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 당하며 변화를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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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 당하며 변화를 일군다.
  • 장서연 기자
  • 승인 2019.07.27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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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 망각의 동물

[서울=글로벌뉴스통신]

-나는 간사한 사람-
이재갑, 前 송파문화원 문예 진흥팀장

플라톤과 함께 그리스가 낳은 최고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하면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밥'만으로는 부족하고 더불어 한 가지가 더 필요한 게 있는데 그게 바로 '사랑' 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랑'을 정의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개인마다 모두 다르고 독특하기 때문에 모두가 수긍할 정의가 애매한 모양이다. 누가 내게 사랑에 대한 정의를 물으면 70평생 살아오는 동안 체득한 것들로 ‘용서와 배려’,‘오래 참으며 함께 함’이라 대답하겠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랑 없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삭막하고 끔찍하다.

누군가는 또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도 정의했다는데 나이 많아 자꾸 잃어버리는 건망증과 차원이 다른 지난날의 처절했던 고생이나 행복했던 시절 등 지나간 건 거의 잊어먹는 ‘망각’ 즉 여름더위 ,겨울추위 독할 적에"이런 더위 오늘 같은 추위는 첨이네"라는 소리를 쉽게 토로한다. 과거 이보다 더 덥고 추었던 기억이나 얼마만큼 덥고 추웠던 가는 기억에서 모두 사라져 지금 당하고 있는 더위ㆍ추위가 가장 독한 걸로만 여기며 과거 고생했던 것, 경기가 불황이었던 것까지도 다 잊고 오직 현재의 고생과 즐거움만 탓하고 즐기는 현상을 지적한 표현이리라. 이런 망각은 인간에게 쓸모없는 요소가 아닌 꼭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미래에도 계속하여 존재할 텐데 망각이 심하면 어찌될까 역시 아찔하다. 

논하고자하는 본질은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니, '망각의 동물'이라고 정의했음에도 필자에게는 또 다른 호칭인 '간사한 사람'이라 불릴 섬뜩한 사례가 있어 고백하려는 것이다. 그 사례인즉 본격적인 여름더위가 시작될 초복이 일주일이나 남은 지난 7월6일이었다. 저녁뉴스에 ‘서울기온 섭씨36도로 7월 더위로는 89년만의 최고기록’ 이라는 보도였다. 이런 더위임에도 나는 그날 근로현장에서 '건강노동의 보람'뿐만 아니라 이보다 값진 것, 내가 전에 일하던 곳에서 불과 한 달 전에 새로 옮겨온 일터가 힘든 건설현장 임에도 별로 더운 줄을 모르고 일을 했으니 그 내력을 고백하려함이다.

전에 일하던 곳에서는 업무보다는 사람들과의 신경전 즉 동료 간에 갈등이 얼마나 한심했던지 하루도 밤잠을 편히 취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일터를 옮긴 곳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건설현장 임에도 갈등 없는 근로분위기다보니 땀으로 모두를 배설했을지언정 기분만은 훨훨 하늘을 나를듯했었다.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난 이 중복더위에도 트롯가요 '여자의 일생'과 찬송가 3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마구 불러대며 일하고 있다는 간증이다. 고백하려는 사연인즉 아무리 육체적으로 감당키 어렵고 힘든 일, 무서운 폭염이 나를 억압해도 정신적으로 편안하니까 육체적인 고통은 일과 중 오락으로 여겨졌다는 솔직한 체험담을 토로하자니 '무척 간사한 노인'으로 호칭됨을 피하기 어렵겠다. 

지금 나의 부끄러운 고백을 듣는 독자들도 ’맞아, 참 간사한 노인'이라고 비웃으리라. 어쩔 수 없다. 거짓이나 과장이 아니니 이참에 내력을 모두 털어 고백하자. 우리 어릴 적 온갖 잡풀쓰레기들이 퇴비장에 두엄으로 모였다가 썩은 거름으로 살신(殺身)하는 걸 보면서 자랐다. 지금도 걸레는 더러운 것들을 닦아주며 인간을 위해 헌신(獻身)하는걸 보며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동물이란 인간들 중에 산전수전(山戰水戰)다 겪으며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주제에 하나님이 건강 주셔 이른 새벽 근로현장 보내주셨으면 감사드리며 피차 늙어가는 처지니 동료끼리 서로 위로와 격려로 상호 존중해야함에도 참견과 간섭만으론 양이차지 않는지, 동료의 하자(瑕疵)를 찾느라, 눈에 불을 켜고 헐뜯을 거리 찾느라 시쳇말로 갑질까지 주저치 않는 것들과 함께 하자니 애꿎은 신경인들 오죽이나 피곤했으랴. 내가 일했던 일터와 똑같은 유형의 근로현장 모두가 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최소한 내가 거쳤던 일터 20여 군데에서 만난 동료들 거의가 작금의 정치권에서 보여주는 시정잡배만도 못한 이전투구 식의 작태였다. 

