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테러에 대한 안전 불감증이 초대형 해킹 사태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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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테러에 대한 안전 불감증이 초대형 해킹 사태를 불렀다
  • 권건중 기자
  • 승인 2013.03.2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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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초유의 해킹 사태가 일어났을 때 내가 느낀 심정이다.

 오늘 오후 KBS·MBC·YTN·신한은행·농협의 정보전산망이 일시에 완전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초유의 일이다. 방송과 금융회사는 공공의 성격을 띤 국가 기간망이다. 이런 곳에 조직적으로 개입된 사이버 테러가 일어났다면 심각한 일이다. 사이버 상에서 일어난 전쟁이나 다름이 없다.

 나는 18대 국회 지식경제위원장(2010.6~2012.6)을 하면서 국방, 행정은 물론 전력, 교통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보안이 허술하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한 바 있다. 정부나 공기업이 완벽하다고 믿는 망분리 시스템조차 장담할 수가 없었다. 국가 정보시스템이 파괴된다면 국가 기능이 마비되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나는 지난해 내내 당시 지식경제부 홍석우 장관, 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 사장 등 관계자들에게 이를 경고하고 실제 사이버테러에서 안전한지 실험을 해보자는 제안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나 번번이 관계당국은 단순한 의심에 지나지 않는다며, 절대 그럴 일은 없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2011년 12월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김정일 사망 정보조차 정확히 파악 못하고, 사이버테러에 대해 안전 불감증에 빠진 정부와 여당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당내에 사이버보안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오늘의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봐야 한다.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국방, 전력계통, 원전, 교통, 가스 등 주요 국가 기반시설의 전산망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실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어떠한 편견도 없이 북한의 개입여부를 명명백백히 밝힐 필요가 있다.

 작년 4월 24일 북한은 남한 정권을 응징하겠다며, 곧 대남 도발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3~4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순간에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식의 방법으로 불이 번쩍나게 초토화해버리게 될 것”이라는 엄포였다.

 나는 당시 우리 기반시설에 대한 북한의 해킹 내지 사이버 공격이 임박한 것이 아닌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2011년 9월 농협전산망 해킹 사건이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이었다는 발표가 있었고, 중국에서 발견된 동영상에 고창전력시험센터의 아이피 주소가 나타나는 등 해킹 흔적을 제시하기도 했다.

 북한은 2013년 3월 6일 노동신문을 통해 “아직 세상이 알지 못하는 우리 식의 정밀 핵타격 수단으로 맞설 것”이라고 했고, 오늘(3월 20일) 북한은 미군의 B-52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재차 출격하면 군사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이버 테러는 가장 막강한 군사적 행동이 될 수 있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만시지탄의 심정이지만, 사이버 보안이 중요하다. 오늘 발생한 사이버 테러의 진상을 밝힘과 동시에 국가 기간망 전반에 대해 해킹가능시험을 지금이라도 실시해야 한다. 사이버 보안에 허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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