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GNA) 김태진의 서사로 읽는 시문학 살롱(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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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GNA) 김태진의 서사로 읽는 시문학 살롱(6)
  • 김태진 기자
  • 승인 2023.04.12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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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글로벌뉴스통신] 문학평론가 김태진의 서사로 읽는 시문학 살롱, ‘뜰 앞의 잣나무’

 

「그리워라, 그리워라」,

- 상사몽(相思夢, 서로 사랑하고 사모하여 꾸는 꿈)

 

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내가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 왔네  儂訪歡時歡訪儂 (농방환시환방농)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날 밤 꿈에는            願使遙遙他夜夢 (원사요요타야몽)

같이 떠나 오가는 길에서 부디 만나기를         一時同作路中逢 (일시동작노중봉)

 

                                               - 황진이(1506〜1567), 상사몽(相思夢) 꿈

(사진: 김태진 인문학 기록사진) 동자의 모습, 그리움의 형상화
(사진: 김태진 인문학 기록사진) 동자의 모습, 그리움의 형상화

누군가를 그리며 소월의 스승 김억(김안서)이 위의 시를 번안한 <꿈>이라는 노래를 홀로 불러보는 밤이다.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 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꿈길 따라 그 임을 만나러 가니/ 길 떠났네 그 임은 나를 찾으려/

밤마다 어긋나는 꿈일 양이면/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김억의 제자 소월의 <풀따기>를 덧대어 헛헛한 심사를 이어본다. 도시 몽중(夢中), 꿈이로다.

우리 집 뒷산(山)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 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헤적헤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여운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말해보아요//

 

황진이,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으로 진랑(眞嫏), 명월(明月)로도 불리 운다, 뭇 시인묵객 들과의 에피소드, 그 기행과 남긴 언설과 행보는 이미 전설이 되어 남았다. 그리움을 꿈으로 불러들이는 그 심사, 거기에 보탤 것도 더 언급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나의 모든 것을 우선멈춤 하게 한다. 마침내 창파(滄波)에 백발(白髮)이 진토 되어 버린 세월, 명월을 슬퍼하노니. 이제 눈빛하나 주지 않는 그 사람을, 그런 사람을 기리나니. 만날 길이 아득해 진 오늘, 꿈길에서나마 만나려나?

그런 기다림의 밤이 수없이 가고 그리고는 몇 해가 지나갔다. 꿈같은 세상살이를 살면서 또 꿈을 노래했다. 어느 해 잠을 이루지 못했던 날 밤, 문득 써둔 글귀를 떠 올려본다.

 

어둡고도 기나긴 밤/ 새벽녘 어스름한 별빛에 비추어보던 그 마음 /

마치 해일과 같이/ 큰 파도 왔다가 남김없이 사라지나니 /

새벽녘 고요한 모습 / 섣달 초파일 새벽//

 

오늘 문득 꿈같은 세상사 그리움의 끝  / 성도한 밤

이제는 이토록 여여 하여라/ 나날이 그 날임을 ...

나 또한 깨달음을 /몰록 알아 증득하여 지이다. //

 

헛 살아온 지난밤을 보내고/ 새벽 무렵 깨어나니/

헛것과 진배기가 둘이 아니요. / 중생이 곧 붓다임을 /

그립고 그리움에 밤을 지새 맞이한 새벽 //

 

어둡던 기나긴 밤으로 하여 /

밝은 찬란 보리광명의 새 아침옴을 알겠네. /

비로소 알겠네.//

   - 지국 김태진 교수의 ‘작은 생각 큰이야기’ 중에서

 

세상이 왜이래요? 세상 탓은 언제나 그랬다. 요지경 세상에 살면서 명월이 살았던 칠거지악(七去之惡), 삼종지도(三從之道) 삭막 살벌 암울했던 현실이야 오직했으랴. 오늘날에라도 이런 저런 핑계로 어제일 마냥 퉁치고 가기엔 너무 아프다. 코비드19 팬데믹에 시달린 민생들은 여기저기서 다그치는 소리로 서로 만나 숨 가쁘게 그냥 헤어지는 시간이 길게 이어진다. 어떤 곡(哭)소리, 절규와도 부딪치는 일은 다반사가 되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

이즈음에 고준한 선사들은 어떤 말씀으로 시어를 금과옥조 하셨을까 궁금해진다. '원래 세상은 다 그런 거야'라며 많은 세상의 소리, 그 원류를 찾으라고 하시지는 않았을까?  꿈일망정 하늘 가운데 점을 찍은 천중선원(天中禪院) 에 마음 한자리 만들어 앉으니, 꿈같은 일들이 세상의 좌표가 되어 오롯해 지나니 생각이 생각을 따라온다.

반주삼매(般舟三昧), 일행삼매(一行三昧) 염념상속(念念相續)이로다. 꿈같은 세상살이! 물은 물, 산은 산이로다! 아득한 꿈[상사몽] 흐름을 다한 자리, 아득히 피어난 안개 가득한 흐름이여! 꿈과 근심이 있거든 차라리 근심이 꿈 되고 꿈이 근심 되어라.

 

문학평론가 김태진 법학박사는 동아대학교 법무대학원 교수, 한국헌법학회 수석부회장, 국가기관 과거사 진실위원회 사무처장, 국정원 원사편찬실장 등 역임, 공직 30여년 퇴임 후 현재 헌법기관 민주평통 자문위원,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소장, NGO 붓다를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대표, 사단법인 만해사상 실천연합 상임감사, 한국공무원불자연합 고문, 한국문인협회(문학평론가· 수필가), 글로벌뉴스통신 문화예술위원장으로 활동 중, 주요저술로는 헌법스케치(1997), 국가기관 과거사 정리 백서(공저 2007), 호국 인왕반야경(공저 2015), 論 아득한 성자(2021), 不二로 만나다 -만해 한용운, 만악 조오현 시세계(근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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