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손학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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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손학규 입장
  • 권현중 기자
  • 승인 2014.04.06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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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미래재단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방안을 발표했으나 북한의 ‘사격 훈련’과 남측의 대응 사격, 무인비행기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박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을 ‘체제통일에 대한 공공연한 선언’으로 ‘천추에 용납 못할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하고 나서는 상황까지 전개되면서 드레스덴 선언이 남북관계에 변화와 진전을 가져다 줄 것을 기대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드레스덴 선언의 의미는 무엇이고 문제점은 무엇인가?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 박 대통령은 1) 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2) 민생 인프라 구축, 3) 남북 동질성 회복 등 3대 어젠다를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은 새로운 내용 없이 기존의 정책과 입장을 반복한 것이고, 북쪽의 요구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내용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구상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에 일정한 진전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
 
우선 드레스덴 구상은 비핵화·교류협력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생인프라 구축을 위한 경제 협력사업에 대해서 비핵화 조건을 명시적으로 전제하지 않음으로써 이명박 정부 이래 고수해온 ‘선 비핵화, 후 교류협력’이라는 대북접근 공식에 변화를 준 것이다.
 
또한 경제 협력에서 천안함 문제에 대한 사과를 전제하지 않고, 역사,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등 순수 민간 접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은 대북투자와 민간접촉을 금지한 5.24 조치의 완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관계에서 이 두 가지 전제 조건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이는 교류협력에 커다란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할 일이다. 나 자신 이 점을 그동안 꾸준히 주장해 왔다.
 
지원과 교류 협력의 내용이 특히 새로울 것은 없지만, 북한에 복합농촌단지를 건설하고 북한의 교통·통신 건설에 투자하겠다는 제안은 북한 경제의 기반을 튼튼히 해서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의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경기도지사 시절 북한에 대한 벼농사지원사업을 대규모로 펼쳐 북한의 농업기반을 튼튼히 해서 만성적인 식량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했던 나로서는 복합농촌단지 건설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서 ‘통일대박론’이 북한의 급변사태를 통한 전격적인 합병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고,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통일 프로세스가 되어야 함을 고백하고 있다. 통일은 전격적인 남북합병이 아니라 교류협력을 통한 실질적 통합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서 남북관계의 핵심은 교류협력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드레스덴 구상의 여러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 구상이 충분한 현실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데 대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점과 의문이 남는다.
 
이러한 교류와 협력에는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신뢰를 나눌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조성되었는가? 드레스덴 구상에 담긴 어젠다는 신뢰를 담보할 만큼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는가?
 
드레스덴 구상이 대증요법에 치중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근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 북핵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노력이 없는 교류협력은 사상누각처럼 금방 허물어질 위험이 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관계 당사국들의 이해관계에서도 그렇고 북한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북한정권 안보에 대한 담보가 없는 교류협력의 확대는 불안만을 가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기대를 주거나 평화체제로 가는 프로세스를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북핵 폐기를 일방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북핵 폐기를 위한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는 국제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북·미관계의 개선이다. 2차 대전 후 미국이 국교를 수립한 일이 없는 유일한 정권이 북한이다. 1991년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까지 북한을 승인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권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북한과 제대로 교섭이 되겠는가?
 
북·미관계 개선은 한반도 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의 시발이다. 여기에 대한민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통미봉남(通美封南)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북·미 국교 정상화를 한국이 주도함으로써 대한민국이 동북아 신질서에 중심적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이것이 북한의 신뢰를 끌어내는 첩경이기도 하다. 그러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도 가능해진다.
 
이런 의미에서 헤이그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이 북한을 상대로 북핵불용원칙에 대한 3국 공조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드레스덴 구상을 앞둔 외교행적으로서는 별로 슬기롭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드레스덴 구상을 위한 사전적 환경조성이 좀 더 세심하게 이루어졌어야 했다.
 
박근혜 정부의 신뢰외교는 상대(북한)의 신뢰를 요구하는 자세와 함께 상대에게 자신(남한)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도록 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럴 때 약자의 현실주의적 논리가 완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3대 제안의 장소가 구 동독의 드레스덴이었던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는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흡수)통일의 성공사례로 말하는 드레스덴에서 제시하는 교류협력을 편하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외교관계가 그렇겠지만 남북관계에는 특히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센스’가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신뢰의 기초다.
 
교류협력을 위한 3대 제안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인도적 지원에는 북한의 산모·유아를 지원하는 UN 프로그램인 모자패키지 사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식량지원 등 좀 더 적극적인 지원책이 포함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경제 협력이나 문화·스포츠 교류도 5·24조치의 과감한 해제로 나아갔어야 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등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이러한 요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과도한 요구이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관계에서 더욱 과감해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기 때문에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보수 진영의 튼튼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남북문제에서 더욱 과감한 행보를 보여줄 수 있다. 보수파인 닉슨이 냉전시대에 미·중관계를 열고, 역시 보수파인 콜 수상이 독일 통일과정에서 과감하게 행동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박 대통령이 마음먹고 독일에서 행할 ‘드레스덴 선언’에 기대를 했던 것이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누가 하든 남북관계 개선의 큰 물꼬를 터주기만 하면 그가 우리 당이건 반대당이건 상관하지 않는다.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확립하고, 남북 교류협력을 강화해서 실질적인 통일을 이루고 미래 통일의 기반을 다질 수만 있다면 정권을 초월해서 누구라도 적극 환영하고 지지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통일에 적극적이고 큰 기여를 해주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북한도 남북 평화에 적극 나서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군사적 대응은 평화를 위해서도, 통일을 위해서도, 북한의 안보를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한미연합 작전에 대한 대응이고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포사격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북한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편한 마음으로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지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5·24조치를 해제를 위한 환경 조성에 북한도 능동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화제의에 적극 응하기 바란다. 북한이 남한과 미국으로부터 신뢰의 바탕을 요구하는 만큼 자신도 국제사회에 신뢰의 바탕을 만들고 보여주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인 만큼 핵무기 폐지와 핵실험·미사일 발사 중지를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것이 북한으로서도 평화와 번영의 길이기 때문이다.

통일을 향한 우리 민족의 염원이 남과 북 사이의 신뢰와 국제 사회의 축복 속에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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