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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새형,용기를 갖고 다시 일어나야지요

아미새娥美鳥

주성 박형태시유어게인 감독, 문수필담회원, 수평선문학회원

J선배! 한 달 전 동인지 일로 편하게 통화하고, 목요일 저녁 형에게 모처럼 전화를 올렸다. “나 좀 멀리 있다네!” “당분간 활동도 참여도 힘들 것 같으이~” 

“어딥니까?”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여기 “서울대 병원일세!” ,순간 큰일이라 직감했다. 선배의 따님(35)이 아기 출산후 잘 못 되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단다. 아뿔사 결국 큰 일이 생겼구나. 먹먹했다.

J선배는 슬하에 딸 셋을 두었다. 사모님은 14년 전 소천(召天)하셔서 홀로 시작(詩作)을 베게삼고 기간제 근로자로 생계를 꾸리고 계신다. 둘째 딸은 늦게 시집(당시 32세)가 사위직장이 서울이라 한양에 거처를 마련하고 그 팍팍한 수도권 생활에 적응해 갔다.

살면서 애기가 생기고 딸은 살아보려고 알바하며 아둥바둥 더 나은 미래를 위해 1인 4역을 해냈다. 와중에 이틀이 멀다하고 부산에 혼자이신 아버지에게 문안 전화하던 딸이다.

올 7월 이제 손주볼 일만 남았다고 자랑하시던 선배 눈길이 또렷이 느껴진다. 아이가 보고 싶어! 애기가 좋아? 5살 베기 곱슬머리 내 손녀 머리를 쓰다듬으며 2만원 희사하고는 “잘 자라 거라” 격려하던 당신이시다.

그 딸이 몸이 좀 안 좋다며 아이를 1개월 빨리 낳는다기에 급히 서울로 가셨다. 다행이 아기는 1개월 빨리 수술로 낳았는데, 불행이도 아기와 함께 또 다른 놈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 놈의 크기가 15센티를 넘는다니! 아이머리하나가 아기 등 뒤에서 자라고 있었다. 늦게 발견된 터라 부랴부랴 수술로 아기는 건졌지만 그 놈은 산모의 몸 전체를 망가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기를 낳고 난 뒤 이놈은 급격히 활성화되어 내장은 물론이고 성하던 패까지 공격하였고, 임파선을 타고 온 몸으로 전이되어 전신은 만신창이가 되어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이다.

딸의 고통을 지켜보는 J선배는 밤마다 우셨다. 이런 희한한 일이 왜 내 딸에게 오는가! 늦게 시집가서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 우리 딸! 우리가족에 고통을 주시는지 원망했다.

큰 딸은 멀리서 사흘이 멀다 않고 동생 보러 오고, 막 내 딸은 억울해서 전화 할 때마다 울고불고 난리다. 더하여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의 거치문제도 집안을 억 눌렀다. 마누라라도 살아 있었다면 아이는 할미가 돌보았을 텐데, 아이 친할머니마저 병중이라 첩첩 산중이다.

J선배~ 이 일을 어찌할꼬! 너무나 안타깝고 서럽다. 유일하게 시작활동을 낙(樂)으로 삼았고, 온갖 만상이 시의 소재(素材)라던 선배의 시작강연에 매료되었었다. 평소 남에게 해(害)되는 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형에게 늦으막이 무슨 악재(惡材)란 말인가! 엄마(모친 살아계심)가 먼저 가셔야 하는데, 그 먼 길을 딸이 가야할 판이다 며 통곡하는 그대를 어찌할꼬!

5년 전 돌이키면 나도 예쁘고 유능한 질녀를 아기낳는 중 의료사고로 떠나보냈다. 경주시청에 근무하며 같은 시청 공무원을 만나 결혼하여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조카다.

임신이 잘 안 되 몇 번의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임신하고 10개월 뒤 순산을 기다리던 가족이었다. 조카내외는 태어날 아기를 위해 방도 꾸미고, 유모차도 사고, 신발도 사고, 기저기도 샀다, 아기 탄생을 기다리던 나에게 청천벽력의 소리가 들렸다. 음력 삼 월 삼 짓날 아침 일찍 매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처남 Y갔다” 뒷 통수를 얻어맞은 듯 허릿 했다.

아기낳기 위해 병원에 제 발로 걸어갔다. 제왕절개 중에 잘못된 것이다. 조카는 의식을 잃었고, 큰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 내 숨을 거두었다. 불행히도 아기도 대변흡입증후군으로 의식만 남겨 둔 채 평생 1급 장애판정으로 태어났다.

누나와 매형의 고통의 세월을 누가 알겠는가? J형의 사연도 어찌 그리 답답하고 허망한지 제가 오히려 고통이다. 세상 살면서 이런 일은 참으로 만나지 말아야 하는데 그 일을 누가 알 수 있나 말이다. 세상은 공평하다지만 참으로 착하게, 건강하게 살 던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당하는 것을 얼마 던지 만나는 우리다.

그저 안타까움 만 더하고, 그저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그저 운명이려니 받아 들 일 수 밖에 없는 미약함이 실로 허망하고 답답하다.

J선배! 오늘밤도 2인 실 침대 아래 바닥매트에 쪼그리고 새우잠을 청하고 있지요. 폐에 복수(腹水)가 차 밤새 기침하는 딸을 딸 보다 더 고통스럽게 지켜보며 지세우는 밤이 얼마나 긴지 압니다.

참으로 강했던 폭염을 지나 9월을 맞이하면서 조금은 선선해 오는 가을맞이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일 테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요! 백일홍의 연분홍도 석 달 열흘은 마음껏 뽐내지 않던가요!

형(兄)이 지핀 사랑의 씨앗, 형이 수놓은 우정의 불꽃, 형이 갈아 놓은 시의 세계를 위해서도 용기를 갖고 다시 일어나야지요. 답답함을 표해 내고, 고독을 토해내고, 절망을 딛고 일어나셔야지요?

J선배 반드시 해 낼 겁니다. 

지금 살아옴이 더 길 었을 지 몰라도, 살아 갈 날이 더 짧을지 몰라도, 살아 갈 날이 더 많이 남아 있다고 자신감을 가져야 하지 않습니까? 

나는 선배가 반드시 이겨 낼 거라 확신합니다. 

J선배는 아미새(娥美鳥)를 가졌다고 보지요.

 

박형태 기자  kwun113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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