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구멍으로 공든 탑 무너진다, IT여성인재 생태계 구축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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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구멍으로 공든 탑 무너진다, IT여성인재 생태계 구축의 길
  • 류구환 기자
  • 승인 2019.12.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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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글로벌뉴스통신]

(기고)세종대학교 신문방송학과 4학년 장유진

국가경쟁력 13위, ICT 보급 1위, 거시경제 안정성 1위, 혁신역량 6위
인력의 다양성 86위, 성별격차 108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지난 10월 9일 발표한 「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 2019」에 의하면 한국은 평가대상 141개국 중에서 13위를 기록하며 2017년(17위), 2018년(15위) 이래로 꾸준한 성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2018년부터 4차 산업혁명 등의 경제 환경 변화를 고려해 평가체계를 개편하며 시의성을 더욱 중요하게 반영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과 관련한 ICT 보급 부문에서는 한국이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혁신역량 부문에서는 6위로 전년 대비 2단계 성장했다. 

그러나 강점 속에는 항상 약점이 존재하듯이 이토록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혁신역량 부문 10개 지표 중에서 ‘인력의 다양성’은 86위로 저조한 순위를 기록했으며 유일하게 2017년부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자료출처:장유진)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 2019

그렇다면 ‘인력의 다양성’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는 여성과 장애우, 외국인 등의 소수계층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성별, 국적, 외형, 연령, 직군, 학력 등 여러 기준 속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글로벌 기업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요소로 작용한다. 그 중 여성인력이 성 차별, 임금 격차와 함께 주된 화두로 떠오르며 최근에는 국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IT분야 이공계 여성인재 양성이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지표가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ICT·SW업계 여성인력은 20% 수준에 못 미쳐

우리나라 IT분야 이공계 여성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특히 남초 집단이라고 불리는 ICT·SW업계 여성인력은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학에서 여대생의 이공계 전공 선택 비율이 남학생과 비교했을 때 훨씬 낮다는 사실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성별에 따른 수학·과학 능력은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하지만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보다 수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편견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장유진) 이동인 보이스아이 전 대표(창업자)

대용량 저장, 2차원 바코드 솔루션 기업 ‘보이스아이’ 창업자인 이동인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 분야 1위 국가인 독일에서 유학하며 성장했다. 이 전 대표는 먼저 우리나라의 반짝하는, 냄비처럼 확 끓어오르는 모습을 지적했다. “현재 우리는 혁명이라는 자극적이라는 단어까지 써서 붐업하려는 노력들이 많지만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전부터 조용하게 4차 산업 관련 기술에 대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유행하는 산업에 대한 흐름이라기보다는 기초과학이나 코딩에 관해 기본적인 체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라고 밝혔다.

언제까지 여성들이 수학을 못 한다고 할 것인가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전 대표는 “독일에서는 기본적으로 남녀의 차이를 느끼지 않도록 교육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남녀 성 차이로 인한 역할 구분을 하지 않는데 집중을 하고 있죠.”라며 “여학생들의 수학, 과학 능력에 대해서도 일반론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딱 한정지어서 누구도 극복하지 못했다, 이건 아니잖아요. 누구를 만나서,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한계를 지정하는 것 보다 우수한 성과를 낸 여학생들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기이한 입시제도, 말로만 4차 산업혁명 인재 육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입시제도에서 또 한 가지의 아이러니가 추가된다. 2021학년도 수능시험 수학 가형에서 기하와 벡터가 통째로 없어진다. 알고리즘의 기본이 되는 행렬은 이미 제외 된지 오래이며, 고교 수학 과정에서 완전히 없앤다고 한다. AI 강국을 외치는 나라가 그 기초를 무너뜨린다는 것은 매우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전 대표는 “알고리즘이나 나중에 로열티를 받고 팔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은 모두 기초과학에서 나옵니다. 심지어 다음 입시정책에서 수리 능력의 행렬, 기하와 벡터를 모두 빼버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 짜는 데 기본이 되는 것인데..”라고 전했다.

석춘희 지주소프트 부사장은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남녀 공통으로 어릴 때부터 수학, 과학 기반의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줄 꾸준한 학습이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기존의 암기 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더했다. “원리에 대한 이해 없이 공식을 외워서 암기만 하다가는 방법론의 시행착오로 결국 수학을 포기하는 거죠.”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정형화된 교육환경에서 벗어나 창의성·자율성 교육 강화

우수사례로 대구광역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전국 최초로 미래역량교육을 도입했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발상을 도와줄 수 있는 초등학교 미래교실, 상상제작소, 수학체험센터와 예술융합창작지원센터를 세우고 SW중심 교육을 통해 학생 맞춤형 진로교육을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직접 코딩해보는 능력을 기르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

학생들뿐만 아니라 경력단절여성도 있다.전현경 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은 “여대생뿐만 아니라 경력단절여성들도 숨어있는 인적자원이에요. 그분들이 새로운 선상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교육을 받는 것이 시간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걸리겠지만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장유진) 전현경 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

 독일에서는 ‘경력단절여성’이란 개념이 존재할까. 이 전 대표는 “독일에서도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될 수 있는 상황이 똑같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 함께 공동으로 배려를 해주기에 경력을 이어나가는 것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에요. 육아와 가정생활을 하면서  일을 하는 여성이 독일에는 훨씬 많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경험과 실력차이가 굉장히 커요. 한국에서는 처음에 똑같이 시작해도 급격히 줄어들고 독일에서는 개발자들이 40, 50대가 넘어가도 그대로 남아있는 거죠. 정책적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하는 것은 육아시설이에요.”라고 밝혔다.

AI대학원, SW중심대학,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등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양성에 대한 정부의 예산투입이 점점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 IT업계에서 욕심낼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 기반이 제대로 구축되어야 한다.

(사진제공:장유진)IT여성기업인협회가 주최한 IT-여성 일자리 컨퍼런스어워드

‘혁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성들은 역동적인 자세를 가지고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에서의 진출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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