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GNA) 박상인의 숲&문화 산책 “안간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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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GNA) 박상인의 숲&문화 산책 “안간힘" 이야기
  • 김진홍 논설위원
  • 승인 2021.01.3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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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글로벌뉴스통신] 사회적 거리두기는 양날의 칼이다. 객지생활 하면서 정을 주고받던 사람들 사이도 점점 멀어저 가는가 보다. 몇 십 년을 두 달 거리로 만나던 친구들 얼굴 본지도 아득하다. 지난 2월초에 만나고 그간 고놈의 코로나 땜스리 미루고 미루던 모임이 이젠 더 참을 수 없다. 뭉치자‘ 만나자 만나야 한다는 막내 총무님의 극성에 나도 고무되어 소풍가는 전날 밤처럼 잠을 설치고 이튿날 약속시간 보다 좀 일찍 집을 나셨다. 

전철 광화문역에서 내려 약속 장소인 청계천 소라 탑 바로 앞을 가는 지하도 길에 교보문고 옆을 지나기에 시계를 보니 아직 반시간이나 이르다. 하여 교보문고 안으로 실로 간만에 들었다. 여기저기 신간 판매대를 더듬고 내가 전에 입력해둔 책을 검색했지만 품절이라. 나오려는 길목 매 대에 비소설 신간표시가 보여 그 앞에서 눈길을 멈추고 좌우로 훑어보는 데 내 눈에 잡힌 책, 녹색 표지에 문고판 같은 크기, 책 제목이 “안간힘”이라고,, 나는 전부터 이름, 즉  땅이름. 풀과 나무이름, 자연이름 등등에 마음이 끌려 온 터라 좀처럼 흔치않은 책이름에 눈이 닿아 집어 들었다. 

하긴 나는 이 책이름 때문에 소위 낚여서 구입한 정녕 내가 바라던 내용이 없는 책을 불지른 일을 여러번 경험했기에 우선 저자 약력 출판사 목록등을 훑었다. 속지의 저자 유병록은 동아일보 신춘시로 등단한 중견시인 그런데 이 책은 시집이 아니라 그의 최초의 산문집 이란다. 나는 우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저자가 왜? 이런 제목을 뽑았을까? 쉽게 자주 쓰는 젖먹던 힘도 아니고. 옛날 흔하던 문고판 크기의 이 책의 첫장 “위로를 찾아서”라는 것부터 내 눈이 정지하니 이책을 놓을 수 없었다.유치원을 다니던 어린 아들을 가슴에 묻고 난 후의 이야기ㅡㅡ. 그래서 속지 한 장을 “그리운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에게”라는 헌사를…….더욱 나를 꼼짝없이 잡아두는 것은 저자가 아들 앞세운 후에 왜 글을 쓰는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는데  어찌면 그리 나와 같았는가?

글을 쓰는 이유는 첫째는 그리움과 상실의 고통을 주체할 수 없어 저절로 터져 나오는 <비명>이라고 .. 다음은 아름답던 그 지난 순간순간을 잊지 않고 새겨 둘려는 기억장치로... 그리고 그 공허와 숨막히는 고통을 치유하려는 발버둥질로... 마지막으로 같은 고통을 겪게 될 이들을 위하고 그가 다른 누군가의 글로부터 위로 받았으므로 자기 다음에 비슷한 고통을 격을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자기의 치부를 드러내고 자기의 고통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쓰고 있다.어찌면 지난 십여년 내 속을 뱀장어 물속 들어다 보듯 확연히 보고 나를 대신해서 써 내린 책이란 생각이들었다. 저자 유병록은 참으로 생각 깊은 사람이고 마음 따뜻한 시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들을 보낸 뒤 대부분의 가정이 겪는 부부간의 예민한 감정을 그는 아주 지혜롭게 잘 넘기고 배려하며 이전처럼 복원하고 있는 능력이 부럽기도 했다.

한 달 전 출판사를 운영하는, 고등학교를 졸업시킨 한 사람이 고맙게도 신간 나왔다며 책 한 권 택배로 보내왔는데 그 책 첫 장에  이런 글이..“글을 쓴다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무엇을 쓴다는 것은 끝내는 자기 자신을 발가벗기는 일이니 용기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두 가지 이상의 슬픔이 흉중에 있지만 양말에 난 구멍같이 들키고 싶지 않은 게 슬픔 아니던가. 나는 아니 우리는 극한의 고통이 나를 지배하려고 할 때 비명의 방법으로서 넋두리보다 더 센 글을 써야하고 쓰고 있다.”안간힘“이란 말을 사전에 서 보니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깡그리 내어 쏟아 붓는 힘이나 노력(struggle)" 이라고 기술되어 있었다. 안간힘, 쓸데는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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