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대로 수입차 안전기준, 15개월째 입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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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대로 수입차 안전기준, 15개월째 입법 못해
  • 함봉수 기자
  • 승인 2013.12.0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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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 의원, 수입차 특례조치 즉각 폐지 강조

 국민 안전과 국내 자동차 기업의 이중부담 절감을 위해 수입차 안전기준 특례를 폐지하려던 정부의 입법계획이 미국의 반발에 의해 사실상 무산됐고, 한미간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던 한미간 협의채널은 1년이 넘도록 구성조차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교통부는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박주선 의원(광주 동구)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자동차 안전기준 시행세칙 제4조 별표 4 개정 문제에 대한 한미간 인식차이가 큰 점을 감안하여 궁극적인 해결 방안 모색 등을 위해 작년 11월 3일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면서, “협의체와 FTA 자동차 작업반과의 관계, 협의체의 권한 범위, 개최빈도, 수석대표 및 관계부처 참여수준 등에 대해 협의 중”이라면서 해당 협의체가 그간 아무런 활동이 없었음을 시인했다.

 지난해 8월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안전기준 시행세칙 일부 개정안을 공고했다. 미국과 EU의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한국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특례(시행세칙 4조)를 폐지하는 내용이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캐나다 자동차 회사가 한국 시장에 캐나다 차를 수출할 때 미국이나 EU의 안전기준을 지켜도 한국의 안전기준을 지켰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 조항이 폐지되면 캐나다 자동차회사는 한국의 안전기준을 지켜야 한국에서 차량을 판매할 수 있다.

 국토부는 한·미 FTA, 한·EU FTA가 발효돼 미국, EU에 기존 특례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제3국에서 생산한 수입차량에도 이를 적용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공고된 뒤 미국 자동차업계는 반발했고, 미국 무역대표부가 한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한·미 FTA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많은 차량을 생산하는 크라이슬러나 포드와 같은 미국 자동차회사엔 이 특례가 유지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별표 4 폐지를 위한 입법계획에 대한 규제영향 분석서’를 보면, “한미 FTA 및 한EU FTA 발효 이전에 제3국에게 특례를 허용했던 것은 미국 및 EU와의 양자 협상결과를 이행하기 위하여 FTA 이외의 제도적 방안을 채택했던 시기의 한시적인 조치”라면서, “기존의 특례에 포함된 일부 항목에 대하여 수입차는 상대적으로 약한 외국 기준만 충족해도 되지만, 국내차량은 우리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하는 불평등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동 분석서는 ‘규제내용의 적정성 및 실효성’에 대한 항목에서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114조 제7항에 우리 안전기준으로 인정되는 외국의 안전기준을 국토해양부 장관이 고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으므로 그 고시된 외국 기준의 변경/폐지도 국토부 장관의 권한”이며, “국내 및 수입 제작사 의견 조회(‘11. 12. 8.)에서 국내 제작사 측은 본 사항은 주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고 적고 있다.

 아울러 ‘별표 4’ 폐지의 기대효과로 △국내에서 판매․운행되는 차량이 우리나라 사정에 가장 적합하게 발전되어온 우리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할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안전도 제고에 기여하고,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안에 대해 동일한 안전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법적용의 형평성을 확대하며, △안전기준간의 차이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우리 제작사가 부담할 상대적인 불이익을 낮추는 한편, △미국/EU 수출용으로 제작되었으나, 품질 등의 이유로 판매되지 않은 제3국의 차량의 판매를 차단할 수 있어 소비자의 안전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자동차안전기준시행세칙 제4조의 폐지 이외의 별도의 대안은 없음”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분석서는 “한미 FTA로 인해 미국 기준 28개는 미국 기준 전체로 확장되었고(제작사별 25,000대에 한함), 한EU FTA로 인해서 EU 기준 26개는 32개로 확장되어서 미국 및 EU는 기존 특례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제3국산 수입차량에도 이를 적용할 이유가 사라졌다.”면서, “기존의 수입차 안전기준 특례를 존치시킬 경우, 당사국의 종합적인 교통, 법령, 경제적 체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체결된 FTA 등 양자 협상과 무관한 국가의 차량이 기존의 특례를 이용하여 무제한으로 수입될 수 있어 우리 자동차 안전관리에 위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분석서는 “국내 제작사는 국내 판매차량은 우리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수출 차량은 수출국의 기준을 준수하도록 해야 하는 제작의 이원화를 부담하는 반면, 제3국의 제작사는 기존의 특례를 활용하여 미국 또는 EU에 수출목적으로 제작한 차량을 별도 제작의 부담없이 국내에 판매할 수 있는 불평등한 상황도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 또는 EU에서는 판매되기 어려운 품질의 차량도 단지 관련 기준을 준수하였다는 이유로 국내 시장에 판매될 가능성이 높아져 제작사의 자기인증만으로 국내 판매가 가능한 우리 현실을 감안할 경우, 안전상의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기존의 수입차에 적용되던 안전기준상의 특례인 ‘자동차안전기준시행세칙 제4조’를 폐지하고자 한다고 적고 있다.

 박주선 의원은 “수입차 안전기준 특례 폐지는 한국 정부의 주권사항으로 우리 국민의 안전도를 높이고 우리 기업의 이중부담을 줄이기 위해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면서, “미국 자동차업계의 항의로 정부의 입법계획이 무산된 것도 모자라, 의견 조율을 위해 구성하겠다던 협의체를 1년이 넘도록 구성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 의원은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데 목맬 필요가 없다. 한국의 주권사항인 자동차 안전기준과 관련하여 근거가 사라진 수입차에 대한 특례조치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5월 3일 ‘수입차 안전기준 특례 폐지를 둘러싼 쟁점과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미국, EU와 같은 FTA 체결국이 수입차 안전기준 특례 폐지 조치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근거는 희박하다”며 “한국 정부의 특례 폐지는 한·미 FTA, 한·EU FTA에 따른 구체적인 국내 이행 조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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