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과 “말 무덤(言塚)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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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과 “말 무덤(言塚) 이야기”
  • 김진홍 논설위원
  • 승인 2020.03.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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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글로벌뉴스통신]-박상인 문화산책-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남양주 덕소마을, 2-3m정도의 높은 축대가 성벽같이 길 따라 이어지는 중간, 마치 앞니 빠진 것처럼 축대가 디귿(ㄷ)자 모양 움푹 들어간 곳에 회칠한 한 평 정도의 작은 기와집 한 채가 높은 아파트 위세에 눌려 다소곳이 있는 것처럼 초라히 박혀있다. 옆에는 율계 산신당(栗溪 山神堂)이란 안내판, 그 앞 도보길 에는 언젠가 재수용 물을 길러 올렸던 뚜껑 닫힌 우물. 언제나  주먹만 한 자물쇠를 물고 있는 알미늄 샤시 문. 그 오른편에 <말 무덤이 치성제사 일 음 시월 초닷세>란 간판이 일 년 내내 걸려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내 어느 곳을 가도 내가 있는 곳의 지명과 유래 및 문화재를 뒤지는 성격 때문에 그 간 남양주시 홈피. 문화원 자료 등을 꼼꼼히 검색해 보았으나 명쾌한 기록이 없어 답답했었는데 안내판의 글로 미루어 보아 지금 이 아파트 단지는 그 전에는 야산 이였고 거기에 어떤 연유로 말의 무덤이 있었고 이 말 무덤을 위하는 작은 산신당이 있었는데 개발 논리에 의해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통에 말 무덤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차마 신당은 업자들이 꺼리는 그 동티날까 그 자리에 시멘트로 분칠하여 보존 한답시고 남겨놓고 매년 시월 상달 초 닷샌 날 마을 유지 어른들이 소머리 돼지머리 주과포 놓고 삼배하며 국태민안, 대동화합, 자손번창을 기원하며 소지를 올리고 있는 곳일 것이라 …….
 
말 무덤, 내 사고의 인력권을 못 벗어나는 고향 타령 또 한다.내 고향 경북 예천군 지보면 소화리(所華里)는 본디 아름다운 곳. 우리 마을 앞산 삿갓봉 고개길 넘으면 안동시 하회마을이 속한 풍천면 구담마을이 있고 이 경계점 가까운 곳, 낙동강이 활 장처럼 굽어 들어간 안쪽 소백산 야산자락에 예부터 집들이 드문드문 혹은 지붕을 맞대고 옹기종기 얼켜사는 마을이 있다.
 
옛날에는 이 마을에 커다란 대나무가 많아서 순 우리말로 한대마을. 한자로는 대죽리(大竹里) 한다, 이 대죽리 마을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골목마다. 들판마다 조용한 날 없이 집성촌 동성들도 각성받이 사람들도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릉 대고 큰 소리로 말다툼하는 시끄러운 동네가 됐다. 그러든 어느 해 이 마을을 지나가던 과객(혹은 도사라고도 함)이 이 마을 좌우의 지맥을 보아하니 우 청룡인 주둥개 산이 마을 앞으로 튀어 나오고, 좌청룡은 개의 앞니처럼 튀어나와 있어 날마다 우지 짓고 싸우게 된다는 말을 했다.
 
동네 어른들은 이 말을 듣고 좌청룡 주둥개산 지점 마을 입구인 눈 가운데 송곳니 같은 바위 세 개를 세우고, 우백호인 마을 들머리에 바위덩이 큰 놈 두 개를 옮겨와 놓고 이름을 재갈바위라 하였다. 마지막으로 아래 윗동네 남녀노소 모두가 땅 파낼 수 있는 연장을 들고, 또 각자 사발이나 대접 같은 큰 그릇 하나씩을 반드시 들고  아무 날 아무 시에 마을 앞 안산에 해당하는 작은 언덕배기 머리에 모이도록 령을 내렸다.
 
지정한 날 이 장소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힘 모아 넓고 깊은 구덩이를 파게하고, 하는 말, 내 말 들으시오, 지금부터 가지고 온 대접. 사발을 얼굴 앞에 밭아 들고 그간 하고 싶었던 억울한 말, 원한 맺힌 말. 차마 못한 말. 욕하고 싶은 말. 시원스레 퍼붓고 싶었던 말, 되받아 밷고 싶었던 말들, 그 가슴 속에 엉켜있는 말 전부 그릇에 토해 내거나 뱉어보라, 그리고 그 말이 그릇 가득 차면 즉시 그릇 채 판 구덩이 속에 얼른 던지고 다시 꼭꼭 묻어 봉분까지 만들었단다. 요상스럽게도 그 일을 한 후 부터는 마을 사람들 싸움 없이 웃음소리 나고 오순도순 인정 있고 평화롭게 살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 무덤 앞에는 말 무덤(言塚)란 비석까지 세웠다. 말 무덤(馬塚) 아닌 말 무덤(言塚).아마도 이 말 무덤은 세계 유일무이한 무덤이 아닐까 한다. 좁은 국토이지만 우리나라 남쪽만 하더라도 검색 하면 <말 무덤>이 열 곳 정도는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는 모두 사람과 관계되는 말(馬.horse)의 무덤이고 보통 의마총(義馬塚)이라 하고, 의로운 소의 무덤(義牛塚), 의로운 개 무덤 의견총(義犬塚)도 가끔 보인다.
 
