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변영섭)은 근․현대 산업기술 분야에서 산업사적·문화적 가치가 큰 ‘압사기’,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 ‘현대자동차 포니1’ 등 18건을 21일 문화재로 등록 예고하였다.

  ‘압사기(壓寫機)’는 우리나라 최초의 조폐기관인 전환국(典圜局)이 화폐를 제조하기 위해 1886년에 독일에서 도입한 조폐기기의 하나로, 주화의 금형(金型)을 만드는 기계이다. 우리나라가 국외에서 도입한 첫 번째 근대식 생산기계로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는 공병우(公炳禹, 1906~1995)가 개발한 타자기이다. 현재의 표준 자판은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두벌식 배열이지만, 이 타자기의 자판은 글쇠에 자음과 모음 외에 받침까지 추가되어 있는 세벌식 배열이다. 초성·중성·종성으로 나누어지는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가 타자기의 자음․모음․받침의 글쇠로 구현되었다. 실용화된 한글 타자기의 초창기 제품으로서, 한글의 기계화에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현대자동차 포니1(Pony1)’은 현대자동차가 1975년부터 1985년까지 생산한 후륜(後輪) 구동의 승용차로 우리나라 최초의 양산형 고유 모델 자동차이다. 포니1은 우리나라 자동차 공업의 자립과 도약의 발판이 되어준 차종으로, 자동차 산업기술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였다.

  ‘해양조사연보(海洋調査年報)’는 1921년부터 한반도 주변 해양의 수온, 염분, 기상요소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발간한 것으로, 현재까지도 해양환경을 관측한 정기적인 연간물로 발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오랜 기간 지속해서 발간되는 해양조사 기록물은 세계적으로도 그 예가 드물며, 문화적·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통일벼 유물’은 1960년대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수확 신품종 개발의 성과물인 통일벼 육성 과정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들이다. 주곡 자립의 결과를 이루어낸 허문회(許文會, 1927~2010)를 비롯한 육종학자들의 연구, 신품종의 보급과 영농교육에 매진한 농촌진흥청의 노력이 담겨 있는 유물로 그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연구용 원자로(原子爐) TRIGA Mark-Ⅱ’는 1959년에 도입한 원자력 연구용 원자로 시설로 1962년 가동을 시작하여 1995년 가동이 중단될 때까지 30여 년 동안 원자력 관련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였다. 원자로 기술 자립과 발전에 공헌하였으며, 우리나라가 원자력 강국으로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전기로(電氣爐)’는 1966년에 부산에 설치되어 1980년까지 약 140만 톤의 철강을 생산한 아크로(Electric Arc Furnace) 방식의 15톤 규모 전기로이다. 전기로 제강 공정과 관련된 슬래그(Slag, 쇠 찌꺼기) 박스 등의 부속시설과 함께 1998년에 현재의 위치인 음성 철박물관으로 이전되어 보존되고 있다. 1960년대 우리나라 근대화 산업을 견인한 철강 산업의 시초가 되는 산업시설물로써 중요한 산업사적 가치가 있다.

  ‘연세 101 아날로그 전자계산기’과 ‘아날로그 전자계산기 3호기’는 연세대학교 한만춘(韓萬春, 1921~1984), 한양대학교 이만영(李晩榮, 1924~2013)이 각각 1961년과 1964년에 제작한 것으로, 진공관식 전자장치를 사용하여 고등 미적분 계산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전자계산기이다. 이 기기들은 디지털 컴퓨터가 도입되기 이전인 1960, 70년대 제어공학 분야에서 교육과 연구에 활용되었으며,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금성 라디오 A-501’은 1959년에 제조된 우리나라 최초의 진공관식 라디오로, 전자회로의 설계와 제품 생산의 기술 축적 등 전자산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산업디자인의 역사적 측면에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금성 냉장고 GR-120’은 1965년에 제조된 우리나라 최초의 가정용 냉장고로, 이를 통해 축적된 기술은 실내용 에어콘, 대형 건물의 냉온방 컨트롤, 대형 냉장시설 등에 응용되는 등 냉장산업의 기술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산업디자인의 발달사 측면에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금성 텔레비전 VD-191’은 1966년에 제조된 우리나라 최초의 흑백 텔레비전으로, 화면 크기는 19인치이며 제품에 따라 받침다리를 설치하여 고급 가구의 이미지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텔레비전은 회로기술, 통신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전자제품으로, 이 제품의 개발을 통해 당시 낙후된 전자통신 기술·산업이 크게 발달하였다. 또 영상매체 시대 진입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금성 세탁기 WP-181’은 1969년에 제조된 우리나라 최초의 세탁기로, 세탁과 탈수의 기능이 별개로 되어 있는 2조 수동식 구조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 위생의식과 경제여건의 상승 등에 따라 가정의 필수품이 된 세탁기는 사회적 여건과 기술 채택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준다.

  ‘삼성 64K DRAM’은 1983년에 개발한 우리나라 최초의 상용화된 반도체로, 손톱만한 크기의 칩 속에 6만4천개의 트랜지스터 등 15만개의 소자를 800만개의 선으로 연결해 8천자의 글자를 기억할 수 있는 VLSI(초고밀도 집적회로)급 반도체이다. 64K DRAM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가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는 계기가 되었으며, 집적회로의 실용화는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하였다.

  ‘글 1.0 패키지’는 워드프로세서 글의 최초 상용버전으로 1989년 4월에 출시되었으며, 화면에서 최종 결과물의 모양을 보면서 편집(WYSIWYG 편집)이 가능하다. 다양한 글꼴과 선 그리기 기능을 지원하여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정보화를 이끈 가장 중요한 도구인 워드프로세서의 대표 제품이자, 한글의 정보화에 기여한 기술적·문화적 가치가 크다.

  ‘치도규칙(治道規則)’은 조선시대 말기 개화운동가 김옥균(金玉均, 1851~1894)이 도로 정비 계획의 방향을 제시하고 내용을 기술한 책이다. 이 책은 당시의 도로 정비 인식과 우리나라 도로 정비의 역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과학조선(科學朝鮮)’은 1933년부터 1944년까지 김용관(金容瓘, 1897～1967)이 이끈 발명학회와 과학지식보급회의 주도로 발간된 과학기술 종합잡지로, 당대의 과학기술 활동 전반을 광범위하게 담고 있다. 한국인들의 과학기술 관심 고취, 과학 대중화 운동 등의 파급효과가 나타나, 대중에 대한 과학계몽과 과학발전을 주도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있다.

  ‘국가표준 도량형 유물’은 대한제국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의 표준도량형기와 검정(檢定)을 위해 사용했던 검정기류로, 도량형(度量衡)의 '도(度)'는 길이를 측정하는 도구, '량(量)'은 용량을 계량하는 도구, 그리고 '형(衡)'은 중량을 측정하는 도구이다. 이들 유물은 한국 근대의 역사와 당시 사회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가치가 있다. 이번 등록유물은 등록문화재 제320호 ‘국가표준 근대도량형기’(2006년 12월 등록)를 재정리하여 82종 218점을 추가로 등록하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등록 예고되는 근․현대 산업기술 유물에 대하여 30일간의 등록 예고 기간 중 수렴된 의견을 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이다.

권혁중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