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제 강제징용배상 해법,新한·일관계 정립 계기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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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일제 강제징용배상 해법,新한·일관계 정립 계기되어야
  • 권혁중 기자
  • 승인 2023.03.1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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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김재효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부이사장
(사진제공: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김재효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부이사장

[서울=글로벌뉴스통신]"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모든 비난은 직접 안고 가겠다.”

엄청난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제시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에 대해, 반일 진영으로부터 '일본에 백기 투항', '굴욕·치욕·굴종 외교', ‘계묘 늑약’ 등의 거친 비판이 나오자 윤석열 대통령이 응답한 결기의 표현이었다.

지난 3월 6일, 정부는 2005년에 처음 제기된 이래 18년에 걸쳐 난제로 남아있던 일제 ‘강제징용피해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이른바 ‘제3자 방식(대위 변제)’에 의한 배상 해법을 선택하였다. 양측의 합의가 아닌 우리 주도로 결단한 만큼 절반의 해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상대의 후속 호응이 존재하는 만큼 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한일관계가 과거의 불행한 역사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채택한 대한민국의 주도적 결정이었다"면서, "일본은 우리가 당면한 경제, 안보, 과학기술, 기후위기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 협력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웃“이라는 언급에서 이번 결단의 배경이 엿보이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한일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채 방치되어 온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관계 정상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선결과제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변화된 국제정세에 부응하기위해 정치적 위험을 감수한 한국 정부의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일본과 미국은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특히 일본은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건강한 ‘한미일 협력체제’ 구축에 진정성이 있다면, 한국 정부의 어렵고 담대한 양보와 결단에 민관이 합심하여 호응해야 할 것이다.

청구권 협정 이래의 두 개의 난제

돌이켜보면, 1965년 한일기본조약의 청구권 협정이 이행된 이래 성공적인 동반자적 한일관계가 이루어져 오던 중, 과거사에 연계된 개인 차원의 두 개의 難題가 불거지면서 수십 년간 양국관계를 옥죄어 왔다. 1991년에 처음 제기된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2005년에 대두된 일제 강제징용 문제로 인해 양국관계는 심대한 상처를 입었으며, 韓日과 각각의 동맹국인 미국에게도 안보 측면에서 깊은 우려를 안겨주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 박근혜정부는 역시 정치적 부담을 안은 채 문제 제기 26년 만인 2015년에 어렵게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내었다. 비록 양국 모두 불만족스러웠지만 동 합의에 ‘최종적(最終的)이고 불가역적(不可逆的)’이란 표현을 포함함으로써 타결이 이루어졌다.

불가피한 양보도 있었기에, 반일 진영의 야권은 ‘굴욕적 합의’라고 비난하였으며, 피해 당사자들로부터도 완전한 동의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부당함을 내세우며 국제적인 합의를 부정하였고, 재협상이나 대안 모색도 없이 방치, 표류하게 하였다. 특히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국가간의 합의의 거부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신뢰 상실을 초래했다.

닮은 꼴인 일제의 강제징용피해 배상 문제도 2005년 개인 차원에서 법적으로 처음 제기된 이래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다, 급기야 2012년 ‘사법 자제’라는 국제적 관행까지 파기하면서, 대법은 ‘개인의 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매우 이례적인 판결을 하였다. 이에 따라 한일관계는 다시 한번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으며, 최대의 외교 현안으로 떠올랐다.

해법을 찾던 박근혜 정부의 외교부와 대법원간 ‘의견 교환’을 두고 문재인 정부는 ‘사법 농단’, ‘재판거래’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단죄까지 하였다. 2018년 대법은 판결을 최종 확정했으며, 이에 따라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한 ‘현금화’ 집행만을 남긴 채, 문재인 정부는 해법 모색없이 난제를 방치했다.

강제징용 문제, 유례없는 보복과 맞보복, 신뢰의 상실을 초래

강제징용 문제의 충돌은 양국간 유례없는 상호 보복을 초래했다. 일본은 한국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에 수출규제를 했으며, 수출관리 우대 대상국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켰다. 우리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의 부당성을 WTO에 제소하였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2급 이하 군사기밀을 공유하되 제3국 유출 방지 등 보안을 철저히 하기 위한 구체적 사항을 담고 있는 협정이다. 안보와 직결된 지소미아의 종료 조치에 대해 미국 등의 반대로 통보의 효력이 정지된 채 협정의 법적 지위는 불안정한 상태로 남아있다.

