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방한과 관련한 손학규 고문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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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 방한과 관련한 손학규 고문의 입장
  • 허승렬 기자
  • 승인 2014.04.26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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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 방한에 즈음하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월 25~26일 이틀 동안 한국을 방문한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300여명의 어린 학생과 무고한 시민이 숨지고 실종돼 온 국민이 충격과 분노에 넋을 잃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 방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국가의 총체적인 재난시스템의 부실과 부재로 꽃다운 어린 목숨들이 바다 속에 스러져 간 데 대해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죄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인간의 생명과 시민의 안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을 이토록 방치한 데 대해 이 나라 정치를 책임진 한 사람으로 부끄럽고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아직 찾지 못한 학생과 시민들이 부디 생명으로 돌아오기를 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은 북한의 핵 위협과 무력 도발로 한반도 안보질서가 위협 받고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으로 촉발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새로운 환경의 조성이 요구되는 상황이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 특히 이번 방문이 동북아 질서의 구조적 변화의 한 가운데 이루어져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신형 대국관계’의 형성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이라는 국제 질서의 재편이 그것이다.
 
한·미동맹은 지난 60년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앞으로도 한·미동맹은 동북아의 평화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핵심축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무력도발이 우려되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동맹이 굳건함을 재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제 동북아 질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미동맹은 현상 유지의 과제를 넘어 변화를 관리하고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미래질서를 수립하는 데 적극적으로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을 내걸고 있으나, 이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전략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주로 군사 부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데 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아시아재균형정책평가보고서(2014.4.17)도 “이 정책이 군사전략으로 인식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중국 봉쇄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정책은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미국의 군사력을 아시아로 이동하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역할 증대를 꾀하는 등 군사적 대응에 치중해 온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아시아재균형 정책이 이 지역에 군사적 긴장과 대결구조를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 동북아시아가 냉전적 대결구도, 즉 한·미·일의 해양세력과 북·중·러의 대륙세력으로 전선을 구축해서는 안 된다.
 
이런 차원에서 한·미동맹도 미·중간의 대결보다는 조화를 촉진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한국 국민들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와 주변에서 갈등하고 싸우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미·일 군사협력을 대 중국 균형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하려고 의도한다면, 이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지도력을 회복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중국을 국제사회의 건설적 이해당사자로 편입하고 북한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려는 ‘아시아 재균형’의 본래 취지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이 급속하게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 데 주목하면서 동북아시아가 군사적 팽창과 대결의 장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의 군사적 확장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우려를 중국은 깊이 있게 받아 들여 역내 갈등과 불안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사일 방어체계(MD)를 바탕으로 한 한·미·일 3각 군사협력 추진이 중국과의 대결구도를 상정한 것이라면, 이 또한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역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동북아의 공동 번영, 특히 중국 시장과 깊이 연계 되어 있는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효과에 대한 한국 국민의 우려도 깊이 있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북한 핵문제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4차 핵실험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고, 한·중·일 관계에서도 역사 및 영토 문제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의 동맹국이자 가장 중요한 우방인 미국은 힘의 균형이 변화하고 역사 및 영토 문제가 분출하며 북핵의 위협이 상존하는 동북아 지역의 안정자로서 건설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우호협력은 양국의 번영과 역내 평화를 위해 긴요한 사항이다. 한·미·일의 긴밀한 협력관계도 더 없이 중요하다. 동북아 평화를 위해 중요한 한·미·일의 안보협력을 위해서도 한·일관계의 회복은 핵심적 사안이다. 이를 위한 미국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미국이 그 핵심적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국제질서가 갖는 독특한 성격, 즉 국제정치적 이슈로서 역사문제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통해 상황관리 및 문제해결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동북아에서 제기되고 있는 역사 문제를 단순히 국가간 민족주의 경쟁으로, 역내 국가 모두가 안고 있는 문제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일본의 역사수정주의가 미국 및 한국외교에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을 직시하여 지역질서의 안정자로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영향력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미국을 지혜롭게 설득해야 할 것이다.
 
독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한국의 영토가 분명하다. 이 독도에 대해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요한 논거 중의 하나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독도가 반환되어야 할 도서의 명단에서 빠져있는 것이다. 문제는 강화조약의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열강들은 독도의 한국 반환을 주장하고 5차 초안까지도 반환도서 목록에 들어있었는데, 제6차 초안에서부터 미국의 주장으로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반환도서 목록에서 빠진 탓에 오늘의 분쟁이 야기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북핵 문제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구상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바로 이 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핵 해결이 선행적 전제조건으로 작용하는 한 한반도 문제의 진전은 없다.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 프로세스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핵심적 과제는 북·미관계의 개선이다. 북·미국교 정상화가 요체다. 북한이 2차 대전 후 미국이 국교를 수립한 일이 없는 유일한 정권인 상태로 남아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을 상대로 조심스럽게 북·미관계 개선을 설득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야말로 새롭게 전개되는 동북아 신질서에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아시아재균형 정책을 실천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이 도움을 주는 것이다. 대한민국도 북·미국교 정상화를 유도함으로써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한이 동북아에 평화와 번영의 신질서를 열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약하는 새롭고 역사적인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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