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글로벌뉴스통신] 사단법인 만해사상실천연합(이사장 홍파 스님, 대한불교 관음종 종정)은 만해 한용운 스님 탄신 145주년을 맞아 오는 8월 29일 오후 1시 서울 성북동 심우장에서 ‘제9회 만해평화문학축전’을 연다. ‘만해와 대승불교’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만해축전에는 만해사상실천연합, 동국대 총동창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스님 등 각계인사 100여명 참석리에 1부 기념식, 제2부 학술세미나에 이어 제3부에서 문학축전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에 열리는 ‘만해와 대승불교’를 대주제로하는 ‘만해평화문학축전’은 첫째 ‘대승보살로서의 만해 선생의 삶과 사회적 실천, 불교개혁 사상을 재조명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둘째 만해스님의 대승 이념을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계승하고 실천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방안 모색이다. 셋째로는 그의 사상과 이념과 정신을 담아내 온 그의 문학세계 즉 만해의 시를 통해 이를 반조해 보는 데 의미가 있다.
만해의 자유와 평등사상, 민족사상과 민중사상으로 집약되는 만해스님의 불교적 세계관과 독립사상은 만해문학의 주류이자 요체인 것이다. 이른바 만해문학은 불교사상과 독립사상, 문학사상이 삼위일체를 이룬다는 점에서 그 주요특징이라 할 것이다. 만해문학 그 중에서도 만해 시의 특징은 바로 불교사상과 독립사상이 문화예술적으로 결합되어 문학의 자유로운 틀 속에서 다양한 님의 모습으로 현출된 데에 있다. 대자유인 만해가 허공에 흩뿌린 숱한 시어들은 그를 지탱해 온 사상의 뼈대요. 어쩌면 스스로의 원천을 이루는 피와 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미리 감상해 보기 위해 제3부 김재엽 한국불교문인협회장을 좌장으로 개최되는 ‘심우장과 만해문학의 향연’에서 낭송될 만해 시 4편을 진행 순으로 소개한다.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태종호 시인 낭독)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1]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마종옥 시인 낭독)
‘당신이 가신 때’
당신이 가실 때에 나는 다른 시골에 병들어 누워서 이별의 키스도 못하였습니다/ 그때는 가을바람이 첨으로 나서 단풍이 한 가지에 두서너 잎이 붉었습니다// 나는 영원의 시간에서 당신 가신 때를 끊어내겠습니다/ 그러면 시간은 두 토막이 납니다/ 시간의 한 끝은 당신이 가지고 한 끝은 내가 가졌다가 당신의 손과 나의 손과 마주잡을 때에 가만히 이어 놓겠습니다//
그러면 붓대를 잡고 남의 불행한 일만을 쓰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당신의 가신 때는 쓰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영원의 시간에서 당신의 가신 때를 끊어내겠습니다// (김태진 시인 낭독)
만해는 말합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이 없습니다.’ 만해 한용운의 딸 한영숙은 말합니다. ‘나는 창씨개명을 하지 않아 민적도 없어 황국신민학교 근처에도, 식량 배급표조차 본 적이 없다.’ 김태진 시인은 말합니다. ‘나는 영원의 시간에서 만해 당신 가신 때를 끊어내겠습니다. 붓대를 잡고 남의 불행만을 쓰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본적을 가진 일본신민임을 자랑하며 만해 당신을 일본적도 없고 조선적도 없는 유령 같은 자라고 조롱할 지라도 나는 영원의 시간에서 만해, 당신의 가신 때를 끊어내겠습니다 그려’(김태진 사족)
‘생의 예술’
모든 곁에 쉬어지는 한숨은 봄바람이 되어서, 여윈 얼굴을 비치는/ 겨울에 이슬 꽃이 핍니다./ 나의 주위에는 화기(和氣)라고는 한숨의/ 봄바람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수정이 되어서, 깨끗한/ 슬픔의 성경(聖境)을 비칩니다./나는 눈물의 수정이 아니면, 이 세상에 보물이라고는/하나도 없습니다./ 한숨의 봄바람과 눈물의 수정은, 떠난 님을 기루어하는/ 정(情)의 추수입니다./ 저리고 쓰린 슬픔은 힘이 되고 열이 되어서,/ 어린 양과 같은 작은 목숨을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님이 주시는 한숨과 눈물은 아름다운 생의 예술입니다.//(이희정 시인 낭독)
만해문학의 향연, 그의 시 낭송을 통해 만해의 시적 정신과 나라의 독립이라는 필생의 화두와 절치부심하며 일필휘지하듯 거침없이 써내려간 ‘님의 침묵’속에 천백억 화신으로 나타나는 '님'의 존재를 찾아본다. 허! '님의 침묵'을 읊조리니 나는 님을 찾고, 님은 나를 찾아 나서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