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GNA) 박상인의 문화 산책 “월요일에는 우체국을 간다”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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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GNA) 박상인의 문화 산책 “월요일에는 우체국을 간다” (2편)
  • 김진홍 논설위원장
  • 승인 2021.05.19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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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글로벌뉴스통신DB)유채꽃이 활짝핀 고향마을
(사진제공: 글로벌뉴스통신DB)유채꽃이 활짝핀 고향마을

(1편에서 계속)또 다른 한통의 편지는, 내가 생태. 자연. 그리고 역사 공부한답시고 강연장. 세미나장. 무슨 답사 등등을 적극적으로 참가할 때 그곳에서 이따금 대면해서 조용히 눈인사를 주던 서울 종묘에서 봉사하는 지킴이 도반 J 선생, 십년 가까이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차 한 잔, 변변한 대화 한마디 나눈 적이 없는 사이 인데 내게 편지를 보냈 왔다.그것도 반듯한 펜글씨에 연서 쓰는 여학생 전용 편지지에~ 그 분도 금년이 중학교 교사 정년이라면서 내 책 <맥향사설> 잘 읽었다는 감사 글과 함께~, J 선생은 그 동안 교사생활 하면서 학생들에게 이런 정다운 손 편지를 가끔 보낸다고 했다.내 속으로 그런 선생님 아래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참 행복할 거란 생각을 했고 이런 선생님이 계시니 우리는 희망이다 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분에게 끝내 손 편지로 답장하지 못한 대신 첫사랑 편지처럼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카톡으로 짧게 감사하고 미안하다고 답을 대신했다. 

(사진제공:글로벌뉴스통신DB) 향수어린 추억의 편지함들
(사진제공:글로벌뉴스통신DB) 향수어린 추억의 편지함들

내 기억으로 내가 맨 처음 편지를 써본 것은 6.25 피난 갔다 와서 국민학교 3학년 때, 막 휴전협정 이루지기 직전, 동부전선 어디선가에서 우리 막내 외삼촌께서 군사우편으로 울 엄마 즉 누나에게 보내온 전선 편지의 답장 이였다. 지금이야 입학 전 한글 다 알고 입학하지만 그 당시는 달랐다. 엄마의 성화에 대필로 어이 몇 자 적어 생애 첫 편지라고 붙였으나 그림 그리듯 쓴 편지의 발신자와 수신자 주소 위치가 바꿔서 되돌아 왔던 기억이 난다. 서울 와서 향토 장학금 보내달라는 “부모임 전상서”를 매달 끈질기게 노란 통투 속에 넣어 보냈고 군 입대하여 논산 훈련소에서부터. 영천 부관학교, 춘천 땜 아래에 있던  기갑부대에서 2.5년을 졸병으로 군 근무하는 동안 수시로 우표 값 안 들어가는 군사우편을 많이도 썼지요. 

(사진제공: 글로벌뉴스통신DB) 섬마을 선생님의 추억이 깃든 섬들---
(사진제공: 글로벌뉴스통신DB) 섬마을 선생님의 추억이 깃든 섬들---

그 당시에는 군 동료 중에서 한글 모르는 사람이 가끔 있어 대필도 해줬고  편지지가 없을 때는 화랑담배 겉포장 표지를 펼처 거기에다 갈겨쓰기도 했었지. 고향집 동생에게 정 할 말이 없으면 “잘 있느냐? 잘 있다”라는 식으로라도 거의 매일 잠 안자고 편지를 썼던 적이 있다.정 이월 다가고 삼월. 어느날 늦은 폭설이 내리고 꽃샘추위가 있어도 바람에 실려 온 봄 내음을 알고 있었다. 어제 오늘은 햇살 좋은 날의 연속이다. 이런 날은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라도 쓸냥 지필을 내 놨지만 막상 쓸려니 그 대상이 없구나~~. 그냥 이렇게 그리움만 띄운다. 그래도 나는 문모근 시인의 말처럼 “월요일에 우체국에 간다” 그리고 드나들며 우리 집 번호의 우편함을 아침저녁으로 혹시나 하며 열어 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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