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속가능한 서원의 철학과 가치를 계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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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지속가능한 서원의 철학과 가치를 계승해야.
  • 권오헌 기자
  • 승인 2020.08.27 0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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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관광산업을 키워 나가는 방안을 모색.
-.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의미를 살리는 길.
(사진:글로벌뉴스통신 권오헌 기자)조배식 논산시의회 의원
(사진:글로벌뉴스통신 권오헌 기자)조배식 논산시의회 의원

[논산=글로벌뉴스통신]지난해 7월 세계가 우리나라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서원의 가치를 인정했다. 돈암서원(충남 논산)과 필암서원(전남 장성), 무성서원(전북 정읍) 등 한국의 서원 9곳이 한국을 넘어 세계인이 함께 가꾸고 보존해야 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최근 등재됐다. 특히, 충남·전남·전북에 위치해 있어 더욱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서원은 조선시대 학자들이 후학양성을 위해 만든 사설 교육기관이다. 본래 서원의 설립 목적은 ‘어진 이를 높여 선비를 기른다.’는 존현양에 있다. 한국 서원은 학문 연구 및 인격수련에 목적을 뒀다는 점에서 같은 유교 문화권인 중국·일본·베트남의 서원과는 구별된다.

서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선비정신을 중요시한 서원의 정신적 가치를 되새기고 이를 더욱 계승·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세계인들은 한국에 900개가 넘는 엘리트 사립학교가 500여년간 선현을 배향해 왔다는 점에 놀라워한다.

벼슬이나 재력이 아닌 도덕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만이 지역의 공론을 통해 서원에 배향됐다. 도덕은 물론 가치관마저 혼란해진 요즘, 한국의 서원이 추구한 가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물질적 욕망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천하는 선현들의 곧은 정신은 서구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궤를 같이하는 한국 선비정신의 발현이다.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서원(이후 소수서원)이 1543년 영주에 세워진 이후 조선 후기쯤엔 전국적으로 900여곳에 이르게 된다. 서원의 증가는 인재를 키우고 선현과 향현을 기리며 유교적 향촌 질서를 유지하고, 시정을 비판하는 사림의 공론을 형성하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었다. 하지만 혈연과 지연·학연·당파 관계 등과 연관되면서 지방양반층의 이익집단화 경향과 서원에 부속된 토지와 노비의 확대로 양민들의 원성을 사는 등의 폐해가 나타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의 주인공은 사람이다. 18세기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조선 전기까지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서 난다”고 했다. 서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시사하는 점을 배워야 한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국가에 충성을 다하고, 고향에 내려와 후진교육에 힘쓰며, 죽어서는 불천위로 남아 후세의 모범이 됨을 최고의 영예로 삼았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았지만 국내외적으로 경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지방분권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서원의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선조들의 혜안을 본받아 수도권에 편중된 좋은 인적자원이 지역에 머물며 지역발전의 모멘텀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우수한 인재가 수도권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고향·지역발전을 위해 힘쓸 때, 국민소득이 증가하는 시대를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 다음 이들 세계유산을 활용한 문화콘텐츠의 개발, 관촉사, 쌍계사, 개태사, 명재고택 등 지역의 다른 문화유산과 연계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등 지역 관광산업을 키워 나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의미를 살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쪼록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가치가 소중한 지역 문화브랜드로 자리 잡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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