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어려웠던 과거를 잊으면, 다시 어렵게 된다
상태바
(기고)어려웠던 과거를 잊으면, 다시 어렵게 된다
  • 송영기 기자
  • 승인 2024.06.13 0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제공 : 필자) 김윤명 전 단국대 전자공학과 교수, 박사
(사진제공 : 필자) 김윤명 전 단국대 전자공학과 교수, 박사

[서울=글로벌뉴스통신]'어려웠던 과거를 잊으면, 다시 어렵게 된다.'

김윤명 (전 단국대 전자공학과 교수. 박사) 

                       

일본 동경시 오다이바(お台場) 해변에 있는 역사관(History Garage)에서는 일본의 자동차 제조 역사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세기 초, 조선(朝鮮)을 일본이 강제합병할 즈음에, 미국에서 수입하는 석유 드럼통을 펴서 자동차의 외관으로 사용하는 영상이 있다. 건장한 남자들이 아래 위 옷을 다 벗고 훈도씨만 아랫도리에 감고 뜨거운 가마솥불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오함마(大 hammer)로 두 사람이 번갈아 드럼통 철판을 두들겨 펴는 영상을 보여준다.

그 시절 우리네 양반들은 음력 6·7월 더위에 풍전등화(風前燈火)의 나라 운명 앞에서도 사모관대(紗帽冠帶)를 빈틈없이 다 차려 양반의 체통을 확실하게 지키면서 '반소사음수(飯疏食飮水)하고 곡굉이침지(曲肱而枕 之)라도 낙역재기중(樂亦在其中)'이라 하면서 허장성세(虛張聲勢)의 안빈낙도(安貧樂道)를 노래하던 시기였다. 

백범 김구는 1947년에 출간한 <백범일지(白凡逸志)>의 끝에 붙인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 · · 中略 · · ·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궁핍했던 망국의 상황에서도 부(富)와 강병(强兵)을 원하기보다 수준 높은 문화(文化)를 먼저 원하였던 것이 그 당시 우리 선대(先代)들의 보편적 가치관 이었겠지만, 수준 높은 문화는 수준 높은 교육이 선행(先行)되어야 하며, 수준 높은 교육은 국민들의 평균적인 부(富)없이는 불가능한 노릇이다.

나라가 해방되자마자 곧 찾아온 남북 분단과 6.25사변을 겪은 후에 학생혁명을 거치고, 곧 이은 군사혁명을 통하여 통수권을 장악한 박정희(朴正熙)는, “5.16혁명(1961)이 일어나던 그 당시나 지난번 제3공화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에 취임하던 그 당시(1963)나, 오늘 이 시점(1966. 12. 7. 청와대 접견실 에서의 기자회견) 있어서나 내 가슴 속에 풀리지 않고 맺혀 있는 하나의 소원이 있다면 우리도 어떻게 하든지 남과 같이 잘 살아봐야 되겠다 하는 이러한 염원입니다.” 라고 자기 심중을 솔직하게 밝혔다. 국정의 방향을 단순·명료하게 잡은 이 연설은 우리에게는 민주주의를 정의한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의  게티스버그(Gettysburg) 연설 이상으로  감명깊게 들려오고 있다.  1964년도는 여성 모발과 농촌 쥐잡기 운동으로 쥐를 잡아 가공한 쥐가죽을 수출한 금액까지 포함하여 수출 1억불을 달성한 뜻 깊은 해이나, 그 해  한국의 1인당 평균 소득은 US$ 107 이었다. 필자의 국민학교 시절, 학교 수업 마치고 집에 와서 낮에는 소 꼴 뜯고, 밤에는 호롱불 아래 엎드려 숙제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광부와 간호원의 파독(派獨) 얘기가 처음 나온 1962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87달러, 서울의 실업률은 16.4%였다. 파독 초기 광부들의 월급은 평균 200여 달러로, 국내 직장인 평균의 8배였고, 독일에서 한 달 월급이 연평균 소득의 약2배 였다.

