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엽경의 산실, 스리랑카 알루비하라 사원에 한국의 ‘살풀이’ 춤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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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엽경의 산실, 스리랑카 알루비하라 사원에 한국의 ‘살풀이’ 춤사위
  • 김태진 문화예술위원장
  • 승인 2024.08.0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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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불련’, 평생 한국-스리랑카 불교교류 위해 헌신해 온 ‘난다라타나’ 스님 추모

[서울=글로벌뉴스통신]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회장 정승윤,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하 공불련)가 제18차 해외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이번 순례는 스리랑카에서 7월29일부터 8월5일까지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정보원 세기법우회, 조달청 불자회 등 중앙부처와 서울특별시청 등 10개 기관 공무원 불자 및 가족 35명이 참석했다.

공불련은 매년 해 오던 순례행사를 코로나 팬더믹으로 잠정 중단해오다 올해 코로나19 종식이후 각급기관 불자회 활성화, 해외불교문화 신행체험, 국제교류 등을 위해 스리랑카 성지순례를 시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공불련)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제18차 해외성지순례(스리랑카)
(사진제공:공불련)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제18차 해외성지순례(스리랑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올해 재개되는 해외성지순례의 의미를 더해 부처님의 치아사리가 모셔진 캔디 불치사, 스리랑카 최대의 석굴사원인 담불라, 최초경전 패엽경을 모신 마탈레 알루비하라 사원 등 불교성지를 두루 찾아 공직자의 본분인 나라위해 두 손을 모았다. 

(사진제공:공불련) 패엽경의 산실 알루비하라 사원 입구
(사진제공:공불련) 패엽경의 산실 알루비하라 사원 입구

특히 8월1일 참배한 알루비하라는 기원전 1세기에 세워진 불교사원으로 아누라다푸라, 담불라, 미힌탈레에 이어 스리랑카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사원답게 많은 불교경전을 보전하고 있다. 큰 바위를 파내 만든 석굴사원 안에는 와불, 좌불상, 설교하는 형태의 입상 등이 있고 바위에 그려진 프레스코(Fresco)화는 자타카(Jataka)라는 팔리어로 쓰인 고대 인도의 불교설화 이야기인 본생담(本生譚)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제공:공불련) 알루비하라 석굴 꽃공양(대불스님, 김태진 고문)
(사진제공:공불련) 알루비하라 석굴 꽃공양(대불스님, 김태진 고문)

이 곳은 2,000여년 전부터 불교도들이 법회장소로 이용해 왔고 그간 한국과의 교류를 나타내듯 절 입구에는 우리나라 팔만대장경을 모신 법보종찰 해인사에서 기증한 한국 종과 종각, 불상도 모셔져 있다.  

(사진제공:공불련) 패엽경 제작과정 시연후 완성된 패엽경
(사진제공:공불련) 패엽경 제작과정 시연후 완성된 패엽경

현재 알루비하라에는 수행서인 ‘청정도론’의 저자 ‘붓다고사’ 스님이 머물렀던 석굴과 몇 개의 다고바 그리고 편히 쉬고 계시는 와불이 모셔진 두 곳의 석굴 사원만이 남아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공불련) 패엽경 제작후 송도근 고문(전 사천시장) 등 순례단에 수여
(사진제공:공불련) 패엽경 제작후 송도근 고문(전 사천시장) 등 순례단에 수여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붓다의 말씀이 이곳에서 문자로 거듭났기에 찬란히 빛나는 사원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패엽경전은 부처님의 초기 가르침을 가장 근접하게 경율론(經律論)삼장으로 기술해 놓은 ‘팔리어 삼장’(Tripitaka)으로, 무명을 걷어내는 찬란한 빛과 같은 소중한 문헌이다. 이 경전이 현재까지 남아있다는 사실은 스리랑카의 축복이자 불교인은 물론 전 세계인들의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자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사진제공:공불련) 싱할리어로 된 삼귀의 수록 패엽경
(사진제공:공불련) 싱할리어로 된 삼귀의 수록 패엽경

당시 700여명의 스님들이 기원전 1세기 7년간 4회의 결집을 거쳐 경·율·론 삼장을 나뭇잎에 새겨 패엽경을 완성했다니 마음 숙연해진다. 여느 때처럼 그곳에 계신 스님들은 직접 패엽경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시고 이를  기념으로 나눠주며 진리를 전하는 모습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는 반응들이 이어진다.  

