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좀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2년 전 내가 쓴 소설 『식량전쟁』에서 북한 장성택의 실각을 예측했는데 그대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책에 예측한 대로라면 2020년 북한은 붕괴되어 남한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지고 한국은 세계 초일류 국가가 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그렇게 보면 통일을 준비할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 통일을 위한 우리의 준비가 거의 되어있지 않은데 말이다.
통일이 되면 당장 필요한 것이 먹고사는 일이다. 북한은 식량부족으로 기아선상에서 헤매고 있으며 우리는 대부분의 식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작년에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에서 출판한 ‘한반도 통일과 식량안보’에 의하면 통일이 되는 해에 170-250만 톤의 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최소한 120만 톤의 통일미를 항시 비축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를 위한 정부 추가예산은 4,800억 원으로 추산되는데 금년도 외교통일예산의 11.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주민에게 식량을 무상 지원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부터 남한의 저소득층에게 쌀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남한 인구의 7%에 해당하는 저소득 영세민(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월 10kg의 쌀을 무상지원하는 법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영세민의 식량문제를 정부가 책임지는 기초적인 복지정책을 통일 이전에 남한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 추가예산은 8,100억 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금년도 복지예산의 0.8%에 불과하다.
통일은 저절로 우리에게 굴러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남한의 자유 민주주의 경제체제가 이룩한 놀라운 경제성장은 오히려 새터민들이 느끼는 것처럼 이질감과 좌절감을 크게 할 뿐만 아니라 통일이 되면 남한의 거대 자본들이 들어와 북한주민들의 생활터전을 빼앗을 것을 염려하게 한다. 그러므로 북한 주민들의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북한 동포들이 보고 함께 살고 싶은 통일 시나리오가 마련되어야 한다.
당장 시급한 식량문제 이외에도 국유화되어 있는 북한의 토지와 부동산을 북한주민에게 배분하는 원칙이나 남한의 자본이 북한에 무차별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법들이 미리 만들어 져야 한다. 북한지역의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지원하는 합리적인 방안들이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각 분야에서 북한을 남한으로 유인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적으로 보여야 우리가 염원하는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 최근의 사태를 보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와 전략을 재점검하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통일시나리오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