(제1호), 공범 중 일부(제2호) 또는 성폭력범죄 피해자(제3호)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또는 그 밖에 국민참여재판 진행이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제4호) 등이 그 사유로 열거되어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법원의 배제결정 사유,특히 제4호의 경우에 법원이 국민참여재판 진행여부에 지나치게 개입함으로써 국민참여재판을 형해화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1), 대법원은 2010년 4월 27일 ‘국민참여재판의 접수 및 처리 예규’를 개정하여 국민참여재판의 진행이 부적절한 경우를 i) 추가 기소의 예상, ii) 피고인의 정신이상 의심, 또는 iii) 국민참여재판 진행에 따른 현저한 절차지연으로 피고인의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등으로 그 사유를 구체화하였다.

 (3) 평결의 방식 및 그 효력

 배심원은 유무죄 평결에 있어서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나, 만장일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에는 단순다수결(2분의 1 이상 찬성)로 평결할 수 있다. 유죄평결의 경우 배심원은 양형에 대해서도 판사와 토의하고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제46조), 유무죄 평결과 더불어 양형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제48조)2

3. 일본의 재판원제도

 형사재판에의 국민참여형태는 영미법계의 배심제도와 대륙법계의 참심제도가 있다.

 우리의 국민참여재판제도는 미국의 배심제도를 모델로 하였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일본의 재판원제도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일본의 재판원제도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2004년 5월「재판원이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법률」을 제정하였고, 준비기간을 거쳐 2009년 5월부터 재판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재판원 제도는 참심제적 요소와 배심제적요소를 가미한 제도이며3), 대상사건은 원칙적으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 혹은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죄에 관한 사건 및 법정합의부 사건에서 고의의 범죄행위와 결부되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죄에 관한 사건 등이다.

 ‘재판원이 관여하는 판결’의 평결은 재판원과 재판관이 동일한 권한을 가지고 합의체 구성원수의 과반수 의견에 의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재판관과 재판원 한 편만에 의한 다수로는 판단할 수 없고 최소한 재판관 및 재판원 쌍방에서 각 1인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1) 법원행정처 자료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법원의 직권배제결정 사건 211건 중 ‘배심원의 안전 위협ㆍ공정한 직무수행 우려’ 0건, ‘공동피고인 중 일부가 원치 않는 경우’ 38건(18%), ‘국민참여재판 진행이 부적절한 경우’173건(82%)이었다.

 2) 2013년 10월 11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유무죄의 평결은 배심원 4분의 3 이상의 찬성(가중다수결)에 의하고(안 제46조제3항제2문), 판사는 배심원 평결에 대하여 헌법ㆍ법률ㆍ대법원 판례 등에 위반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결을 존중할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다(안 제46조제5항).

 4. 국민참여재판의 쟁점
(1) 대상사건의 범위

 대상사건이 선거 또는 정치와 관련된 국민참여재판의 경우에는 정치적 이념 또는후보자에 대한 지지 등 배심원의 주관적 의견이 평결에 개입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사범을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3) 참심제적 요소는 i) 재판관과 재판원의 공동평의를 통한 유무죄 및 양형 결정, ii) 평의에 있어서 재판관과 재판원의 원칙적인 동등 권한소유, iii) 피고인의 재판원 재판의 기피 금지,iv) 당사자의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상소가능 등이며, 배심제적 요소는 i) 구체적 사건마다 재판원 선임, ii) 선거인명부로부터 재판원 무작위 선출, iii) 법정형이 중한 중대사건으로 대상사건의 한정 등이다.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의 쟁점인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후보자 비방’과 같은 명예훼손의 경우 사실관계를 구성요건에 포섭할 때 전문법관들도 어려움을 겪는 실체법상의 문제이지 절차법적인 국민참여재판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과 함께, 배심원들의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선거사범을 대상사건에서 제외한다면 국민참여재판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2) 법원의 배제결정 확대
선거사범을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에서 일률적으로 제한하기 보다는 법원으로 하여금 관련 사건을 우선 법리적으로 판단하게 한 다음 국민참여재판 배제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있다.