(사진제공: 공불련) 지난해 11월 입적하신 알루비하라 사원 주지 난다라타나 스님
(사진제공: 공불련) 지난해 11월 입적하신 알루비하라 사원 주지 난다라타나 스님

이토록 유서 깊은 알루비하라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이 절의 주지였던 ‘난다라타나’(Rev Inamaluwe Nandaratana Thero)스님은 지난해 11월 입적하기 까지 한국-스리랑카 문화사회 복지재단 감사로 한국과 스리랑카의 불교교류를 위해 헌신하였다. 1994년 한국에 유학와 연세대 외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뒤 2006년 동국대에서 불교학 박사 학위를 받아 최초의 한국 박사로 '불교학자료총서 34권'(2008), '팔리어 직역 법구경'(2010)을 펴냈고 불교활동 틈틈이 국내 스리랑카 노동자들의 인권을 대변하고 우호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이후 스리랑카로 귀국하여 알루비하라 사원 등 3곳의 주지로 봉직하는 한편, 대한불교조계종이 스리랑카 쓰나미 피해지역에 세운 조계종복지타운 운영을 도왔으며 한국과 스리랑카를 오가며 포교 활동을 하던 중 지난 해 11월 10일 새벽 세수 58세로 스리랑카 알루비하라에서 입적하였다. 

(사진제공:공불련) 한국에서의 스님 다비식 모습
(사진제공:공불련) 한국에서의 스님 다비식 모습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스님은 한국 불교와 맺은 깊은 인연으로 양국 불교 교류는 물론 우호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며 "부디 다시 사바세계에 오셔서 중생구제와 불교 발전에 힘써주시기를 기원한다"는 애도 메시지를 발표한 바 있다.

공불련은 이번 해외성지순례 중 폐엽경의 산실, 스리랑카 알루비하라 사원 참배를 계기로 스님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어 추모의 마음을 함께했다. 추모행사는 서울시 송파구청 이희영 가족인 한국무용가 최동선(崔東先) 선생이 녹음된 국악장단에 맞춰 살풀이춤을 추었다. 
 최 선생은 국악예술학교(現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출신으로 박귀희(국가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병창 예능보유자, 1921-1993)와 한영숙(국가무형문화재 27호 승무, 40호 학무 예능보유자, 1920-1990)에게 기악과 노래와 춤을 배웠고, 1990년 이후 이애주(국가무형문화재 27호 승무 예능보유자, 1947-2021) 춤을 사사하기도 했다. 

(사진제공:공불련)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최동선 무용가의 승무
(사진제공:공불련)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최동선 무용가의 승무

최동선 무용학원을 개설, 고전무용과 장구 등을 보급하고 해동춤연구회 회장, 금릉여성무용단 단장을 맡아 학교, 교도소, 복지시설 등에서 농악, 가야금, 춤 등을 가르치며 지역의 문화전령사로 활동해 왔고 해동무용단을 조직하여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경력을 가진 재인이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아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 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여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 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부처님의 나라, 보석의 섬 스리랑카에서 모두 두 손 모우며 이구동성 조지훈의 승무를 외웠다. 
 

(사진제공:공불련) 공불련 알루비하라 성지순례중 난다스님 추모법회
(사진제공:공불련) 공불련 알루비하라 성지순례중 난다스님 추모법회

승속의 번민과 고뇌를 춤으로 승화시킨 승무, 살풀이춤! 가사(袈裟)에 긴 장삼(長衫)을 허공에 흩뿌리는 모습과 치마 끝에서 보일 듯 말 듯 한 버선코의 움직임! 승무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춤사위가 아닌가? 바라춤과 달리 인간의 춤, 승무(僧舞)! 정중동(靜中動)의 멈춰선 움직임 그것은 중도(中道)이자, 정동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순수한 몰입에서 만 가능한, 고요한 흐름 긴 호흡이라 할 것이다. 스리랑카 하늘에 울려 퍼진 한국의 살풀이 춤 사위를 불단 넘어 허공가득 올리며 한국과 스리랑카의 우호협력을 위해 헌신한 ‘난다’스님을 위해 합장했다.

(사진=공불련 제공) 스리랑카 하늘에 뜬 칠색 선명한 무지개
(사진제공:공불련) 스리랑카 하늘에 뜬 칠색 선명한 무지개

 한국 K­ 문화의 위대한 숨결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스리랑카 마탈레 알루비하라 패엽경 사원을 돌아 하산하는 길에 한 줄기 여름비가 내렸다. 그리고 하늘에는 스님의 화현인 듯 일곱 색 무지개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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