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희들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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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너희들 세상이다.
  • 박정순 기자
  • 승인 2020.12.2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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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사진 : 박형태 무궁화봉사단 회장〕
〔사진 : 박형태 무궁화봉사단 회장〕

【박형태 기고】 15년 전 가친(家親) 친구분이 “야~들이 이제는 너거들 세상이다. 우리는 이제 70을 넘기고 있으니 일선에서 물라나서 고만 고만 살란다“ 하시던 말이 새삼 느껴진다. 한 세대가 가고 또 다른 세대가 시대를 주도하고 또 다른 세대가 그 뒤를 잇는 것은 인지상정임을 실감한다,

어느듯 60을 넘기고 코로나로 거저 먹는 한 해가 지나고 있으니 세월의 무상함이 폐부(肺腑)를 짖누른다. 건강도 예전같지 않고, 머리가 히끗히끗 한 지도 오래고, 목소리도 약해지고, 기억력마져기 아물아물한 지도 제법된다. 가끔 건망증이 도해 지인의 이름조차 가물가물할 때도 있다. 나는 마냥 늙지않고 엄마 아버지들이나 늙는 줄 알았다. 손자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음은 나는 몰랐다. 머리카락이 가늘어가고 손등에 검버섯이 하나 둘 세겨지고서야 세월이 야속함을 알게된다. 한 해가 또 저물고 있는 지금은 또 다른 두려움이 엄습한다.

세상일 모든 것은 내가 해야하고, 내가 주인공이 되야하고, 나를 통하지 않으면 모두가 적(敵)이고, 꽁하게 여겼던 일들이 부지기수였다. 아버지의 일거수 일투족은 모두 꼰데로 보였다. 기성세대는 모두 골수보수라 여기다가 조금 나이들어 바깥으로 나가보니 나보다 잘 난 사람, 현명한 사람들이 지천(地天)에 늘려 있음을 알게되고 포기도 하고, 수용하기도하고, 뒤로 물러서기도 했다.

코로나19란 해괘망칭한 놈으로 인해 세상천지가 요통친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민폐고, 식당에서 밥 먹는 것이 외계인 취급 받는 시대이다. 5명 이상 모이면 벌금을 메긴다는 웃기고 기가찬 시대다. 모두가 방구석에 처박혀 리모컨만 돌리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요즘은 공중파, 지상파 할 것 없이 트롯을 비롯한 각종 음악프로가 전부를 지배하고 있다. 드라마, 영화, 예능은 뒤로 밀려 난 듯 하다, 싱어게인. 트롯전국체전, 미스트롯2, 트롯신이 떴다 등 춘추전국시대다.

주변에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대부분이 30대~40대 들이다. 불타는 피부, 화려한 의상, 큰 키, 꽉 찬 머리카락, 탱탱한 목줄기, 윤기나는 눈 빛 모두가 보는 것 만으로도 힘이 쏟게 한다. 심사위원들 또한 젊은피들로 예리란 눈빛과 제스츄어는 보는 것 만으로도 우리를 즐겁게 한다. 상급한 심사평은 우리 마음을 여과없이 전해주니 그 또한 기쁨이다.

라이브(Live)가 아니라 방송을 통하지만 무대를 보면서 가슴이 떨리고,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것은 것은 그 노래가, 그 표현이, 그 연기가 진정성이 담기고 혼신(渾身)을 다한 울림이기 때문이라 생각해본다. 연극이나, 노래를 부르든, 시(詩)낭송을 하든, 시어(詩語)를 남기던, 오카리나를 합주하던, 하모니카 앙상블을 연출하던 예술이니까 가능한 것 같아 보였다.

그들의 감성에 젖은 노래, 그들이 전해주는 가족 이야기, 그들의 이웃이야기들이 우리를 즐겁게한다. 그 어떤 친구도, 어 어떤 연인도 혼자 있는 자신의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신나는 트롯 한 판이, 한 편의 시(詩)가 우리는 신나게 해 준다.

천만 다행으로 예술은 나이를 극복할 수 있으니 좋다. 인생 후반기에 예술의 좁은 문턱에 진입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을 넘어 축복을 느낀다. 주변을 둘러보면 돈 벌어 보려고 아등바등하다 몹쓸병으로 오늘 내일 하는 친구도 있고, 50대에 뇌출혈로 요양병원 신세 지다 코로나 여파로 사경을 헤메는 이도 있고, 한 때 정치 굿판을 벌이며 떵떨거리던 어떤 이는 남들 기본으로 채우는 70도 못넘기고 훌쩍 먼저 가버리는 것이 인생이더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하고, 내가 좋아서 하는 것 만큼 행복할 수가 있을까! 세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는 시대다. 11년 전부터 가졌으면 얼마나 가지고, 배우면 얼마나 배우고, 잘나면 얼마나 잘 났누! 하면서, 더불어 살자며 벌였던 일들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설프게나마 연출을 해보고, 시(詩)를 써보고, 수필을 써보고, 극본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느껴본다.

이제는 너희들 세상임이 틀림이 없다. 세상의 중심은 너희들임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비집고 들어설 공간이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한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휠씬 짧은 인생길에 양념 되는 일을 한다는 것에 나름 살아가는 의미를 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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