동시에 양국은 반일 감정과 혐한 감정을 최대한 고조시켰으며, 불매운동 등 민간영역으로 까지 확대되면서 모든 교류와 협력이 중단되거나 훼손되어 갔다.

대일협상에서 늘 일본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어온 한국이지만, 이 경우에서는 국제적 합의나 협정을 쉽게 파기하고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결정조차 거부하는 한국을 두고, 일본은 더이상 믿을 수 없는 국가라면서 어떤 협상도 않겠다는 신뢰의 위기를 초래한 점과 협상의 주도권을 약화시킨 점이 가장 큰 손실이었다.

이렇듯 두 난제는 국가간의 쟁점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제기되고 ‘법원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공통점과 함께 한일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몰아갔다.

양국은 쟁점이 발생할 때면, 외교적 해결보다는 국민적 자존심을 앞세우며 정치적으로 이용함으로써 항상 왜곡과 악화의 길을 걸어온 결과물을 손에 쥘 수 밖에 없었다.

新한일관계 수립의 계기로

새로이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한일관계의 파탄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면서 관계정상화에 우선을 두어 왔다. 이를 위해 비록 선택의 폭이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 찾기는 선결과제였다.

2022년 7월 강제징용 민관협의회를 출범시켰으며 공개토론회와 피해자, 유가족과의 면담 등을 통해 지속적인 해법을 모색했다. 이러한 노력과 결단을 통해, 행안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인 ‘원고’에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한다는 해법을 결정하였으며, 재원은 일본(기업)이 아닌 우리 민간 부문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 마련하기로 하였다.

이는 제한된 여건 속에서 전략적으로 이루어낸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으로 보인다.

어떤 협상도 없다는 일본의 태도에 더 이상 기대지 않고,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우리의 재원으로 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기조하에 추진된 것이며, 동시에 일본의 후속적인 선의의 동참을 기대한 조치로 보인다. 본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 정치적 반대 진영이나 피해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굴욕, 항복, 양보라는 비판은 당연히 예견된 것이라 하겠다.

다만, ‘해법’을 두고, 위안부 문제에선 양국의 공식 기자회견과 합의문이 있었고, 일본의 국고에서 재단 출연금을 이끌어 내었던 점 등에 비해, 강제징용의 경우는 합의가 아닌 우리 일방에 의한 주도적인 해법을 결정한 점과, 이에 호응하는 일본 외교 당국의 일차적 입장도 ‘약식’ 회견을 통해 ‘한국 정부 발표를 수용한다’는 식에 그친 점, 우리의 약속만 천명되고, 일본의 약속은 아직 어떠한 내용이나 보장도 없다는 점에서 유감이지만, 진행형인 만큼 추후 보완 을 기대해 본다.

또한, 위안부 문제가 처음 제기되었을 때, 당시 김영삼정부는 도덕적 우위의 관점에서 일본 정부에 물질적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피해자를 우리 스스로 구제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었다. 이번의 해법도 같은 맥락으로 보이지만, 이를 위한 사전적 선언이나 동의를 구하려는 노력이 미흡했던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론, 일각에서는 무엇 때문에 강제징용 문제를 이렇게 서둘러 ‘봉합’(?)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한다는 주장과, 우리의 일방적 양보에 의한 해법 제시는 향후 우리의 전략적 우위에 약화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는 안보 측면에서 ‘한·미·일 협력의 틀’에 과도하게 집중할 경우, 유사시 일본에게 예기치 않게 주도권을 내어줄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기를 ‘한미일 협력체’ 강화로 대응한다는 전략에 입각하고 있는 만큼, 일본은 이에 적극 호응하는 한편, 심각하게 훼손된 한일간의 다양한 민·관 네트워킹과 플랫폼을 활성화하는데 앞장서면서 안보, 경제, 기술, 문화협력에 적극 나섬으로써 한국 정부의 결단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국가안보실장은 징용 ‘해법’ 제시와 연계되어 예정된 방일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 한·미·일 관계가 안보협력 수준을 넘어 포괄적으로 발전하는 형태로 가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 함의가 담겨 있다고 보여진다.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모처럼 성사된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新한일관계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확고한 비전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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