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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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레스크
  • 박형태 기자
  • 승인 2020.03.07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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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최악의 시나리오 중에도 청초한 기쁨을 선사해 주는 '아이(Ha na)'

[울산=글로벌뉴스통신]

코로나19.
3월 7일 0시 현재 확진 환자 6,767명, 사망43명, 검사를 진행 중인 사람이 2만 명이 넘는다. 전문가들이 만 명을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급기야 142명이 사는 아파트에 확진자가 46명에 달하자 아파트 전체가 코호트 격리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최악의 역병(疫病) 시나리오다.

이미 세계 국가들 중 102개국이 한국인의 입국제한 조치로 코로나국가로 낙인찍었고, 급기야 일본까지 한국인 전면 입국금지 결정을 내렸다. 우한폐렴 발원지 중국은 역으로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세계경제대국 11위인 대한민국! 국제사회와 연관되지 않고는 하루도 살 수 없는 나라, 모든 경제 활동이 무역이 주 활동인 나라다. 코로나19 충격은 단 2개월 만에 모든 국가시스템을 중단시키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체육, 국제 모든 부분을 스톱시키고 말았다.

2월 중순까지 확진자가 20여명 이던 것이 19일부터 특정종교단체에서 확진 이후 집단감염, 이동감염, 지역사회 감염, 코호트 격리 등이 전개되고 있다. 그 누구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시상황 처럼 연출되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없고, 가게는 문을 열어도 사람이 없다. 관공서는 민원 접촉을 꺼리고, 다중이용시설은 중단되거나 폐쇄되었다.

우리 시설과 사무실도 휴교한지 2주 일 째다. 실무자는 1명만 출근하여 사무정리를 하고 있다.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다. 울산지역도 확진자가 24명이다. 지인들의 피부마사지샵, 노래방, 다슬기식당, 대중목욕탕, 꽃집도 문을 닫았다. 그 북적이던 웰빙 보리밥집도 설렁하다. 2주일을 넘기면서 이곳저곳에서 곡소리가 들린다. 이러다가는 코로나로 죽기 전에 굶어 죽는다는 소리다.

답답하고 우울한 나날이다. 즐기던 문학모임도 줄줄이 취소다. 고립되니 글이나 쓰자고 하지만 이마저도 힘에 부친다. 이 와중에 2주 전 먼저 간 시인을 생각하며 잠을 설치기가 몇 일 지속되더니 소화기 기능도 엉망이고 간혹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집에 쳐 밖 혀 있으니 목욕도 하지 못하고, 수염도 2~3일 맘대로 부추 밭을 일군다. 신나는 노래를 틀어도 신이 나지 않는다. 무기력감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자가 격리된 사람들은 하루하루는 오죽이나 할까 남의 일이 아니다.

이 와중에 우리 집 7살 손녀(꼬맹이) 하나(Ha na)가 나에게 에너지를 전해준다. 맑은 두 눈으로 “코로나 내가 확 날려 버릴거다!!” 고 당차게 나온다. 유치원도 3주간 휴교라 긴급 돌봄을 신청하니, 반 친구 23명 중 자기 혼자만 나온다고 전해 준다. “할아버지 친구들은 23일 등교한데” 라고 하는 말에 왠지 유치원에 미안함 마저 들게 한다.

피아노 배운지 6개월 째 접어든다, 제법 빨리 양손으로 건반을 두드리더니 베토벤 사후 발표된 「엘리제를 위하여」를 넘어,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한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까지 덤벼들더니, 급기야 「소녀의 기도」도 칠 수 있다. 어제는 “할아버지 「유모레스크」 아느냐?”고 다그친다, “할아버지 그것도 몰라, 학교 다닐 때 안 배웠어?”한다. 급히 이 곡들을 찾아보니 중학교 음악시간에 들어본 곡이다. 이제야 어렴풋이 곡목을 알았으니 나도 음악에 참 문외한임을 인정한다.

하나가 유치원에 가면 선생님이 “하나 피아노 한 번 쳐 주라” 한단다. 하나가 즐거운 마음으로 피아노를 대하니 선생님은 대견하다 했을 법도 하다. 저녁이면 이웃 소음 때문에 함께 인터넷으로 「터키 행진곡」 음반을 같이 본다. 전문가의 현란한 피아노 건반을 달리는 손가락을 보며 “봐봐 ~ 손가락이 날아 다닌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나는 “할아버지 나도 저를 수 있겠지?” 말한다.

하나가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은 휼륭한데 우리는 하나가 음악 쪽으로 나서기보다 경찰관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왕에 고동색 피부로 태어나고, 글로벌 스타일이라면 외사계 경찰이 되어 국제적으로 활동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꼬맹이 애비의 고향까지는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하니 숙명으로 받아들여 주기 바랄 뿐이다.

코로나19로 답답한 일상에서 꼬맹이 하나의 앙증맞은 애교의 눈망울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나를 즐겁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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