여기서 잠시 식자들이 자주 들먹이는 말, 우리의 산하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퇴어 일광즉 위역사, 염어 월색즉 위신화(褪於日光則爲歷史 染於月色則爲神話 )” 명구는 소설가 이병주 선생이 그의 소설 <신화> 서문에서 써서 후에 자주 차용 됐으나 원전은 로이터 통신 특파원, 더 타임지와 라이프지 기자로 문명을 떨친 저널지스트 출신 작가로 잘 알려진 <마지막 황제>를 쓴 에드워드 베르(Edward Behr)가 한 말을 한자로 표기하여 멋진 절구가 되었고 나도 잘 인용하곤 한다.
 
이들 명언 중에 내 마음 속에 담아온 몇 개만 소개해서 다짐 하고자 한다.<말이 고우면 바지 사러 갔다가도 두부 사 온다.> <가루는 (채로)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말은 할수록 늘고 되질은 할수록 줄어든다> 곱씹어 볼만한 명구 아닌가?이제 한 달도 안남은 민주주의의 꽃, 총선이 있다. 민주주의는 말이 좀 시끌벅적한 게 정상이고 또 특징이다. 하지만 근거 없는 말. 뒤가 뻔한 막말, 책임 못질 헛말, 남 헐뜻는 독한 말 등등이 난무하고 있으니... 경쟁자들이 서로 도를 넘는 비난음해의 가짜 말들을 하고  이전투구 불성 사나운 추태를 벌리고 있다.
 
그리도 아무튼 선거가 끝나면 국회의원이 된 인물 300명은 각자 번쩍이는 6g 금뺏지를 가슴에 달고 나라를 걱정하게 될 것이다. 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낸다. 21대 국회 개원식 때 국민 앞에, 헌법 앞에 엄숙히 선서하기 전에, 검은 정장하고 현충원 찾아 헌화 묵념, 멸사봉공 맹세하기 전에 3백명 모두가 관광버스 나눠 타고 예천 한대마을 말 무덤(언총)을 찾아 말에 대한 기본 예의를 배우고, 말의 책임. 말의 폐해를 생각하여, 책임 질 수 있는 말, 상처주지 않는 말, 근거 있는 말, 그리고 곱고 아름다운 말을 할 것을 다짐하고 돌아와 국정에 참여 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말에 관한 철지난 소위 아재(꼰대)개그 한 가지 되살려 적어 본다. 어느 날 마사협회에서 권위 있는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하여 경마장 마방에 소속된 수많은 말을 찾아가 “말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요?” 물었던 결과, 1) 말을 바꾸는 사람 2) 말을 뻥튀기 기계에 넣는 사람 3) 말을 돌리는 사람 4) 상대방 말을 자르는 사람 5) 말꼬리 잡는 사람 6) 말 가지고 노는 사람 순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참으로 매체를 보면 말 많은 세상. 말로서 말 많으니 믿음주고 책임질 말 드물더라. 우리 이 시대 그 옛날 예천 한대마을 사람들처럼 여의도 한강 백사장 어디쯤이나, 남산 자락 어디쯤, 또는 서해 쓰레기 매립장 어디쯤 금뺏지 단사람, 위정자. 청문회 나오실 분들 모시고가 구덩이 파고 진실 아닌 말 다 토해내는 새로운 말 무덤(言塚)을 하나쯤 만들었으면 좋겠다.
 
(혹자는 나보고 되게 말 많은 사람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감히 말한다. 언감생심. 그때 14세기 페스트(흑사병)이 온 유럽을 휩쓸어 떨고 있을 때 저 위대한 조비니 보카치오(Govanni Boccaccio) 선생이 십인십화(十人十話)의 이야기 즉 <데카메론>를 만들어 시민을 위로했던 비슷한 심정으로 이 어설픈 글로  시방 <코로나19>라는 미물에 떨고 있는 내 이웃을 위해 작은 위로나 될까하여 감히 사설 푸니 양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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