 한편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의 주관적 판단이 평결에 개입될 가능성은 있지만 법원의 직권배제 확대는 일반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재판에 반영하여 사법 신뢰를 향상시키려는 국민참여재판의 보다 큰 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의 직권배제 확대는 최대한 자제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3) 배심원 평결의 효력
배심원 평결의 법관에의 기속여부 또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행 권고적 효력의 배심원 평결제도는 배심원이 그의 법률상 의무에 성실히 임하게 하는데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배심원의 평결에 기속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는 국민참여재판이 보통 재판당일에 모든 절차와 평결까지 이루어지고, ‘건전한 상식’에 의한 판단이 반드시 올바른 결론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점, 재판의 최종 책임자는 당해 사건의 법관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행의 권고적 효력이 적당하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5. 쟁점 분석
(1) 대상사건 또는 배제결정의 범위
선거사범을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에서 제외하거나 법원의 직권배제결정 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재량사항이다.

 다만, 입법기술상 선거사범에 대한 개념 및 범주를 정하는 문제는 쉽지 않다. 선거사범을 대통령ㆍ국회의원ㆍ지방자치단체ㆍ교육감 선거 등 각종 선거 관련 사건, 즉 「공직선거법」 위반 사범으로 개념지울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상의 위반행위는 후보자 매수, 향응제공, 사전선거운동 등 사실관계가 비교적 명확하여 유무죄 판단이 용이한 사건들이 대부분이라 할수 있다. 그럼에도 선거사범을 일률적으로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에서 제외하거나 배제한다면 ‘사법절차에의 민주적 정당성 제고’라는 국민참여재판 본래의 정신이 위축 될 우려가 있어 보인다.

 선거사범을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에서 제외하거나 배제하는 입법을 하는 경우에 「공직선거법」상 범죄 중 배심원의 개인적 정치성향이 평결에 개입될 개연성이 있는 범죄유형을 선별하여 대상사건에서 제외하거나 법원이 직권배제할 수 있도록 입법적으로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배심원 평결의 효력
배심원 평결의 효력과 관련하여 현행 국민참여재판법은 권고적 효력을, 2013년 10월 13일 법무부 입법예고 법률개정안은 사실상의 기속력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배심원과 판사 간 의견의 일치ㆍ불일치 현황을 보면([표 1] 참조) 일치92.2%, 불일치 7.8%로 배심원 평결은 사실상의 기속력이 있다고 볼 수 있고, 대법원 판례도 이를 확인해주고 있다.4)

  최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국민참여재판법 개정법률안도 이와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즉 배심원 평결의 정족수를 2분의1 찬성에서 4분의 3 찬성으로 강화하고,담당 판사의 ‘배심원 평결 존중’을 명문으로 규정하여 배심원 평결의 효력이 사실상의 효력을 가지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는 그 동안의 관행을 조문화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지금과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으나, 현행 우리 헌법 제27조제1항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배심원 평결의 효력에 관한 한 입법론적으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4) 대법원 2010.3.25, 2009도14065 판결요지 중:“배심원이 증인신문 등 사실심리의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한 후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등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이러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 중심주의의 취지와 정신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

 6. 나가며
국민참여재판 시행 6년을 거쳐오면서 국민참여재판이 재판과정에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 심리주의를 신장시키고 전관예우 및 뇌물 등에 의한 법조비리 예방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보다 일반적인 견해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국민인 배심원의 양심과 건전한 상식을 재판에 반영한다는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의 법적 비전문성과 개인적 주관의 평결 개입에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국민참여재판을 감성에 호소하는 재판으로 흘러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 향상’이라는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고려한다면,국민의 형사재판에의 참여는 보장하면서도 사법부의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는 균형적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법부의
신뢰를 흔들 수 있는 대상사건은 국민참여 재판에서 제외하거나 법원이 배제할 수 있 도록 하는 것도 사법부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

서 창 식 *ㆍ 이 재 일 **(국회 입법조사처)
*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 788-4542, sss62@nars.go.kr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보, 788-4546, jaeilyi@nars.go.kr
(본 내용은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를 일부 발췌하여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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