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러 정상회담과 신북방경제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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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한·러 정상회담과 신북방경제외교
  • 김세연 기자
  • 승인 2013.09.12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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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률 박사

 1. 박근혜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성과 

 지난 9월 4일부터 7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브르크에서 열린G20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베트남 순방길에 올랐는데 이번 G20회의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의 가교역할(갈등 조정 지도자)을 해낸 것이 가장 대표적인 성과였다고 한다. 그리고 러시아·독일·이탈리아·카자흐스탄 정상들과의 양자회담을 통해서도 큰 성과를 보였는데 그 가운데 특히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북방경제외교 성과는 괄목할 만 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G20정상회의 의장국인 러시아는 이전부터 북·러 접경지역을 포함한 극동지역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보여왔으며 이번 G20행사를 통해 한국에 대해 각별한 우의를 나타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두 차례 본 세션에서 선도연설을 맡아주기를 요청했고 또 러시아 보도전문채널인 ‘러시아TV24’에서도 G20행사 직전에 박근혜 대통령의 단독 인터뷰 전문을 20분 분량으로 편성하여 방영하는 등 파격적인 대우로 환대해 주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도 이타르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남북한 신뢰가 쌓여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극동지역개발 및 동북아 협력의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으며, 한반도 평화와 공동발전을 이루는데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할 아주 중요한 나라로 러시아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과의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와 관련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한 러시아의 협조를 구했으며 특히 한국-북한-러시아 3국간의 경제협력과 인프라 건설 등을 심도있게 논의한 것은 북방 경제·외교·안보 면에서 남북한 정세와 동북아 판도에 변화를 줄 만한 창의적인 대안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이번 한-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경제협력 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한국의 러시아 극동진출 활성화 방안, 북극항로 개척, 자원 개발 및 유라시아 철도사업과 나진항만 개발 협력 등의 인프라 건설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길을 열어 놓았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양국 간 철도관련 사업에 대한 협력방안 논의가 두드러지게 이루어졌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유라시아 협력을 강화하는 게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이며, 개인적으로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었다"고 밝혀 평소 가졌던 한국-북한-러시아-유럽을 잇는 대륙철도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시사했다.

 마침 이번 러시아 방문에 동행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선친(故 정주영 회장)의 유지를 좇아 오래 전부터 이런 꿈과 비전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북방경제 진출에 기업차원에서 큰 몫을 함께 감당하게 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철도 방위사업 전문 계열사 현대로템과 러시아 최대 화물 철도차량 회사 UVZ(UralVagonZovod)간 철도차량제조 및 건설분야 사업에 합작 의사를 표명하는 등 한국과 러시아를 대표하는 기업들간에 경협무드가 무르익는 분위기를 들 수 있다.

  나아가 현대로템은 향후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을 경우 북한에서도 차량을 조립·생산할 계획임을 밝혀 앞으로 한국-북한-러시아 3국의 상호협력을 통해 남북한 경협부문에 새로운 협력의 장(場)이 펼쳐질 것이라는 점에서 본 연구재단에서는 특별한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 
 
 2. 나선특구의 동북아국제무역산업공단으로서의 가치 
 
 본 연구재단에서 오래 전부터 주창해온 나진-선봉지구 신항만국제무역도시 건설사업이 한국기업들의 참여로 향후 북한 진출의 리스크와 진입 장벽을 낮추며 시장개척이 큰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 중국, 러시아 3개국 접경지역이면서 역내 해상, 육상, 운송의 복합기능도시이자 동북아 북방지역 물류거점항만(HUB PORT)으로 부상하고 있는 나선특구에 한국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게 되면 이는 명실공히 남북한 경협뿐만 아니라 동북아 북방지역 자연경제권(NETㆍNatural Economic Territory) 형성에 신기원을 이루게 될 전망이다.

 지난 9월 초 최훈 광역두만개발계획(GTI, Greater Tumen Initiative) 사무국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위해 현재 사업추진계획서(TOR)를 작성 중에 있다”라고 밝히면서 타당성조사 전문기관을 선정한 뒤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면 내년 7~8월에 열릴 GTI교통이사회 전까지 최종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이와 같이 이미 한국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가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 간 철도사업과 나진항을 현대화하고 복합물류사업을 확대·발전 시키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기초적인 준비를 진행 중에 있다.

