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 임시국회 개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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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 임시국회 개회사
  • 송재우 기자
  • 승인 2015.02.0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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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글로벌뉴스통신DB) 국회의사당

[국회=글로벌뉴스통신] 남북국회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디딤돌이 마련되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동료 여러분, 올해는 광복 70년, 분단 70년의 해입니다. 
저는 지난 11월 동학혁명 120주년을 보내면서 전북 정읍 일대의 동학혁명 유적지들을 돌아보았습니다.
 120년 전 당시 위정자들은 격동의 시대를 스스로 헤쳐 나가지 못하고, 외국군대를 끌어들여 삼천리강토를 외세의 전쟁터로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는 참으로 비참했습니다. 일제의 강점과 남북의 분단이라고 하는 통한의 한 세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올해가 광복과 분단 70년입니다. 이 70주년은 우리에게 새로운 비전과 결의를 요구합니다. 분단 시대 한반도에 변화를 만들어낼 것을 요구합니다. 120년 전의 그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통일은 우리가 반드시 가야할 길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야말로 광복의 완성을 의미합니다.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의 신 아시아 태평양 질서의 구축을 의미합니다.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우리는 ‘100년 평화’를 향한 첫 발을 힘차게 내디뎌야 합니다. 남북이 진정한 신뢰와 교류협력의 길로 나아가도록 우리 국회가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세월 아쉽게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는 이 중차대한 평화와 통일의 문제를 정부에만 맡겨 왔습니다. 저는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 남북 국회의장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남북국회회담이 성사되어 남북관계의 새로운 디딤돌이 마련되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이를 위해 여야 모두와 머리를 맞댈 것입니다. 
 
물론 남북 현안의 해결과 교류 협력의 결정적 계기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회도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정부와 의회 모두가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화를 향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변국 의회와의 협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관련국 의회 지도자들에게 ‘동북아 100년 평화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결의안’ 채택을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있습니다.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은 올해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이것이 올해 우리 국회의 핵심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올해는 우리 19대 국회가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마지막 1년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회는 아직 국민들의 신뢰를 많이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작년에 뜻 깊은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대승적 타협과 생산적 합의를 통해 세월호특별법을 처리했고, 
정기국회에서는 12년 만에 헌법이 정한 기일에 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세 모녀법>이라고 부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개정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우리의 가치관이 너무 이기적이며 물질 만능주의로 물들어 있지 않은가에 대해 심각하게 성찰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사회는 그간의 고도 성장에도 불구하고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사회갈등지수 5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이제 물질만능주의에 경도된 우리의 가치관을 바꿔야 합니다.
 
물질과 정신이 조화를 이루고 자유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며, 개인과 공동체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사회기풍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러한 전환이야말로 가슴 아픈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혼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입니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전 세계에서 43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높습니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 발표만 해도 하위 20% 가구소득이 전체의 3.5%에 불과합니다. 성장률만 높아진다고 양극화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고 양극화를 개선하기 위해 서로 포용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려는 미덕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그 전제로 부정부패가 적은 투명한 신뢰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공직 사회를 깨끗하게 하기 위한 일대 결단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안’, 소위 ‘김영란 법’ 제정을 미룰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법안이 가져올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인기영합주의도 경계해야 합니다. 하지만 공직 문화의 일대 전환을 위해 불가피한 충격은  
감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기를 잘 잡기 위해서는 고깃배의 크기보다는 고깃배의 성능이 더 중요합니다.    
 
이번 2월 국회에서 관련 상임위원회와 여야 동료의원께서 논란을 잘 정리해서 현명한 기준을 만들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한편 우리 국회는 국민이 서로 배려하고 서로 돕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인성교육진흥법을 지난해 말 제정하였습니다. 우리사회의 미래를 위해 참으로 의미 있는 출발점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바른 인성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부터 교육현장에서는 인성교육이 활발히 펼쳐지고, 사회적으로는 인성회복을 위한 정신운동이 힘차게 전개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국민 여러분, 동료 의원 여러분, 
 
우리는 공무원 연금개혁 문제, 연말정산 파동, 그리고 일부 어린이집 사건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보고 있습니다. 이 문제들은 對症療法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거시적 전망과 체계적 전략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국가이며, 몇 년 후에는 인구감소가 시작된다는 것도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국민 부담과 국가재정 현실을 정면으로 보려 하지 않았고, 회피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봉적으로 대처하는 관성을 더 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인 숙의를 거쳐 입체적인 대안,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낼 책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눈앞만 볼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앞을 보면서 미래 세대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지 않도록 복지와 재정 운영의 큰 틀을 수립해야 하겠습니다. 
 
의원동료 여러분, 올해 국회운영의 기조를 잠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올해도 예산안은 헌법에 따라 12월 2일까지 반드시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정감사를 정기국회 전에 일부 실시하는 것을 비롯해 모든 일정이 정상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의사일정 요일제> <연중상시국회> 그리고 <무쟁점법안 신속처리제> 등 일하는 국회, 예측 가능한 국회를 만들기 위한 국회법개정안을 이미 마련했습니다. 이번 회기에 꼭 처리해 주실 것을 의원 여러분에게 당부합니다. 또한 우리에게는 선거구 획정이라는 중대한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인구 편차의 기준을 2 : 1 이내로 하여 금년 말까지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정했습니다. 이 결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는 늦어도 10월 중순까지는 그 案을 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전에 논의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선거제도 문제입니다. 이제 30년이 다 된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우리 현실에 맞는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맞닥뜨린 수많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려면 정치가 달라져야 합니다. 사생결단식 적대의 정치, 다양성을 무시하는 승자독식의 정치를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숱한 死票를 만들어 냄으로써 1인1표 원칙에도 맞지 않고, 지역주의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운 현행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한지, 근원적으로 성찰해볼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선거구 획정에 들어가기 전에 이 근본적인 문제부터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사회의 미래지향적 변화와 통일의 과업을 생각할 때에도 우리는 상생의 정치, 통합의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이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야 합니다. 與野와 의원 여러분의 조속한 논의를 당부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위대한 일은 어려울 때 만들어집니다. 우리 모두 열정과 투지를 가지고 광복과 분단 70년인 올해를 새로운 역사의 元年으로 만들어 냅시다. 다 함께 손잡고 노력하면 안 될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 심기일전하여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드립시다.
 
이제 설 명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모두 힘내시고, 즐거운 설맞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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