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뮤지컬 배우의 편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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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뮤지컬 배우의 편지-8
  • 박영신 기자
  • 승인 2021.04.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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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뉴스통신 DB) 뮤지컬 배우, 연극배우, 박상준
(사진:글로벌뉴스통신 DB) 뮤지컬 배우, 연극배우, 박상준

[서울=글로벌뉴스통신]겸손함에 대하여...

나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에 하나만 들어보라면 언제나 ‘겸손’을 꼽아왔다. 그런데 그 겸손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어려운 덕목인지 요즘 들어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는 중이다.

이제 갓 새내기를 면한 짧은 연기경력이지만 그동안 나는 참 운이 좋았다. 대학에서 연기전공을 하면서 주로 맡은 것이 주인공 역이었고, 대학을 졸업한 뒤 첫 무대 ‘레미제라블’에서도 주인공에 버금가는 ‘마리우스’역을 따내면서 솔직히 말해 내심 ‘우쭐’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 데뷔이후 무대에서 만나는 수십 년 ‘연기 내공’의 대선배님들에게서 다시금 ‘겸손’을 배우고 있다. 후배 배우들을 존중해 주고 진심을 다해 대하는 예사롭지 않은 태도에서 말이다. ‘겸손’이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낮추는 것을 이르는데,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이 뒤따르니 진심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 분들에게서 배우는 ‘겸손’은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자세다. 또한 상대방의 장점과 성취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 내가 존중받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상대방을 존중해 주고 동일하게 대해 주는 태도다.

유대인들의 격언 중에 “겸손은 지혜를 둘러싼 울타리”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지혜란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겸손함은 지혜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한 우리 선조들의 격언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내가 몸담고 있는 ‘연기’라는 분야는 ‘팀워크’가 빚어내는 예술이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라던 어느 연기자의 수상소감 처럼 연기란 팀워크로 ‘밥상’을 차리는 일이다. 제대로 된 팀워크를 위해서는 ‘겸손’은 꼭 필요한 ‘양념’이다. 팀원들이 서로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하고 팀의 성과나 업적을 자신들의 공으로만 돌리려 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 ‘겸손’은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이들의 역량까지도 최대치로 높일 수 있게 해주는 자양분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겸손하다는 것이 무작정 자신을 낮추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을 낮추더라도 상대방에게 존중을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용기나 줏대가 없이 남에게 굽히기 쉬운 것을 의미하는 ‘비굴’과는 엄연히 다른 차원이다.

흔히 연기자 혹은 연예인이라고 하면 자신을 최대한 드러내야 하는 직업이라 겸손함과는 거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면의 공력이 없는 화려함은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단단하게 다져진 내면의 화려함이 자연스럽게 빛을 발할 때 비로소 ‘별의 순간’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리라. 

지금까지의 나는 ‘작은 성취감’에 빠져 내 스스로를 바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는 자괴감이 든다. 내가 부족한 부분보다는 잘난 부분을 보고 힘을 얻으려 노력했고, 그런 태도와 생각들이 나의 발전과 성숙을 더디게 만들지 않았나싶다. ‘겸손’을 덕목으로 삼으면서도 실천하지는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스스로를 진실하게 바라보고 부족함을 인정한다면, 시간이 지나 겸손이라는 가치를 실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만큼 부족한 부분을 발전시키고 인간적으로도 성숙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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