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3.28 발표한 금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경제철학이 담긴 특색있는 정책이나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찾아보기 어렵고,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새로운 정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추경 편성, 재정 조기집행, 부동산시장 활성화와 같은 단골적 메뉴가 대부분이며, 박근혜 후보의 중요 공약인 일자리 창출 역시 고용노동부의 업무보고에 목표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없어 대선 공약을 짜깁기 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가 국채발행을 통해 20조 안팎의 슈퍼추경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이 필요한 때이므로 추경 편성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
첫째, 예산이 확정된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아 12조원에 달하는 부족한 세입예산을 보전하기 위한 초유의 ‘대규모 세입예산 보전 추경’을 초래한 원인을 규명하여 국민에게 밝히고, 책임질 사람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금년에 국내 경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는데도 성장률을 4%대로 과도하게 책정하여 조세수입을 6조원이나 과대 계상하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민영화를 전제로 공공기관 매각 수입을 7.7조원이나 ‘세외수입’으로 계상한 것은 분식예산의 극치이다.(*금년 2월까지 국세수입은 전년대비 7.2조감소)
정부가 금년도 성장률 전망을 대통령 선거 전에는 4%로 발표했다가 대선이 끝나자 3%로 낮추더니 새 정부 출범 후에는 또다시 2.3%로 낮추었다. 국내외 여건이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도 6개월 만에 정부의 성장률 전망이 반토막이 난 것이다.
더구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매각은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것처럼 금년 중에 매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균형예산을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외수입을 억지 계상한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가 모든 과오를 과거 MB정부에 돌리고 추경편성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성장률을 낮게 전망하고 있다는 의혹도 정부여당의 책임있는 해명과 조치를 촉구한다.
둘째, 추경예산은 서민들의 일자리 창출, 내수진작, 중소기업 지원 등 철저하게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용도로 편성되어야 한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서민경제 위기이지 대기업이나 부자들의 위기는 아니다. 더구나 20조원의 슈퍼추경예산을 편성하더라도 12조원은 세입감소를 메우는 데 쓰이므로 실제 추가로 늘어나는 세출예산은 8조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셋째, 적자 국채발행을 통한 추경편성은 이번으로 끝나야 하고 반드시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도 함께 제시하여야 한다.
국채를 통해 추경재원을 조달할 경우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 때문에 민간투자의 감소를 가져와 추경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적자 국채까지 발행해 가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추경을 편성할만큼 우리경제가 위기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어 원칙없는 재정운영이 계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재정건전성이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추경예산안을 발표할 때 박근혜 정부 5년 동안의 재정개혁 방안, 조세부담률 목표치 등 중장기적인 재정운용의 건전성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국채발행을 통한 손쉬운 재원조달 방안에 익숙해지면 나라살림이 파탄나므로 재정개혁과 세제개혁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쓰고 있는 예산 중 홍보비,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토목사업 등 불요불급한 예산이나 위기극복과 관련 없는 예산은 대폭 삭감해야 한다. 또한 복지전달체계를 혁신하여 복지지출의 낭비적 요소도 줄여야 한다.
또한 2007년에 21%였던 조세부담률이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로 인해 19%대로 떨어졌다. 따라서 부자감세 철회, 비과세 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음성탈루 소득 과세 강화 등 서민들의 부담은 늘리지 않고 조세 공평성을 제고하면서 조세부담률을 적정수준으로 올리는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증세 없이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135조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추경편성은 그 원인이 세수입의 과대 계상, 경제예측 오류 등 정부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내용도 대규모의 국채발행에 따른 국민부담 가중, 추경예산의 용도, 재정건전성 대책 마련 등 본예산 편성만큼이나 중요한 내용이 담겨져 있으므로 반드시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하지 말고 야당과 사전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기 바란다.
정부가 내일쯤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가 50여 차례가 넘는 크고 작은 부동산 경기 대책을 발표했지만, 주로 빚 얻어서 집사고 전월세금 마련하라는 대책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가계부채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여전히 거래는 부진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
만약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부추겨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모르핀과 같은 임시방편적 단기 처방에만 무리하게 의존하면, 부동산 거품만 부추기고 결국 우리 경제 체질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다. 부동산 거래는 살리되 거품은 줄여가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일자리 창출, 서민경제 활성화 등 전반적인 경기회복과 경제 체질 강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본질적 처방에 두되, 지금 당장 고통을 겪고 있는 하우스푸어의 원리금 상환 부담과 렌트푸어의 전월세 고통을 덜어주는 단기 대책을 함께 시행하기 바란다.
서민(하우스푸어)들의 팔리지 않는 주택 5만 가구를 LH 공사가 매입하여 공공임대 주택으로 렌트푸어에게 공급함으로써 하우스푸어의 가계부채와 렌트푸어의 높은 전월세 부담을 동시에 덜어주어야 한다.
매입대상 주택을 담보대출이 있는 1세대 1주택(일시적 1세대 2주택자 포함)의 6억원 이하 국민주택으로 한정하면 서민들의 경우 팔리지 않는 주택을 팔아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을 상환할 수 있게 된다. 매입가격은 공시가격으로 하되, 5년 후에 본인이 원할 경우 다시 구입할 수 있는 기회(환매 조건부)를 부여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매입재원은 국민주택기금의 내년 여유자금을 활용하면 재정부담 없이도 가능하다. 우선 금년에 5만호를 매입할 겨우 총재원은 약 15조원이 소요되나, 이중 50%는 전세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7조5천억원은 국민주택기금이 LH 공사에 연 2%로 융자하여 조달하면 될 것이다.
매입주택은 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시중 임대료의 70% 수준으로 5년 이상 장기로 임대하면 렌트푸어의 전월세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또한 생애최초로 6억원 이하의 국민주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취득세를 전액 면제하고 장기저리로 융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서민들의 전월세 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연간 12만호 수준으로 확대하여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2017년까지 OECD 국가 수준인 10%까지 늘려야 한다.
5년 이상 장기계약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정부 기준에 맞추는 계약임대 주택에 대해서는 조세감면, 리모델링 비용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보기 바란다.
저소득층에 대해 전월세금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 주는 주택임대료 보조제도(주택 바우처)를 실효성있게 시행하며 ‘전월세 상담센터’를 지자체에 설치하면 세입자들의 권익이 크게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부채 상환비율(DTI)와 담보인정 비율(LTV)의 완화는 빚내서 집사라는 것으로 부동산 거품을 부추기고 가계와 금융기관의 부실을 키우는 미봉책이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한편 민주당은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일으키기 않으면서도 서민주택문제를 해결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이러한 대책들을 강구할 경우,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