과거 우리조상들이 세상을 이런 근성으로 휘저었다가 남의 속국 되어 압제의 서러움 겪었던 걸 오늘에 와서까지 후손들 앞에서 놈들과 신경전을 벌리며 한탄하고 있는 게 바로 저질국민성의 업보라면 이런 걸 가리켜 논리의 비약이랄까, 자가당착이랄까. 일터업무량 무게나 근로조건 따위는 별개요, 더위ㆍ추위도 문제될 게 없다. 통상적으로 주민들 갑 질에 시달림이라느니, 근무환경여건 열악하다는 소리는 팔자좋은 사람들 동정론에 휘둘린 넋두리에 불과하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바로 동료끼리 참견과 간섭, 아무 것도 아닌 걸로 헐뜯는 모함에 시달리는 갈등이 사람을 녹초 되도록 휘몰아치는 곳이 최소한 내가 일하며 당했던 일터에서의 실상이었다. 이런 불화ㆍ 갈등을 조정해주는 관리자가 없는 게 아니다. 관리자가 마땅히 사태를 정확히 파악해서 조정, 조화를 이뤄 주어야 함에도 자기책무를 포기, 마치 정치권의 매몰된 진영논리처럼 편파적으로 사태를 꼬이게 하는데 더 큰 문제였다. 

즉 어떤 사안에 직면 했을 때 양쪽 의견을 종합,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서 가능한 화해시켜 조정해 줘야 할 관리자가 조정ㆍ 수습커녕 편향된 편견의 일방적 조치로 동료 간 더 큰 갈등을 부채질 하는데 사람골병 들기 안성맞춤이다. 

이런 근로현장을 5년여 전전하며 당했던 부끄러운 실상을 고백하는 내가 이 중복절기에 더위를 모르니 ’간사한 노인‘임에 틀림없잖은가. 오죽하면 어렵게 찾은 일터에서 고령자가 당한 '일방적 해고조치'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제출하여, 거의 모두를 구제받았겠는가. 

실상을 모르는 아내가 알면 나에게“당신한테 문제가 있는가보다”고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 고백을 접하는 독자중에도 "자네한테 더 큰 문제가 있었지"라고 양비론을 제시 할 걸 알고 있다. 내가 돈 몇 푼 긁어내자는 게 아니라 바로 이런 오해가 분하고 괘씸하여 망신을 당하더라도 근로현장 밑바닥의 저질 퇴폐풍조의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히 규명, 희희낙락하는 무리들의 고개를 숙이도록 하자는 게 목적이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 예제(禮際)편에서 「전관유자엄지물창(前官有疵掩之勿彰)하고 전관유죄보지물성(前官有罪補之勿成)하라」는 귀한 가르침을 주셨다.즉 “전관(前官)에게 흠이 있으면 덮어주어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설령 전관에게 죄가 있더라도 도와서 벌 덜 받게 함이 후임자의 덕목”이라고 제시했다.
여기서 전관 (前官)을 동료(同僚)로 바꾼다. 동료의 하자부분을 가려서 드러나지 않게 함은커녕 모함ㆍ음해만으로는 양이차지 않는지 확대 재생산 유포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런 자를 나무라지 않는 인간들, 동료가 해고당하는 판에 마치 경사난 듯 날뛰는 이런 부류들과의 갈등이 사람을 더 늙어버리게 만든 곳, 바로 내가 이런 근로현장을 전전했음을 감히 자복(自服)하며 고발하는 것이다.

왜 나에게 이런 부류들을 만나게 해서 갈등으로 시달리게 하시는가?

용서 못함을 참회하면서 나 자신을 왜 성찰하지 않았겠나.

"모든 건 남 탓이 아니라 살아오는 동안 내가 지은 크고 작은 내 죄 탓 이다"고 하나님께 회개의 통곡을 절규ㆍ포효했다. 들으신 하나님은 외면치 않으시고 놀라운 응답ㆍ 은총으로 화답 주셨으니 이 무더위에 험악한 공사현장으로 옮겨주셨다. 그러나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상호격려, 서로배려, 모두위로하며 전체화합으로 '포용적 사람중심 근로분위기'라 폭염에 땀으로 옷과 흙을 적셔도 마음만은 저 높은 창공 뭉게구름타고 훨훨 나르고 있다는 고백을 믿지 못하겠다면’간사한 노인‘이라 비웃어도 좋다. 가는 세월, 흘러가는 시간을 누가 막으랴.

오후 다섯 시면 종료, 대근 자 구할 필요 없이 저녁모임에도 여유 있게 참여가 가능하다. 수요 금요예배까지 신앙생활에 지장 없으며 격주로 예배 참예했던 나일론(?)신자가 아니다. 주일마다 이른 아침 등산 후 주일성수 딱 좋아!.하나님 만세!. 그래서 이 간사한 노인은 나를 괴롭혔던 과거동료들에게 우리 하늘에서라도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이라고 뜨겁게 중복더위 보다 더 뜨겁게 노래 불러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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