당시 독일 은행과의 상업 차관(借款) 협상 초기에 협상 실무자인 백영훈 前 중앙대학교 교수의 말로는 "독일의 상업은행이 한국에 차관을 공여하는 조건으로 담보를 잡기 위하여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 파송(派送)을 요청하였고 한국정부는 그들의 인건비를 담보로 하여 독일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 후 본격적 협상을 진행하면서 인건비 담보 조건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IMF가 1인당 GDP 통계를 집계한 첫 해인 1980년에는 한국의 1인당 GDP는 1,714달러로 일본(9,659달러)의 17.1% 수준이었다

그런데 2024년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앞설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이 나왔다 (조선일보, 2024. 1. 26. 기사). 한국의 1인당 명목상 GDP 전망치가 일본을 추월한 것은 IMF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그뿐만 아니다. 2024년 5,100만명의 남한 인구가 역사상 처음으로 12,300만명의 인구 대국이자 산업 대국인 일본의 총수출액을 추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 신문, 2024년 4月 28日 기사). 일본 인구의 약 40%인 한국이 수출액 총량에서 일본을 능가한다는 소식은, '오래 살다보니 별의별 희한한 일이 다 생긴다.' 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으며, 이를 성취할 것으로 기대되는 우리 후대들이 무척 대견스럽다.

그런데 이것이 한국 경제발전의 최대치인가?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낼 송전 선로가 없어 동해안의 대형·신규 화력 발전소들이 가동을 멈추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 2024. 5. 13. 사설).  'GS동해전력 등 4개 社가 16조원을 투자하여 건설한 석탄화력 발전소 8기가 지난 4月 중순부터 전력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고 하는데, '이들 8기의 발전 총량은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들여 건설하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를 댈 수 있는 막대한 규모'라고 하며, '정부의 권유로 동해안에 발전소를 건설한 회사들은 부도의 위기에 몰린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은 한국전력의 송전선 건설계획이 7년 이상 미뤄지면서 신규 발전량이 송전선의 송전 능력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의 송전선로 용량은 11.4 GW인데 동해안권의 원전과 석탄 발전,신재생에너지 발전총량은 18 GW에 이른다. 1 GW(기가와트)는 백만 KW에 해당하며, 참고로 압록강 수풍발전소는 과거 70만 KW의 발전용량을 가지고 있었다.

당초 계획은 2019년까지 8 GW짜리 송전선로가 추가 건설돼야 하는데 탈원전·탈석탄을 밀어붙였던 문재인 정부는 주민반발을 이유로 신규 선로건설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신규 사업자들이 스스로 발전소 건설을 포기할 것을 기대하면서 계획된 선로 건설사업은 방치되었다. 아무 근거없는 '전자파 인체 유해론'을 믿고 싶어하는 송전선 주변의 주민들은 차치(且置) 하더라도 국가의 산업발전을 고려해야 할 정부로선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한 일이었다.

지금 수도권에선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데이터센터 건설 등으로 전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송전선로 부족으로 송전을 못 받는 바람에 발전 원가가 석탄보다 30% 이상 비싼 LNG 발전이나 공해 물질 배출이 2배 이상인 구형 석탄 발전에 의존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여름철 대규모 정전 사태도 우려된다. 지방에선 송전선이 없어 발전소가 전기 생산을 못하고 있고, 수도권은 전력이 부족해 법으로 데이터센터를 못 짓도록 막는 코미디가 우리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이 결과는 200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한국전력과 대량의 전력을 소비할 산업체의 목을 거세게 조르고 있다.

5.16 군사혁명 이후 오로지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에 몰입하다가 이제 배가 조금 불러진 것인가? 가난하던 사람이 배에 기름이 끼면 사람이 달라진다. 우리는 달라진 사람이 되어 패망하는 쪽을 향하여 걸어가 마침내는 푸쉬킨의 동화 <어부와 금붕어> 속의 어부 부부가 되고 말 것인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살던 중남미 국가의 국민들이 현대판 디아스포라를 연출하면서 어린 아이들 손을 잡고 남부여대(男負女戴)하여 미국 남부 국경지역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김윤명 박사는 KAIST출신으로 단국대 교수로 재직하던 2016년7월경 경북 성주 기지에 사드를 배치 할 무렵, 전자파 발생 논란으로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심할 때, 그는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신문과 TV 방송에서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