 여기에 이번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협의된 내용이 첨가되어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투자가 합목적적으로 매칭된다면 이는 곧 국제공단 발전을 위한 제도적 개선에 진전을 보이고 있는 개성공단 국제화사업과 더불어 제 2개성공단의 의미(동북아국제무역산업공단)로 남북경협에 이바지 하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북한 나진항의 경우 중국으로서는 유일한 동해로의 출해구(出海口)이며 러시아로서는 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TSR)의 출발점이기에 나진항을 효과적으로 개발하는 방안은 유라시아 광대역 물류 운송망을 선점하면서 삼통 문제 즉 철도, 전력망, 가스관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남북한의 현안을 풀어갈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길이 될 것이다.

 여기에 한국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국제산업도시형 클러스터를 형성하게 되면 이는 곧 북한의 국제화와 더불어 핵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빅딜 프레임(big deal frame)’을 창출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3. 한국기업의 나선진출 구상과 기대효과
 
  이러한 전망을 기초로 하여 위에서 언급한 현대로템의 희망사항 즉 향후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을 경우 북한에서도 차량을 조립·생산할 계획임을 고려해 볼 때, 이 경우 차량제조기지창으로 추천할 만한 최적지가 바로 나선특구라 할 수 있다.

 이곳은 김일성 시대부터 자유무역경제특구로 지정된 바 있으며, 특히 중국 동북3성진흥계획 및 창지투(長吉圖)선도구개발계획과 러시아 극동지역개발노선이 합류하는 접경지역으로서 철도, 항만, 도로가 사방으로 결속되어 있고 또 주변에 공항부지와 제조연관산업단지가 들어설만한 여지가 넓은 지역이다.

 특히 선봉항은 항만 조건이 뛰어날 뿐 아니라 구 소련이 지원해준 승리화학정유공장이 있어서 장차 러시아 가스관 사업이 진척 될 경우 신축공사를 통해 복합석유화학단지와 PNG가스발전소 건립이 가능한 곳이며 더군다나 배후에 있는 중국 훈춘지역의 석탄광과 북한 철광석, 텅스텐, 마그네사이트 등 광물자원을 연계시켜 산업화 할 경우 그 이용가치는 엄청난 확대효과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당진제철의 연산 2천만톤의 강판 생산량 여유분을 이용해서 선봉항 일대에 자동차와 철도차량을 복합 제조하는 기지창(한·러 합작)을 건설하여 유라시아 철도사업에 대비시킨다면 이는 현대로템을 세계 굴지의 글로벌기업으로 도약시키는 특대형 창조기업 전략이 될만하다. 

 이와 병행하여 그 동안 줄곧 논의해왔던 한-러간 가스관 건설사업이 실질적으로 박차를 가하게 되면 이 또한 남북관계 개선에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한국에 공급되는 메인 가스관 사업 외에도 북한 내수용 가스관 사업이 병행 실시 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나선뿐만 아니라 청진, 원산, 평양 등 주요 도시에까지 가스관이 추가로 설치된다면 이러한 가정용 에너지 공급망을 통해 발생할 북한사회 변화의 효과(개혁·개방)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이미 지난해 훈춘지역에 진출해 있는 포스코, 현대그룹의 국제물류사업과 함께 두만강 유역의 나선경제무역특구지역에 한국기업들이 참여하는 일은 남북한 관계를 확연하게 개선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며, 박근혜 정부 재임기간에 가장 우선적으로 활성화 시켜야 할 과제라고 본다. 
 
 따라서 본 연구재단에서는 한국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군이 동반 진출하여 북-중-러 접경지역에 초국경지역개발의 건실한 파트너로 참여하는 길을 적극 권장할 계획이며, 이러한 대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표방하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전략을 가일층 확대 발전시키는 방안이 될 줄 믿는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남북간 신뢰회복뿐만 아니라 한국이 동북아지역에서 신뢰 구축과 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중심축국가(Pivot Country)로 도약하는데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기초를 공고히 하는데 있어서 선결적 조건으로 한국기업들의 나선특지구 진출을 재삼 강조하는 바이다. 
 
 4. 제 3의 정책으로서의 신북방경제외교
 
  결론적으로, 본 연구재단은 한-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업들을 진행해나가는데 있어서 한국 정부가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남북한 현안을 해소하는 제 3의 대책으로 러시아 푸틴 정부의 신 동방정책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외교정책을 채택해야 된다고 본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중국간 G2시대의 신대국관계를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이런 틈에 러시아 경협·안보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여 지경을 넓혀간다면 이는 곧 북한의 개방과 국제화를 유도하고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의 안정을 확보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이 동아시아 지역공동체사회를 선도하는 리더국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이는 곧 박근혜 정부 재임 기간 중에 거둘 가장 큰 외교적 성과가 될 것이며, 이는 또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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