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GNA)뮤지컬 배우 박상준의 편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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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GNA)뮤지컬 배우 박상준의 편지 ①
  • 권혁중 기자
  • 승인 2020.09.0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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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박상준)뮤지컬 배우 박상준의 편지 ①
(사진제공:박상준)뮤지컬 배우 박상준의 편지 ①

[서울=글로벌뉴스통신]“초심자의 행운은 열정과 노력의 결과”
“뮤지컬 배우 박상준의 초심이란! 배우 이전에 인간으로 성숙해가는 과정”

내 나이 올해 만 스물다섯.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이제 막 프로배우로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한 새내기다.

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끝낸 ‘레미제라블’은 대학 졸업 후 첫 프로데뷔 무대였다. 1400명의 지원자 중에서 50명을 선발하는 오디션에 참가해 당당하게 ‘마리우스’라는 주요 배역을 따냈고, 그 큰 무대를 통해 주목 받는 신인배우로 떠오른 것은 어찌 보면 내게는 ‘초심자의 행운’과 같은 기회였다.

‘초심자의 행운’이란 어떤 분야에 입문한 초보자가 기대이상의 성공을 거둘 때 쓰이는 말이다. 초보자가 좋은 성과를 거두면 상대적으로 전문가들에 비해 사람들의 인상에 크게 남기 때문에 생긴 말이라고 한다. 평판을 유지해야 하는 전문가들에 비해 실패해도 손해 볼 것이 없는 초보자는 심리적으로 압박이 적기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일 자체에 집중하고 즐기면서 오히려 뛰어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초심자의 행운’이란 말 속에 담긴 의미다.
레미제라블의 ‘마리우스’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초심자의 행운’으로 보였을지 몰라도 내게는 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마리우스’는 19세기 암울했던 프랑스 사회와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중봉기에 앞장 선 학생혁명가로서. 주인공인 장발장의 양녀 ‘코제트’와 사랑에 빠지는 열정적인 인물이다. 프로 데뷔무대에 거머잡은 ‘행운’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연극의 시대적 배경을 공부하고, 배역의 캐릭터를 몸짓과 말투 하나하나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배우로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초심’이다. 불꽃 같은 남자 ‘마리우스’ 배역을 맡으면서 다시금 떠오른 단어도 ‘초심’이었다. 연습을 시작하면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다짐했던 ‘초심’을 떠올렸다. 공연 중에는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설렘과 열정’을 되새겼으며, 공연을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연습 초반에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들을 떠올리며 ‘초심’을 다잡았다.

내게 있어서 초심이란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반성 할 수 있는 능력”인 동시에 “내 존재를 지탱해 나가는 동력”이다. 지금 이 시간에서 돌이켜 보면 내가 무언가를 결심하고 생각했던 수많은 과거의 시간 하나하나가 내게는 새롭게 무언가를 느끼고 결심했던 ‘초심’들의 연속이다. 그 순간들을 되돌아보고 현재를 반성하는 것이 ‘초심’을 잃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고 형편이 나아지면 과거에 결심했던 무언가를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나 역시 그럴 때 마다 항상 ‘초심’을 떠올리며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프로데뷔 무대를 무사히 치러냈지만, 나는 작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 비록 ‘초심의 행운’에서 시작하더라도 반드시 가혹한 시험이 뒤따른다는 말도 있기 때문이다. 초심이란 말 그대로 맨 처음에 가졌던 마음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초심이란 단어가 다가오는 때는 애초에 먹었던 마음가짐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심이 변질되는 것은 처음 먹은 마음도 일상의 매너리즘에 묻혀버리면 흔들리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글쓰기의 초보자로서 ‘초심자의 행운’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칼럼 연재를 부탁 받고 두려움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것과 다름없는 ‘햇병아리’ 배우의 얘기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올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한 심정이었다. 그런 내가 글을 써보겠다는 결심을 세운 것은 머리 속에 불현듯 떠오른 생각 때문이다.

“나는 배우다. 배우는 인간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사람이다. 좋은 배우가 되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초심’이었다.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세상과 성숙한 인간이 되기 떠올리는 나의 생각과 철학들을 적어보면 좋지 않을까? 너무나도 부족하고 철없는 생각들로 가득 찬 글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적어 나갈 글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누구에게든 생각 할 무언가를 줄 수도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순간에도 독자들에게 무언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순간은 또 다른 ‘초심’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족하나마 앞으로 쓰여질 글들이 나에게, 또한 독자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발전해 나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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